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오해야. 그런다고 끝내 죽음을 택하다니~

어느 슬픈 견공(犬公)의 이야기

검토 완료

이경모(lgmo)등록 2018.12.18 13:42
 

생전의 꼬맹이 ⓒ 이경모

 
"사장님 오늘 1시에 남원에 좀 다녀올게요."
"무슨 일로?"
"우리 꼬맹이가 죽었어요,"
꼬맹이는 가게 매니저가 집에서 키우는 진돗개 이름이다.
그 진돗개가 오늘 새벽에 죽은 것이다.

사연인 즉 이렇다.
며칠 전 가족이 미국으로 12박 13일 가족 여행을 갔다.
가족여행을 가려고 하니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 세 마리가 걱정되었다.
한 마리 말티즈(꼬리)는 집안에서, 그리고 두 마리 리트리버(꼬마)와 꼬맹이는 마당에서 키웠다.

다행이도 꼬리는 친정어머니가, 꼬마는 2층에 아저씨가 맡아주기로 했다.
마지막 남은 꼬맹이가 문제였다.
그런데 마치 진돗개 암컷을 키우고 있는 집 뒤 성당신부님이 기꺼이 돌보아주시기로 했다.

덕분에 가족들은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애완견들을 찾아왔다.
집으로 다시 온 두 마리는 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진돗개 꼬맹이는 가족들 어느 누구에게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외면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며칠간 남편이 낚시를 가면 화상통화로 남편 목소리를 들려주어야 만이 밥을 먹었던 꼬맹이, 그렇게 남편을 좋아했던 꼬맹이는 남편마저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기를 며칠.
안 되겠다 싶어 동물병원에 갔지만 동물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영양제만 하나 나 줬다.
시간이 지나면 먹겠지 라고 생각하며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어제는 집에 아무도 없어 꼬맹이가 걱정이 돼, 친정어머니께 집에 들러보시라고 했단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 것이다.
꼬맹이가 꼬맹이 집에서 나와 힘없는 눈으로 반갑게 눈을 마주쳤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 새벽.
꼬맹이는 집 앞에 누워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11년간 함께한 가족들의 곁을 홀연히 떠났다.
남원에서 견공들이 치르는 장례의식 절차를 밟고 화장을 해서 집 안 나무 아래 수목장을 하려고 한다.
 

꼬리와 꼬마와 함께 행복했던 외출 ⓒ 이경모

  

화장한 용기 옆에 꼬맹이 사진 ⓒ 이경모

 
가족들이 꼬맹이를 버린 것으로 알고 끝내 죽음을 택한 것일까.
정말 오해를 한 것일까.

가족들은 미국에서 화상통화로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하나의 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이지만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며 극한 상황을 선택한 꼬맹이 진돗개,
견공 앞에 숙연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꼬맹이가 떠난 뒤에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과 장례의식을 지켜봤다면 아마도 오해는 풀었을 것이다.

밖에는 하얀 눈이 내린다.
오늘 밤 가족들은 마당을 신나게 뛰어다닐 꼬맹이가 더욱 보고 싶은 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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