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은 없다

인천상륙작전 피해 보상에 대한 보수 일각의 비판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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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욱(daedu100)등록 2019.04.02 15:20
3월 15일, 인천시의회에서 인천시 과거사 피해 주민의 생활안전 지원 조례안이 의결되었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군 폭격으로 숨진 월미도 주민들의 후손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2008년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도 보고서를 통해 월미도 미군 폭격으로 민간인 100여 명이 숨졌으며, 폭격으로 생활터전을 잃은 주민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내 이같은 조치를 비판했다. 논평의 골자는 이렇다. '인천상륙작전은 공산주의의 침투를 막아내고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위대한 작전이다.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피해보상 요구는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의미를 깎아내린다. 한국전쟁으로 온 국민이 피해를 입었는데, 그 피해에 대한 배상은 기습남침을 강행한 북한에게 청구해야 한다.' 물론 자유한국당 논평의 의도는 여당에게 북한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친북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얄팍한 언술에 불과하지만,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주요한 논리는 한국전쟁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참상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북한에만 부과함으로써 한국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해왔던 강력한 논리이기도 하다.

최근 광주5.18민주화운동과 여순사건 등 사회 전반에서 과거사 청산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과거사 청산'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전환기적 정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전환기적 정의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일어났던 국가폭력의 문제가 민주주국가로의 전환과정에서 필히 정의롭게 해결되어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 일각에서 과거청산에 대해 제기하는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라느니, 퇴행이라느니 하는 비판은 틀렸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것만이 아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여전히 지금의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건의 피해자와 그 관련자가 한 명도 살아있지 않은 경우에도 역시 그렇다.

정의로운 해결이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피해에 대한 배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그 자체다. 이러한 해결은 거의 모든 사회적 참사에 대해 요구되는 대책이다. 그렇다면 해결의 책임을 과거에 남겨두자는 말은 결국 앞으로 일어날 사회적 참사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광장에서 수없이 울려퍼졌던 한 구호를 기억한다. '감추려는 자가 범인이다.' 여기에 한 문장을 덧붙여 본다. '감추려는 것은 범죄를 계속하기 위함이다.'

한국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승만의 권위주의 정권은 제주4.3과 여순사건에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오히려 철저한 반공주의를 무기로 권력을 강화시켰다. 범죄는 의도적이고 조직적이었다. 그렇게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계속되었다. 한국전쟁에서, 베트남전쟁에서, 1980년 5월 광주에서. 그리고 아직까지도 지난날의 범죄를 감추려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나중은 없다. 바로 지금 이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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