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에 들었던 조석현 담임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60년 가까이 흐른 오늘에도 내 뇌리에 명료하다. 일제의 마지막 조선 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가 1945년 8월 패망 직후 미군 앞에서 항복문서에 서명을 한 다음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전해지는 말이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인이 제 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도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들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놓았다. 앞으로 조선인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安(倍(信行, 1875∼1953)는 다시 조선에 돌아올 것이다."
6·25사변으로 지칭되던 한국 전쟁의 참상이 채 가시지 않은 1950년대의 끝 무렵, 태안초등학교 교실 안에서 일제의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의 망언을 열렬히 소개하던 조석현 담임선생님의 이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제에 대한 증오가 가득 실려 있었다. 일본은 물러갔지만 항시 일본에 대한 경계를 곤두세워야 한다는 뜻이었고, 일본은 또다시 한반도를 지배하려는 욕심을 결코 버리지 않으리라는 얘기였다.
▲ 갑오동헉농민혁명군 추모탑 충남 태안군 태안읍 백화산 교장바위 아래에 자리히고 있다. ⓒ 지요하
오늘날 아베 노부유키의 그 망언은 대한민국 땅에서 상당 부분 적중되어 있는 상태다. 일제 식민교육의 유산이 오늘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다. 아울러 민족반역 세력의 후예들, 이른바 친일파로 지칭되는 부류들이 사회 각 분야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의 친일파의 발호는 아베 노부유키의 환생을 감지케 한다.
사이비 독립운동가였던 이승만과 독립군을 토벌하던 만주 관동군 장교 출신 박정희의 비호 아래 정치권에 굳게 뿌리 내린 친일 세력은 오늘 현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안에서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들은 다분히 일제의 신민(臣民)들이다. 일왕의 충실한 주구였던 박정희를 신으로 섬기니 그들의 진정한 주인은 아직도 일왕이다. 그들은 사사건건 민족 화해에 재를 뿌리면서 일본 편을 든다.
그들은 독도 문제,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 강제 징용자 문제 등에서 반인륜적 태도를 보이는 일본 정부를 한 번도 비판한 적이 없다. 그들의 입장은 언제나 일본과 동일하다. 그들은 아직도 식민지 백성인 것이다.
극소수 일본인들의 반성
▲ 태안 백화산을 찾은 일본일들 대표들과 태안군수와 관계자들 일본 나라여대학 명예교수들과 가세로 태안군수(간운데) 바로 옆의 문영식 내포지역 동학유족회 대표, 최기중 태안군 동학혁명기념사업회장이 백화산 교장바위 앞에서 사진을 삑었다. ⓒ 지요하
일본이 과거의 한반도 지배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것은 한국내의 '신민'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한국의 유력 정치인들인 홍준표, 김병준, 나경원 등의 일본에 대한 태도 등에서 능히 감지할 수 있듯이 일본은 언제나 한국에 대해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일본은 1950년에 발발한 한국 전쟁을 기회로 일대 약진을 한다. 한반도의 불행이 그들에게는 엄청난 은총이 되는 것을 푸지게 경험했다.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가능했던 경제 도약을 항시 그리워한다.
그런 관성 때문에 일본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남한과 북한의 민족 화해 노력과 평화 공존을 시기하면서 통일로 나아가는 길을 방해한다.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면 엄청난 강국이 되리라는 것을 일본은 잘 알고 있다. 지레 위압감과 공포심을 안고 도둑이 제 발 저리듯이 한반도의 평화통일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 북한 김정은의 한국 답방은 시기상조라는 등의 말을 서슴없이 한다.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를 대다수 일본 신민들은 물론이고 한국의 친일 수구 세력이 적극 거들고 나선다.
일본은 이처럼 과거 한국에 대해 저질렀던 온갖 만행과 침략 역사에 대해 전혀 반성할 줄 모른다,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과 타국 침략에 대해 철저히 사과하고 반성하는 독일과는 완전히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일본의 정치인들 중에는 소수이나마 한국에 사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도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제93대 총리였던 히토야마 유키오(2009, 9, 16∼2010, 6, 2)다. 그는 지한파 정치인으로 통한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 관계에서 일본은 한국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사죄를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히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 뜻을 함께 하는 시민들도 있다. 그리고 조선 말기의 동학혁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동학 혁명이 일본군에 의해 좌절된 것에 대해 사죄하는 일본인들도 있다.
▲ 일본인들 순례단 일본 라여자대학 명예교수 등 일행 23명이 지난해 11눨 24일 태안군 태안읍 백화산 교장바위와 갑오동학농민혁명군 추모탑을 참배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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