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맹이의 생전의 모습 ⓒ 이경모
"사장님 오늘 1시에 남원에 좀 다녀올게요."
"무슨 일로?"
"우리 꼬맹이가 죽었어요,"
"남원은 왜?"
"꼬맹이 장례식 치러주려고요."
꼬맹이는 우리가게 매니저가 집에서 키우는 진돗개 이름이다.
그 진돗개가 오늘 새벽에 죽은 것이다.
매니저 모습이 부스스하고 목소리도 잠겨있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이 죽었으니 많이 슬플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광주서 1시간이 더 걸리는 남원까지 가서 화장을 하고 장례의식을 치른다는 것에는 선뜻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간에 있었던 얘기를 듣고 나니 몸이 오싹하다.
사연인 즉 이렇다.
며칠 전 가족(4명)이 미국으로 12박 13일 가족 여행을 갔다.
가족여행을 가려고 하니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 세 마리가 걱정되었다.
한 마리 말티즈(꼬리)는 집안(방)에서, 그리고 두 마리 리트리버(꼬마)와 꼬맹이는 마당에서 키웠다.
다행이도 꼬리는 친정어머니가, 꼬마는 2층에 살고 계신 아저씨가 맡아주기로 했다.
마지막 남은 꼬맹이가 문제였다.
그런데 마치 진돗개 암컷을 키우고 있는 집 뒤 성당신부님이 기꺼이 돌보아주시기로 했다.
덕분에 가족들은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애완견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집으로 다시 온 꼬마와 꼬리는 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진돗개 꼬맹이는 이상했다.
가족들 어느 누구에게도 눈을 맞추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꼬맹이는 남편이 낚시를 가 며칠간 보이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다가도 화상통화로 남편 목소리를 들려주면 밥을 먹었던 특별한 개였다.
그렇게 남편을 좋아했던 꼬맹이는 남편마저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기를 며칠.
가족들은 안 되겠다 싶어 동물병원에 갔지만 동물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영양제만 하나 나 줬다.
시간이 지나면 먹겠지 라며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어제는 집에 아무도 없어 꼬맹이가 걱정 돼, 친정어머니께 집에 들러보시라고 했단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머니를 보자마자 꼬맹이는 집에서 나와 힘없는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지만 반갑게 가까이 온 것이다.
그 다음날 새벽.
꼬맹이는 집 앞에 누워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10여 일간 아무 것도 먹지 않은 꼬맹이는 11년간 사랑을 받고 함께한 가족들의 곁을 끝내 홀연히 떠났다.
주인을 위해 목숨을 건 명견들의 일화는 많지만,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가족들은 꼬맹이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견공들이 치르는 장례의식 절차를 밟고 화장을 해서 집 안 나무 아래 수목장을 하려고 한다.
▲ 꼬리 꼬마와 함께 행복했던 외출 ⓒ 이경모
▲ 화장한 용기와 꼬맹이 사진.jpg ⓒ 이경모
꼬맹이는 가족들이 버린 것으로 알고 끝내 죽음을 택한 것일까.
정말 오해를 한 것일까.
가족들은 미국에서 화상통화로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하나의 미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동물이지만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며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한 꼬맹이 진돗개, 짠하다.
꼬맹이가 떠난 뒤에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과 장례의식을 지켜봤다면 아마도 오해는 풀었을 것이다.
밖에는 하얀 눈이 내린다.
오늘 밤 가족들은 흰 눈을 밟으며 마당을 신나게 뛰어다닐 꼬맹이가 더욱 보고 싶은 밤이겠다.
문득 어렸을 적에 시골집에서 키웠던 누렁이 해피가 휘파람을 불면 달려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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