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때 아닌 '퀸' 열풍에 빠져있다. 여기저기서 영국 밴드 퀸(Queen)의 음악이 들려온다. 카페에서, 슈퍼마켓에서, 거리에서, 술집에서, 음식점에서, 심지어는 클럽에서까지 퀸의 음악이 울려퍼진다. 음원 사이트의 팝송 차트의 상위권에는 퀸의 노래들이 포진해 있다.
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9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을 거두면서 덩달아 퀸의 음악도 재조명받으며 폭발적인 역주행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이 영화는 퀸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보다도 더 많은 수익을 거두었다고 하니, 예삿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퀸의 본고장 영국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 CGV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이 영화는 퀸에 대한 '전기 영화'로는 많이 부족하다. 짧은 러닝타임에 퀸의 일대기를 전부 담기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일대기는 많이 축약되고 스토리 전개는 빨라졌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전기 영화'보다는 퀸의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 영화'에 더 가깝다.
영화만 봐서는 퀸이 어떤 밴드인지 자세히 알기 어렵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다뤄지지 않은 또 다른 이야기들을 한번 들어보자.
1. 토마스 기관차 제작에 참여한 전 멤버 팀 스타펠(Tim Staffel)
▲ 퀸의 전신 스마일(Smile) 왼쪽부터 드러머 로저 테일러,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베이시스트 팀 스타펠 ⓒ 김범수
팀 스타펠(1948~ )은 퀸의 전신 스마일(Smile)의 베이시스트였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모습과는 달리 팀은 프레디 머큐리와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일링 칼리지(Ealing College)에서 프레디 머큐리와 함께 디자인을 전공했다. 프레디 머큐리를 밴드에 소개해준 것도 팀이었다. 그러나 싱글 앨범의 유통 문제로 인해 앨범 판매량이 영 시원찮았고, 팀은 스마일은 밴드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밴드를 탈퇴하게 된다. 그리고 험피 봉(Humpy Bong)이라는 밴드로 이적한다. 이는 영화에서도 다뤄진 내용이다. 그리고 그 후 팀은 당연히 더 이상 영화에 나타나지 않는다.
스마일을 탈퇴 후 험피 봉이라는 밴드로 이적한 팀 스타펠은 어떻게 됐을까?
▲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 1984년 시즌1이 방영된 이후 어린이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작품은 팀 스타펠이 제작에 참여했다. ⓒ 김범수
험피 봉 활동은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고, 팀은 음악을 그만두게 된다. 그러다가 훗날 의외의 커리어가 생기는데, 증기기관차를 모티브로 만든 모형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의 시즌 1에서 모형 기관차와 각종 디오라마의 설계와 제작을 맡게 된다. 디자인을 전공했던 팀은 전공을 살린 일을 하게 된 것이다.
2.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있는 '완전체' 퀸의 내한공연은 1984년에 이뤄질 뻔 했다.
▲ 월간팝송 1984년 5월호에 실린 퀸의 멤버 로저 테일러와 존 디콘의 방한 소식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있는 완전체 퀸의 내한 공연이 성사될 뻔 한 적이 있었다. ⓒ 김범수
1984년, 퀸의 드러머 로저 테일러와 베이시스트 존 디콘이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퀸의 새 앨범 <The Works>의 프로모션차 방한한거라 멤버 전원이 오지는 못했다고 한다. 음악잡지 '월간팝송'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로저는 "10월경쯤 공연을 했으면 좋겠고, 잠실실내체육관을 구경하면서 그곳에서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멤버들 모두 찬성할 것이다." 라고 말하며 내한 공연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존 역시 "한국에 우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과 훌륭한 공연장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본국에 돌아가면 멤버 전원과 한국에서의 공연 계획을 세워보고 싶다."라고 말하며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 라디오 DJ 김광한 씨와 인터뷰하는 로저 테일러(사진 가운데)와 존 디콘 두 멤버는 한국과 내한 공연에 긍정적이었다. ⓒ 김범수
그러나 아쉽게도 내한 공연은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군사정권은 노래에 대한 검열을 계속하고 있었고, 퀸의 대표적인 히트곡 '킬러 퀸(Killer Queen)'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Another One Bites the Dust)'등을 한국에서 연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저와 존은 자신들의 대표곡들이 한국에서 금지곡이라서 연주할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로저는 "그러한 조치가 이해가 가지 않을뿐더러 앞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존 또한 "그럼 그런 금지곡들은 클럽에서도 듣지 못하는 건가?"라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3. 브라이언 메이는 퀸의 대표곡 중 하나인 'Don't Stop Me Now'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Don't Stop Me Now를 부르는 프레디 머큐리 하지만 브라이언 메이는 이 노래에 애증이 있다고 한다. ⓒ 퀸 유튜브
'Don't Stop Me Now'는 프레디 머큐리가 만든 퀸의 1970년대 대표곡 중 하나이다. 나이든 중장년층 팬 뿐 아니라 젊은층에게도 인기가 많다. 많은 가수들에 의해 불려졌으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도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과 함께 퀸 멤버들이 이 곡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영상이 나온다.
하지만 브라이언 메이는 이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노래의 내용은 오늘 밤 한없이 방탕하고 신나게 놀테니 누구도 나를 막지 못한다는 신나는 내용이다. 그러나 프레디 머큐리의 이러한 방탕한 생활 때문에 밴드가 휘청이기도 했고, 또 프레디는 그런 삶을 살다가 몸이 약해져 에이즈와 폐렴으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노래 끝 부분에 라라라 하는 부분이 페이드 아웃 되면서 노래가 끝나는데, '프레디가 사라지는것 같아 듣기 힘들다.'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4. 퀸은 멤버 전원이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최초의 밴드이다.
▲ 퀸의 두번째 앨범 앨범 표지 이 앨범 표지는 나중에 수많은 음악가들에게 오마쥬된다. ⓒ 스포티파이
프레디 머큐리가 가장 크게 주목을 받아서 프레디 머큐리만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프레디 머큐리 원맨 밴드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퀸은 2003년 6월에 멤버 전원이 '작곡가 명예의 전당 (Songwriters Hall of Fame)'에 헌액된 최초의 밴드이다.
그리고 멤버 전원이 차트 1위를 기록한 곡을 작곡한 적이 있는 밴드이기도 하다. 멤버 한 명 마다 대표적으로 한 곡 정도 꼽아보자면, 프레디 머큐리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영국 차트 1위)', 브라이언 메이는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 프랑스 차트 1위)', 로저 테일러는 '라디오 가가(Radio Ga Ga, 19개국 차트 1위)', 존 디콘은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Another One Bites the Dust, 빌보드 차트 1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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