오히려 무상급식은 이럴 때 필요했던 것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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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난옥(hanahblue)등록 2018.10.08 14:01
"학생들 그대로 귀가 시키지 마시고 반드시 점심 먹여서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반 학생들 절반가령이 점심 먹지 않고 그냥 가버렸어요."
"식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음식을 학교로 주문해서 먹는 아이들이 많은가 봐요."
"000, 000, 000는 복도에서 컵라면 먹고 있던데요."
"다들 집에서는 엄청나게 잘해서 먹고 사나봐, 난 맛있던데~"
"생선 나오고, 나물 종류 나오면 아이들 싫어하잖아요."
 
학교에서 학생들 점심 먹는 것에 대해서 선생님들 사이에 오고가는 말들이다. 인천은 2018년부터 고등학교 학생들도 점심이 무상급식으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서울, 경기도를 비롯해서 10개 이상의 지역에서 무상급식이 전면실시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궁금하다. 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거지? 무슨 이유로 무상급식을 교육감 공약으로 내세웠던 거지? 그들은 학교 현장 실태 조사나 하고 전면 실시 결정을 내린건가?
 
밥을 먹었으면 밥값을 내야하고, 내 돈 주고 먹을 때 밥은 맛있고 귀하다. 먹은 밥값 정도는 낼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이제 살만하다. 물론 점심 값 내기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는 창구가 이미 많이 열려 있다. 그래도 급식비를 낼 수 없는 상활에 놓여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런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무상급식하면 된다.
 
각 학교에는 전문 영양사가 있다. 칼로리 계산을 해서 식단을 작성한다. 식자재의 품질도 상급을 쓴다고 들었다. 학부모로 구성된 급식위원들이 정기적으로 음식과 식자재, 급식 실 위생처리 등에 대해 감수를 한다. 학교별 차이가 있겠지만 무상급식 이전의 급식비는 평균 4000원 내외다.
 
맛이 없고, 마음에 드는 식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생들은 밥을 먹지 않거나, 아니면 식판에 담아 가지고 가서 먹다가 절반가량 이상을 잔반통에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쓸어 담아 버린다. 많은 학생들의 모습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딸아이가 며칠 전 페이스 북에 올라와 있는 어떤 동영상에 길게 댓글을 올린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미국 학생들의 비만에 관한 동영상이었다. 댓글의 내용을 요점정리하면 이렇다 : 동양 특히 한국 학생들이 미국학생들에 비해서 비만한 학생이 적은 이유는 DNA 때문이 아니다. 그냥 저절로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한국의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맞는 칼로리 계산을 해서 식단을 작성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전문 영양사를 채용한다. 미국의 많은 학교들은 점심으로 고칼로리에 해당되는 피자, 햄버거, 콜라 등을 내놓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음식들이 달고 짜다. 진실로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싶다면 미국의 학교들은 예산 타령 그만하고 하루빨리 전문영양사를 채용해라.

한국의 급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행간에 스며있었다. 그런데 어쩌지? 정작 우리의 학생들은 급식을 거부하고 칼로리 높은 인스턴트식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무상급식이니, 아까울 것도 없다. 안 먹으면 그만이다. 선생님들은 식당에 가서 꼭 밥 먹으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뭔가 잘못됐다.

나는 베이비부머 막차를 탓다. 그당시의 나의 학교생활를 돌아보면 정말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칼로리 부족, 영양결핍의 도시락이었는지 조차도 몰랐다. 배불리 먹을 것이 있었으면 감사했다. 생일 때 한 번 먹어보는 계란 프라이는 아껴서, 아껴서 목을 넘겼다. 그러다가 계란 노른자가 터져서 그릇에 무치기만 하면 엄마한테 눈물이 나도록 야단을 맞았다. 그것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그릇에 조금이라도 무쳐서 노른자의 먹는 양이 적어지는 것에 대해서 엄마는 화를 내셨던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에서 옥수수 죽을 배급받다가 그 이후 빵의 형태로 만들어진 것을 받은 적이 있었다. 가끔 딱딱하게 구은 우유 조각을 몇 개 학교에서 받아왔던 기억도 난다. 그러다가 5~6학년 때는 밀가루로 만든 원형 모양의 반대기를 받았는데 그것도 한 학급이 한꺼번에 다 받을 수 있는 수량이 아니었다. 분단별로 돌아가 며서 받고, 남는 것이 조금 있으면 운동하는 아이들에게 더 돌아가곤 했었다. 중고등학교 올라 와서는 점심 도시락을 먹기 전 혼식검사를 반드시 받아야만 했다. 어떤 때는 수업 중에 갑자기 담당 선생님이 들이 닥쳐서 검사를 한 적도 있었다.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얼굴에 희끗 희끗 버짐이 피고 영양실조로 부스럼을 달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오히려 무상급식은 이럴 때 필요했던 것 아니었나?
 
"옛날에 우리는 정말 어렵게 살았어. 밥 한 톨 잘못 흘렸다가는 어른들한테 엄청나게 혼났지. 그런데 너희들은 왜 그러니? 호강에 넘쳐서 그래?"
"너희들 음식 귀한 것을 모르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어디에선가 굶주리고, 한 끼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몇 시간을 노동해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니?"
 
이런 말을 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돈을 내지 않고 뭔가를 먹거나 갖게 되었을 때는 받은 사람입장에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깔려 있어야 된다. 받았으니, 먹었으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든가, 고칼로리 음식을 먹지 않으니 건강이 좋아졌다든가 어쨌든 좋은 점이 있어야 된다.
 
무상급식을 실시하면서 도대체 얻어진 긍정적인 결과는 무엇이지? 무상 급식하는 지역의 각 학교마다 잔반통에 버려지는 음식 혹은 먹기로 되어 있는 학생들의 다수가 먹지 않아서 손도 대지 않은 음식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낭비를 계산해 본 적은 있는지?
 
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네이버 블로그 한송벽헌 사계 (올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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