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년대까지만 해도 오락실이라는 곳은 싼 값으로 즐거운 '전자오락'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가정용 콘솔 게임 보급, PC와 PC방의 대중화,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를 필두로 오락실이라는 곳은 점점 수가 줄어들어갔다. 심지어 '바다이야기 사태'라는 큰 사건으로 인하여 오락실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가 싶었다.
다행히 2000년대 후반~2010년대 들어서 새로운 게임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오락실은 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80~90년대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성공적인 재기였다. 오락실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늘어나고, 전국적으로 인기리에 퍼져나가는 프랜차이즈 오락실이 다시금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오락실 시장의 부활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오락실이 여기저기 생기는 반면 동네 오락실은 문을 닫고 있다. 나름 희망차보였던 오락실 시장의 부활이 왜 벌써 비틀거리고 있는 것일까?
▲ 영업을 종료하고 게임기를 모두 뺀 오락실 오락실 시장이 부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업하는 오락실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 김범수
오락실의 부수입원의 분업화
2000년대 후반~2010년대의 오락실은 오락실이라는 타이틀과는 다르게 '코인 노래방'이 가장 큰 수입원이다. 콘솔게임, PC게임,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 등 오락실 게임의 대체재가 여럿 등장하게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게임보다는 다른 컨텐츠로 수익을 올리게 되는것이다. 오락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줄어들다 보니 게임만으로는 수익을 올릴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게임을 하는 오락실이 게임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웃지못할 상황이다.
코인 노래방 뿐 아니라 인형뽑기도 항상 부족한 오락실의 매출을 도와주는 주 수입원이었다. 규모가 큰 오락실은 저마다 번듯한 인형뽑기 기계를 여럿 설치해놓고 운영중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전문적으로 코인 노래방 만을 취급하는 매장이 생기고, 심지어 인형뽑기방이 새로 등장하여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코인 노래방이나 인형뽑기를 즐기기 위해 굳이 오락실만을 찾아가야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 인형뽑기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인형뽑기방 오락실 외에도 인형뽑기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 김범수
갑자기 다시 늘어난 오락실의 공급
물론 80~90년대와는 비교를 할 수준으로 오락실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락실의 재부흥 분위기에 따라 늘어난 점포수는 도리어 오락실 시장에 타격으로 돌아와버렸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됐을까?
2010년대도 벌써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이 시점에서 게임업계에서 주류로 통하는 게임이 무엇이 됐든 간에 오락실 게임은 절대 주류가 아니라는것 하나는 확실하다. 대부분 게임 매니아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PC로 게임을 하거나, XBOX나 플레이 스테이션 등의 콘솔을 구입해서 게임을 즐긴다. 오락실 게임을 많이 즐기는 사람들은 게임 매니아들 중에서는 소수인 편이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이 확 늘어나버린 것이다. 적은 수의 고객들을 서로 끌어들이기 위해 오락실 업주들은 저마다 제 살을 깎아내는 식으로 치킨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게임을 한 번 즐기는데 1000원이 들던 게임을 500원으로 내리는 오락실도 있다.
과도한 컨텐츠 업데이트 비용
현대의 오락실 게임은 주로 인터넷 연결을 통해 지속적인 컨텐츠 업데이트를 한다. 그러나 2018년 들어서 컨텐츠 업데이트에만 추가적으로 돈이 더 드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 업데이트에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게 된 비트매니아 IIDX 전작에는 존재하지 않던 카메라가 추가되면서 업데이트하는데에 비싼 가격이 들게 됐다. ⓒ 유튜브 캡쳐
단적인 예로 KONAMI사의 'beatmania IIDX'시리즈(이하 비트매니아)를 예로 들 수 있다. 20년 넘게 장수중인 이 게임은 25번째 시리즈인 캐논 볼러즈(CANNON BALLERS)로 넘어오면서 '카메라'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됐다. 게임을 하는 유저의 모습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새로운 시리즈로 업데이트를 하려면 카메라 신규 구입이 강제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카메라가 추가된 캐논 볼러즈의 업그레이드 키트 비용은 무려 300만원 가까이 되는 비싼 가격이었다.
비싼 업그레이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수많은 오락실은 점포에서 가지고 있던 게임기들을 다른 점포로 판매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포기하거나, 심지어 오락실 운영을 그만두는 사례도 여기저기서 자주 들리고 있다.
현재 오락실에서 그나마 가장 잘나가고 있는 게임은 KONAMI사의 'SOUND VOLTEX'(이하 사운드 볼텍스)이다. 2012년 첫 시리즈를 선보인 이후로 2019년 현재 네 번째 시리즈가 가동중이며 조만간 다섯번째 시리즈 가동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시리즈 가동에 앞서 발표된 정보에 의하면 게임기 사양 업그레이드와 카메라 부착이 예고되었다. 다섯번째 시리즈가 대한민국에서 심의를 통과하고 나면 여기서 또 업그레이드 비용이 크게 들 것이다. 가장 인기있는 게임인 사운드 볼텍스를 포기하는 게임장이 속출하게 된다면 오락실 시장의 앞날은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 발매 예정인 사운드 볼텍스의 다섯번째 시리즈 기판 업그레이드가 예정돼있는만큼 업그레이드 비용이 만만찮을것으로 보인다. ⓒ 김범수
동네 오락실 사이에도 침투한 프랜차이즈화된 오락실
과거에도 한국에는 '펀잇 바이 세가', '엔터' 등의 프랜차이즈 오락실을 꽤 찾아볼 수 있었다. 지금 흔히 보이는 프랜차이즈 오락실은 '짱오락실'이다. 2019년 2월 현재 전국에 28개의 점포를 운영중인 짱오락실은 근처에 오락실이 이미 있는 곳에도 점포를 개장하기도 한다. 경기도 부천의 짱오락실같은 경우에는 근처에 오락실이 무려 일곱 곳이나 있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형 프랜차이즈 오락실이 주변의 개인이 운영하는 오락실 상권과 경쟁하는 셈이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프랜차이즈 오락실인 짱오락실 전국에서 수많은 점포를 운영중이다. ⓒ 김범수
앞서 언급한 오락실 공급의 과다한 증가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도 하다. 이런 상권 사이에서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프랜차이즈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개인 운영 오락실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리게 될 수도 있다.
부흥기를 맞은 오락실 시장, 그러나...
분명 오락실 시장은 2010년대 들어서 다시 살아났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락실의 재부흥을 언제까지 낙관적으로만 볼 수가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오락실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즐길거리라는것도 사실이다. 이제 오락실은 기존의 오락실을 뛰어넘어 지금보다 더 나은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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