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男학생이 알고 그랬겠어요? 子몰랑 권하는 사회

여학생 괴롭히는 남학생에게 따뜻한 세상

검토 완료

정선화(immortalsun)등록 2018.12.05 10:09
우리 男학생이 알고 그랬겠어요? 子몰랑 권하는 사회
 
 
'아몰랑'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논리적인 설명 및 주장의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받았을 때 모른 척 넘어가는 행동을 표현한 단어로 2015년에 유행해 현재까지 언론에서 쓰여 지고 있다. 보통 자신이 진 일에 책임지지 않고 혀나 꼬우며 모르는 척하는 여성을 비꼬아 만든 여혐단어로 쓰이며 이 단어는 특별히 여성을 지칭하는 것 같지 않아 더 확산됐다.
 
이러한 여성혐오적인 단어의 남용에 비판하는 의미에서 한 인터넷 게임 방송 스트리머가 이 단어의 발화 주체를 남자로 칭해 '자(子)몰랑'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몰랑'이라는 단어가 생겼고 이 단어는 남성 유저가 많이 없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이 일으킨 일에 책임지지 않고 子몰랑을 쓰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그리 열심히 찾지 않아도 지난 며칠 간 사건사고를 일으킨 남학생들의 행위와 관련 기관의 덮어주고 감싸기에서 이 단어의 적절한 예를 찾을 수 있었다.
 
 
 
그 男중생들은 왜 숙명여대에 갔을까
 
 
지난 28일 오전 서울 구로구 경인중학교의 학생 40여명이 모교 인솔교사를 따라 캠퍼스 투어와 전공 소개 강의를 들으러 숙명여대에 왔다.
 
인솔자의 진행 아래 교내를 이동하던 학생들은 명신관 앞 게시판에 붙여진 페미니즘 운동의 일환인 '탈(脫)브라 꿀팁 공유' 대자보를 발견했고 일부 남학생들은 게시판에 놓인 매직으로 대자보를 훼손하기 시작했다.
 
남학생들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숙명여대 재학생들이 쓴 단어 밑에 '지X', '응 A컵' 등의 욕설 여성 비하단어를 자원봉사자의 제지에도 만류하고 써나갔다.
 
이를 목격한 한 학생이 그 모습을 찍어 에브리타임(대학교 시간표 어플로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로 활용)을 통해 다른 재학생들에게 알리고 다른 학생이 트위터를 통해 이를 공론화했다.
 
숙명여대 학생들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남성이라는 젠더 권력을 믿고 대자보를 훼손한 남학생들의 만행에 사람들은 분노했고 경인중에 사과문 작성 및 페미니즘 교육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성(性)에 민감한 어린 학생들을 대자보가 있는 쪽으로 걷게 한 자원봉사자가 잘못했다며 오리발을 내밀었고 페미니즘 교육은 일부 학생 때문에 다른 학생들까지 벌을 받을 순 없으며 발본자 색출 또한 불가하다고 적극 반박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항의와 민원에 학교 측은 결국 기존의 고압적인 자세를 굽혀 범인을 색출하겠으며 사과문 또한 게시하겠다고 전했다.
결국 12월 4일 경인중에서는 사과문을 보냈지만 여기에는 현재 정확한 사실 확인중이며 내용이 밝혀진 이후에 범인 처벌 및 전체학생 대상으로 특별(?) 교육을 시킬 것이라는 두리뭉실한 표현만을 늘어놓았다.
 
이에 숙명여대 총 학생회 측에서는 문제 해결 의지 없이 급한 불을 끄려는 의도의 사과문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공문 내용 중 사실 관계가 다른 부분에 수정을 요구하며 다시 발송할 때 대자보를 훼손한 남학생들의 자필 사과문 및 남학생들을 방관하고 성희롱 발언을 한 인솔 교사들의 사과문을 12월 7일까지 보내길 주장했다.
 
 
 
男학생들을 계도하지 않는 학교
 
남성가해자와 남성선생님이 주축이 된 남성연대 경인중이 숙명 '여자' 대학교에 사과하는 건 기 싸움에 지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경인중이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형식적인 사과문만을 제출하고 관계자 색출 및 자필 반성문을 쓰고 있지 않은 일을 설명할 수 없다.
 
아마 '여자'대학교에 '남'학생이 들어와 난리를 피우는 짓 정도는 어려서 모른다, 정도로 포장해 감싸주면서 이 일 정도는 사과하지 않아도 여론이나 언론의 질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예상대로 경인중의 사과문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게재한 숙명여대 페이스북에는 이 사건과 관련 없는 여러 남성들이 나타나 '사과문은 니네가 써야지', '대학 단체로 메갈짓 하다 뇌절했나' 등의 2차 가해를 가하고 있으며 높은 추천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현재 총학생회실 쪽으로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전화를 건 이들은 "우리를 잠재적 가해자로 몰면 잠재적 가해자가 (진짜)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길 바라는 게 아니지 않느냐.", "미러링 같이 할까? 그러면 그렇게 해서 어느 한쪽이 끝장을 보자. 그렇게 보고 싶으면."과 같은 범죄 예고에 가까운 말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도서관 투어를 진행하는 숙명여대 재학생 봉사자의 만류에도 웃으면서 낙서를 하거나 이 일이 크게 화제가 되어도 학교 선생님들이 앞장서서 벌주지 않고 사과는커녕 뒤에 숨은 남중생들의 모습, 이게 바로 자몰랑이 아닐까?
 
아이들이 어려서 모르면 담당 교사가 피해대상에게 양해와 사과를 구하고 학생들을 계도해 바른길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일선 교사부터 잘못 덮기에 급급해 적반하장으로 숙명여대 학생들의 사과 요구에 반박하는 것은 교사로서의 소양부족 및 세대를 가리지 않는 자몰랑 태도이다.
 
경인중학교는 지금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관계자를 발본색출하고 사과문을 작성하여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질 줄 아는 학생들을 양성해내길 바란다.
 
 
 
 
男고생이 핫스팟으로 언어강간
공용와이파이 이름이 ㅇㅇ여고 맛있겠다? X킹 여친구함
 
지난 11월 21일 부산의 한 대학 입학설명회에 한 여고와 남고 두 곳이 참가했다. 그리고 평소 여성를 성적으로 밖에 생각 못하는 몇몇 남학생들이 핫스팟(개인폰을 통해 만들 수 있는 공용 와이파이)을 통해 여학생들을 언어 강간하기 시작했다.
 
불쾌해진 여고 학생들은 이 사건을 29일 인스타에 올려 공론화했으며 피해를 입은 한 학생은 '개인 신상 정보를 이용한 스토킹, 성범죄 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의 신상을 밝히는 행위는 분명한 젠더권력이다'라고 주장했다.
 
관련 대학 측에서는 "남학생들이 개인 와이파이를 갖고 와서 그런 일을 저질렀으며 개인 물건을 압수할 수는 없다, 학교 측에선 입시설명회 전 핫스팟 이름으로 장난하지 말라는 공지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남고들 측에서는 "관계자 선생님들이 모두 퇴근한 상황이다", "그런 문제가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 단정 지을 순 없으며 담임교사들을 통해 범인을 찾으려 했으나 그런 학생은 없었다"고 전했다.
 
언어 강간과 같은 성범죄를 당하면 화가 나고 공론화할 때는 피해자를 먼저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수치심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론은 피해 여성을 편들어주지 않는다. 그런 사회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낸 학생들의 공론화를 한국사회와 교육기관측은 무시하고 있다.
캡쳐본에는 가해 남학생들의 이름 및 전화번호가 뻔히 나와 있는데도 말이다.
 
앞의 경우는 중학교고 여기는 고등학교인데 나이가 최대 5살 이상 많아도 남학생들은 항상 어리고 죄를 지어도 보호해 줘야하는 존재인가보다.
아직도 사과 없는 남고생들과 그들을 훈육해야할 관련 교사들의 떠넘기기식 태도역시 자몰랑의 사례들이 아닐까. 진정한 교육자라면 자신이 가르치는 남학생들을 바르게 이끌고 피해 입은 여학생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보여야 하는 것이 선생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소양이다.
 
 
 
 
男고생은 불법촬영해도… '일단 수능은 봐야지'
 
지난 워마드에서 일어난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사건을 두고 여성이 가해자일 땐 유죄고 징역이냐는 편파수사 논란과 모든 범죄는 나쁘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가 불법촬영을 엄벌에 처하자는 계기가 되자는 의견이 충돌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4일 국내 굴지의 명문고라 불리는 대원외고에서 3학년 A군이 같은 반 여학생의 B양의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 광진 경찰서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B양의 신고내용과 남학생의 자백도 받은 후 남학생의 스마트폰을 확인했으나 B양 관련 사진은 이미 삭제된 뒤였다. 그러나 남학생이 불법촬영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여학생에게 경찰에 정식 신고할 것인지 물었으나 학생은 부모와 상의하겠다며 신고를 미뤘다.
 
학교는 남학생에게 4일의 긴급조치를 취한 뒤 학교폭력대책자지위원회(학폭위)에 사건을 회부해 사회봉사 20시간과 특별교육 이수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남학생이 출석정지 기간 동안 2학년 교무실에 마련된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봉사 등의 조치도 수능을 본 뒤 이행 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에 따라 학폭위가 조치를 요청한 경우 14일 안에 해당 조치를 이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대원외고에서는 학폭위 조치를 14일 내로 시행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B양 이외 여러명이 더 존재할 수 있는데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해 남학생을 특별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학폭법에 따라 '성범죄 관련 사안을 인지한 경우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홍대 불법촬영사건과 비교해봤을 때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이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남학생은 구속영장 하나 청구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해 수능까지 보았다.
구속되지 않고 포토라인에도 서지 않아 우리는 남학생의 얼굴도 모른다.
학교와 경찰이 불법 촬영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않고 남학생을 감싸준 격이다.
 
남성가해자에게 유리한 사회에서 A군과 같은 남성 가해자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이 같은 말만 하면 세상이 도와 줄 것이다. 子몰랑~
 
 
 
子몰랑이 없는 세상이 되기를
 
 
자몰랑은 그냥 모르는척하는데 그쳐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아몰랑보다 직접적인 성적 피해자를 만드는 가해 남성을 나타냄으로서 더 질이 나쁜 인상을 준다. 보통 사람들도 이런 단어를 쓰고 싶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자몰랑 하는 남성이 대다수인 것이 현실인데.
 
이미 자몰랑이라는 단어는 언론표면에서 쓰인 적이 없고 아몰랑만이 여혐단어가 아닌 척 하며 여러 군데서 쓰여 지고 있다. 김치녀, 맘충과 같은 단어는 즉각 수용하고 한남충, 앱충과 같은 남성비하적인 단어는 원천 차단해 쓰지 않는 것이 남초적인 언론계의 현실인가 보다.
 
이 괴상한 사회는 남학생이 괴롭힘을 당하면 가해자들을 무조건 욕해주면서 여학생이 괴롭힘을 당해 이야기하면 남학생들이 널 좋아해서 그래, 장난기가 많아서 그래, 네가 예뻐서 그래, 네가 여지를 줬겠지 왜 그런 화장과 옷을 입었니 하며 가해 남성이 털끝하나 기분 상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보호해주고 피해자를 예민한 사람으로 만든다.
여성을 괴롭히는 남학생들은 결코 어리지 않다. 그들이 자몰랑하고 나이 들어 죄를 지어도 면죄부를 주는 사회가 그들을 영원히 면죄해줘야할 대상으로 바라볼 뿐이다.
가해자는 결코 어려서 뭘 모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남자'여서 갖는 '젠더 권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공론화되도 자몰랑 한마디면 다른 남성연대들이 피해자를 질타해줄 것도 알고 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사회의 부조리에 참지 않고 남성연대의 2차 가해에도 혼자 숨죽여 참지 않고 한데 힘을 모아 세상에 대항해나갈 것이다. 이런 시류에 도태되고 싶지 않은 남성들은 하루빨리 자몰랑 하는 태도를 고치시길 바란다.
 
첨부파일 자몰랑 img.zip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