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열린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에서는 사진 찍히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얼굴 근처에 스티커를 붙여달라는 안내와 함께 참가자들에게 스티커를 나눠줬다. 기자들은 얼굴 근처에 스티커가 붙어 있는 참가자들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겠다는 동의를 해야만 취재가 허가됐다. 나는 프레스증이 부족해 수기로 프레스증을 발급받고 주머니에 넣어다녔는데, 이 때문에 몇 번씩이나 프레스증이 있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비교적 엄격한 통제의 집회였다. 그러나 이같은 통제는 스쿨미투 집회에 나온 당사자들이 학내에서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지 오히려 입증하는 것이었다. 교사들은 생활기록부에 흠을 남길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전보다도 더 위력을 가지게 되었다. 교사들에게 '스쿨미투 시위에 나온 사람'으로 소위 '찍히게' 되면 남은 학교 생활은 물론, 대학 진학과 취업까지도 발목을 잡히게 된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남학생들에겐 '메갈'이라고 불리며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더군다나 10대 여성 청소년들의 집회 참석은 성적대상화되거나 '꽃'으로 치부되곤 했다. 어리고 예쁜 여성들은 소위 '잘 팔리기' 때문일까. 촛불 시위 때마다 등장한 '촛불 소녀'들의 사진은 기특하다는 평가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운동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날 집회에서 이렇게 엄격한 통제를 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맥락도 포함되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혐오와 멸시의 시선 속에서 집회에 나온 참가자들을 대상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 명 한 명 의사를 묻고 그들의 뱃지와 핀버튼, 피켓들을 찍어왔다. 이 사진을 보며 그 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 지난 3일 스쿨미투 집회인 '여성을 위한 학교는 없다' 참가자가 착용한 뱃지들. 녹색당 '왜' 뱃지, 무지개 뱃지, With you 뱃지 등이 있다. ⓒ 김희지
▲ 지난 3일 스쿨미투 집회인 '여성을 위한 학교는 없다' 참가자가 'No School For Girls' 뱃지를 착용했다. ⓒ 김희지
▲ 지난 3일 스쿨미투 집회인 '여성을 위한 학교는 없다' 참가자가 착용한 뱃지들. 'No School For School', 'With you' 뱃지가 보인다. ⓒ 김희지
▲ 지난 3일 스쿨미투 집회인 '여성을 위한 학교는 없다' 참가자가 착용한 뱃지들. 'No School For Girls', 'With you', 세월호 뱃지 등이 있다. ⓒ 김희지
▲ 지난 3일 스쿨미투 집회인 '여성을 위한 학교는 없다' 참가자의 모습. '학교에서 연애 금지다. 지금이 조선시대인가요?' 스티커, 'with you' 뱃지를 착용하고 있다. ⓒ 김희지
▲ 지난 3일 스쿨미투 집회인 '여성을 위한 학교는 없다' 참가자의 모습. '우리는 성평등을 배우고 싶다', '학교에 페미니즘을', 'No School For Girls', '우리가 배운 것은 여성 혐오다' 등의 뱃지를 착용하고 있다. ⓒ 김희지
▲ 지난 3일 스쿨미투 집회인 '여성을 위한 학교는 없다' 참가자의 모습. '친구야 울지마라 우리는 끝까지 함께한다' 피켓을 들고 있다. ⓒ 김희지
▲ 지난 3일 스쿨미투 집회인 '여성을 위한 학교는 없다' 참가자가 착용한 뱃지들.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김희지
▲ 지난 3일 스쿨미투 집회인 '여성을 위한 학교는 없다' 참가자의 모습. '우리의 목소리를 지우려 하지 마라 우리는 여기, 이곳에 당당히 존재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김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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