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船, 7년의 부진… 다시 세계 1위

부채 14조 5000억원이던 대우조선… 전 세계 물동량 40% 수주(2018년 VLCC 수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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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온(ehddkdhs)등록 2019.02.08 11:48
《 새벽이 밝았다. 7년간 휘몰아친 '퍼팩트스톰(Perfect Storm)'이 걷히고 지난해 국내 조선업은 세계 1위에 올랐다.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선업 회복세에 대해 착시효과라고 일축한다. 지난 7년의 침체가 워낙 심했기 때문에 그로인한 기저효과라는 게 이유. 2019년의 새벽은 '가짜 새벽(False Dawn)'일까. 아니면 호황의 신호탄일까 》
 
이어지는 수주 낭보
한국 조선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8일 대우조선해양은 오만 국영 해운회사인 OSC로부터 2천100억원 규모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했다. 이는 대우조선과 오만의 우호적인 관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6년 오만 정부와 '수리조선소 건설 및 10년간 위탁경영' 계약을 맺어 450여척에 달하는 선박을 수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 대우조선해양은 OSC로부터 VLCC 5척을 수주한 데 이어 VLCC 2척을 추가로 수주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 OSC가 맺은 이번 계약에는 추가 옵션 물량 1척이 포함돼 있어 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있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유럽지역 선사로부터 1천550억원 규모의 15만8천t급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줄도산 위기에 처했던 조선업
거센 한파가 불던 2016년 조선업, 정부는 조선업체 6500여 곳과 사내협력업체 1000여 곳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7500억원을 지원했다. 글로벌 조선업계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중국 조선사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국내 조선소가 제대로 된 선박 수주실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빅3 중 한 곳인 대우조선해양도 불황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부채비율 2732%에 부채가 14조 5000억원, 당기순이익 적자는 2조7100억원이었다. 재정상태가 심각해 매립비용보다 회생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앞날은 어두웠다. 가까스로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2조9000억을 수혈 받으며 회생에 성공하지만 감원의 칼바람을 피할 순 없었다. 8조원의 자금이 투입된 STX조선해양은 상장이 폐지됐고, 협력업체 포함 5100명이 근무하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017년 7월 1일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일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소가 문을 닫자 협력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다. 신산테크 김평옥 대표는 "100명 넘던 직원을 줄여 20명 밖에 남지 않았다"며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군산조선소는 업황이 개선된 2019년 2월 현재까지 폐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폐쇄한 조선소를 재가동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 불황의 출발점이었던 2012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제의 삼호조선, 울산의 세관중공업 등 조선 업체가 연이어 파산했고, 이듬해엔 21세기조선이 파산하며 1600명의 직원이 모두 해고됐다. 당시 거제에서는 5000명에 달하는 조선업 종사가자 직업을 잃었는데, 그것을 본 이광형 KAIST 교수는 유휴인력을 활용해 "거제도에 창조경제타운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지난 1월에 발표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 기준 조선업 종사자는 2015년 18만7652명에서 2018년 10만7667명으로 8만명 감원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 밀집지역인 울산 동구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자는 2015년 말 7만3685명이었지만 2018년에는 4만6915명으로 2만6770명이 직업을 잃었다.
 
회복세에 접어든 조선
2018년 마지막 날,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 있는 모든 독에는 선박이 건조되고 있었다. 조선업이 활기를 찾은 것이다. 심각한 재정상황으로 회생보다 매립이 낫다고 평가받던 대우조선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6척의 VLCC를 수주했다. 이어 올해 1월에만 6천억원 규모의 VLCC 6척을 수주하는 등 회복세가 가파르다. 조선업에 불황이 닥치면서 감소세를 보이던 근로자 수도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지난해 9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울산의 조선업 종사자도 지난해 8월 3만3306명이었지만 12월 말에는 3만4073명으로 767명 증가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지역구 울산동구)은 "조선 수주 증가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21% 올려 17조8천억원으로 잡았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올해 글로벌 발주량을 지난해(2859만CGT) 대비 20% 상승한 3440만CGT로 전망했다. 회복의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다.
 
중국 꺽은 기술력
2011년 40.3%였던 수주 점유율은 2016년 16.7%로 바닥을 찍었다. 이후 2017년 반등을 시작한 조선업은 지난해 41.9%로 중국(33.6%)을 앞지르며 왕좌를 탈환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는 부가가치가 높은 LNG 운반선 부문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월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LNG 운반선 분야에서 일본과 중국에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대형 LNG 운반선 59척 전부를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이 24척, 대우조선해양이 17척, 삼성중공업이 18척이다. 중국이 LNG 운반선 수주에서 부진한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된 결과였다고 입을 모은다. 2000년 이후 중국의 조선업은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최근 인건비 증가와 더불어 친환경 선박 수주량이 늘고 있는 업황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답보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중국 조선소의 70%가 선박 수주실적이 없었다.
 
엇갈리는 반응
대형 조선소의 수주 증가로 협력업체에도 일감이 들어가면서 멈춰있던 공장들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종사자들은 조심스레 희망을 말하면서도 언제 다시 어려워질지 모른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연이어 들려오는 낭보에 대해 현대중공업의 한 근로자는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조만간 조선업계에도 봄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한 반면 "물량이 다시 늘어났지만 언제 또 정리해고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는 근로자도 있었다.
 
향후 조선업 전망
내년부터 국제해사기구의 선박 환경규제가 본격 시행된다. 이는 친환경 선박에 강점이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한다. 국내 조선사가 LNG 운반선 수주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저가 수주를 남발하던 중국이 기술력 문제로 한계를 드러냈고, 일본 대형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 수주전에서 발을 뺀 상태다. 국내 조선 '빅3(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는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경쟁력 확보와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신년 목표로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은 생산 원가 절감과 친환경‧고효율 선박 개발을 꼽았고, 삼성중공업은 원가 절감과 스마트 선박 등 기술 개발에 중점을 뒀다. 일각에서는 LNG 해운시장과 조선시장이 과열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에서 LNG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실제 LNG선 발주량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조선업계가 희망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도 내년부터 2027년까지 60척 이상의 LNG선이 발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이 벌크선과 탱커를 중국이나 일본 조선소에 양보하는 것 같은 분위기"라며 컨테이너, 벌크, 탱커 등 기존 선박 수주에도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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