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제, 마츠리는 일본 천왕을 추켜세우는 일본 종교 행사이다.

[한국에 앉아서 일본을 꿰뚫어보기 1. 마츠리와 일본 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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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neoanderson)등록 2018.11.01 14:30
마츠리는
신나는 잔치, 축제다.
맛있는 어묵도 있고, 노래, 음악, 춤이 있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있고 무엇보다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즐기는 들뜬 분위기가 있다.
마츠리를 우리말로 잔치, 축제라고 한다. 좀 더 정확히 하자면 축제는 한자라서 잔치가 우리말이다.
잔치, 축제와 마츠리는 겉으로 보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즐긴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어떻게 잔치, 축제를 하고 일본사람이 어떻게 마츠리를 하는지를 보면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일본말 마츠리를 일본어로 보자.
祭り まつり
뜻밖에 "마츠리"라고 할 때 "마츠"란 글자에 해당하는 한자가 제사 제자이다.
우리가 잔치, 축제라고 할 때에 제사에서 하는 혼을 불러오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제사는 무엇보다도 어떤 혼, 귀신을 불러오는 행사다. 아버지 제사면 제삿날 아버지 혼, 귀신을 부른다. 김소월의 가슴 터질듯한 시 [초혼]도 있다.

결혼식을 결혼잔치라고 한다. 결혼 역시 제사처럼 혼을 불러오는 것은 없다. 살아있는 신랑신부가 부부가 되는 날 일 뿐이다. 잔치라는 말에는 제사라는 뜻이 없고 우리가 잔치를 할 때는 혼을 부르는 제사에서 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축제를 보자. 국화축제, 장미축제, 한우축제, 내가 사는 울산은 배가 유명하여 배꽃축제가 있다. 배꽃축제면 배꽃을, 한우축제라면 한우를, 곧 축제라는 글 앞에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 축제다. 혼을 불러 오는 일은 전혀 없다.
축제를 한자로 보자. 祝祭. 뜻밖에 제사 제자가 들어가 있다. 차례茶禮 지낸다고 하면서 차를 올리지 않고 술을 거의 다 올린다. 이렇듯이 축제도 글자 본뜻하고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하는 축제하고는 다르다.
 
이번에는 마츠리를 보자.
마츠리하면 기억에 남는 것이 탐스러운 엉덩이가 훤히 보이는 훈도시를 바짝 당겨 입은 야만스럽게 보이는 일본남자 뒷모습이다. 그다음이 탐스러운 엉덩이를 야만스럽게 보이는 일본남자 수십 명이 장례 때 쓰는 상여처럼 생긴 커다란 가마를 낑낑대며 메고 가는 모습이다.
엉덩이가 야만스럽다고 했지만 좋게 보면 사람 속에 있는 원시의 사람을, 혹은 심리학자 융이 말한 원형을 일깨운다. 그래서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뭔가 끌리는 것이 있다.
가마만 보면 장례식이 떠오르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신나는 모습에서 잔치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 가마가 마츠리의 중심 축이기 때문에 이 장면을 많이 보여주다보니 내 기억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 가마에는 신, 곧 "가미가제神風"라고 할 때의 가미가 들어있다.
일본 신은 신사神社가 모신다. 신사라고 하면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왜냐면 야스쿠니신사가 있기 때문이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이 2차대전 때 일본이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것을 좋게 표현한 것 때문에 우리에게 분노를 일으킨다.
마츠리는 신사에 있는 신을 가마에 태워 마을로 내려와서 신에게 감사를 하고 신에게 복을 비는 축제가 마츠리다.

이런 점에서 마츠리는 우리가 집안에 지내는 제사와 같다. 그래서 마츠리라 말에 제사 제자가 들어있다. 또 마츠리는 제사 제자가 들어있는 축제祝祭라는 단어와 통한다.

이러고 보니 일본 마츠리는 고대 그리스 축제와 같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는 신을 위해서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즐기는 문화였다. 고대 그리스 비극이 바로 디오니소스 축제 때 열렸다. 고대 그리스 비극이 이런 분위기에서 상연되었기에 고대 그리스 비극도 그리스 신을 찬양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이이스퀼로스가 쓴 비극들을 보면 다 신이 어떻게 인간 운명을 결정하고 좌지우지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스 비극의 최고 작품 [오이디푸스 왕] 중심 주제는 이렇다. "신이 오이디푸스 왕 운명을 결정 지어놓으면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신이 결정한대로 되니 인간들은 까불지 말고 위대하신 신을 잘 믿어라"는 것 주제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믿는 종교는 불교도 예수교도 아닌 일본의 토종 종교인 신도神道이다. 다도茶道, 유도柔道, 검도劍道, 신도神道처럼 일본은 도자로 끝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우리나라와 아주 가까우면서 아주 다른 나라가 일본인데 종교도 그렇다. 미국군대가 일본하고 우리나라에 머물러 있지만 일본에서 예수교는 우리나라와 달리 힘을 못 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토종 종교는 힘을 못쓰지만 외래종교인 불교, 예수교, 유교가 큰 힘을 쓰고 있다.
일본사람들이 가장 많이 믿는 종교인 신도의 사원이 신사이다. 그래서 일본 토종 신들은 다 신사가 모신다. 이 신도의 최고 자리에 일본 천왕이 있다. 그러니깐 불교도에게 부처가 최고 신이듯이 예수교인에게 예수가 최고 신이듯이 신도를 믿는 일본 사람에게는 천왕이 최고 신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일본 신 중에서 최고 신은 아마테라스 오오미가미天照大御神다. 한자를 읽어보면 천조대어신이다. 뜻은 하늘을 비추는 위대한 신이다. 최고 신 이름으로 그럴듯하다. 아미테라스 오오미가미는 일본의 최고 신답게 태양신이다. 일본 국기도 붉은 태양을 뜻하는 빨간 원이지 않은가?

신도가 모시는 신들 중에 최고 신이 아마테라스 오오미가미다.그런데 일본사람은 천왕이 아마테라스 오오미가미의 자손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천왕이 신도의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천왕이 태양 신의 자손이니 태양이 그려진 일본 국기를 보면 일본사람은 천왕이 떠오르게 된다.
마츠리가 신도의 종교행사이기 때문에 마츠리가 인기를 끌수록, 사람들이 마츠리에 열광을 하면할수록 일본천왕 인기와 권위가 그만큼 새진다.
일본 천왕이 아마테라스 오오미가미 자손이라는 것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마츠리가 인기를 끌수록 일본 천왕 인기가 올라가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천왕이라고 하면 우리에게는 2차 대전 책임을 지지 않은 히로히토 천왕이 떠올라서 좋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2차 대전 뒤에 침략국인 독일, 이탈리아의 지도자인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어쨌든 죽었다. 그런데 일본 지도자인 히로히토는 죽지 않았다. 여기에다 반성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물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 큰 것으로 천왕이란 제도 도사리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간이 날 때 더 깊게 말하겠다.

박열의사가 일본 천왕을 사형 시키려 하려다 실패했다. [천왕 군대는 진군한다]라는 명작영화 주인공으로도 나왔던 오쿠자케 겐조는 2차대전 전쟁책임을 물어 고무줄로 만든 새총에 묵직한 빠친코 알을 넣어 길게 늘어뜨려 천왕을 공격했다. 만화[맛의 달인]으로 유명한 가리야 데쓰는 [일본인과 천왕]이란 만화로 일본은 천왕제도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했다.

일본 천왕은 일본사람들이 가장 많이 믿는 종교, 신도의 최고 자리에 있다. 일본사람에게 불교도에게 부처와 같고 예수교인에게 예수와 같은 사람이 일본 천왕이다. 그러면서 천왕은 일본 극우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불교의 임제 선사가 "수행을 하다가 선사를 만나면 선사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고 했다. 하지만 불교도에게 부처를 없애자고 할 수 있을까? 예수교에서 예수를 없애면 예수교가 유지 될 수 있을까? 일본 신도 신자에게 천왕을 없애자는 것도 이와 같은 문제에 부닥친다. 이래서 일본이 천왕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켰지만 일본은 이미 신으로 만들어 놓은 천왕을 없애자는 것에 걸려드는 굵직굵직하게 큰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일본천왕이 다시 힘을 얻어서 2차 대전같은 전쟁을 일으키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메이지유신 이전에도 천왕이 있었지만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 천왕을 신도란 종교의 신으로 만들어 권력과 유명세를 몰아서 마침내 천왕을 앞세워 2차 대전을 일으켰다. 다시 말하면 일본의 2차대전은 신도라는 종교를 내세워 일으킨 종교전쟁 성격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일본 천왕 인기와 권위를 추켜세우는 마츠리를 우리는 그저 신난다하여, 맛있는 게 많다고 하여, 불꽃놀이가 화려하다고하여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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