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정문 앞에서 3시간 머물다 떠난 소녀상... 왜?

[현장] 학교 측 "정치쟁점화 될 수 있어", 일부 학생들은 "취지는 좋지만 과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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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인(dulhae01)등록 2019.04.07 13:57

국민대학교 정문 앞 '평화의 소녀상' 4일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 전시되어있는 ‘평화의 소녀상’ 모습 ⓒ 안해인

 
지난 4일 오후 12시 하늘색 스카프를 어깨에 두른 '평화의 소녀상'이 국민대 정문 앞에 섰다. 국민대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세움'이 제작한 소녀상이다. 이 소녀상은 3시간가량 교문 앞을 지키다 옮겨졌다.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대학교 측은 '정치 쟁점화'를 우려하며 소녀상의 교내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세움 측은 4일 하루 동안 평화의 소녀상을 학교 정문 앞에 전시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고등학생도 세우는 소녀상, 국민대는 왜 안 되나요?' 등 손팻말을 든 세움 회원들은 소녀상을 트럭에 싣고 학교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학교 문턱을 넘지 못한 소녀상은 현재 소녀상을 제작한 공장에 보관돼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소녀상 건립을 추진해온 세움은 학생들을 상대로 모금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교 측과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 측 반대 속에 세움은 1800만 원가량의 모금을 완료했고, 지난 2월 주물 작업까지 마쳤다. 이후 3월에 3주 동안 건립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해 38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대화무시 본부규탄” “소녀상 건립 대화하자” 학교에 대화를 요구하는 ‘세움’ 학생들 ⓒ 안해인

 
"좋은 취지라고 생각하지만… 과정에 문제 많아"
 
학교 측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국민대학교 언론홍보팀은 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소녀상의 취지 자체는 공감하고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교내에 설치하는 것은 정치 쟁점화가 될 수 있고 교내 여론이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밝혔다.
 
실제 '국민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국민대학교 커뮤니티 내에서는 소녀상 건립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녀상을 세우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정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만나봤다. 경영관에서 만난 19학번 학생은 "동상을 세우겠다는 취지는 괜찮은데, 개강 이틀 만에 밥 먹는데 갑자기 서명하라고 하는 등 조금 강압적인 서명 과정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입체미술학과 19학번 학생 역시 "길 가는데 붙잡고 서명 요청하고, 강의실에 와서 기습적으로 서명시키는 모습이 부정적으로 보인다"라며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이런 식으로 나오면 반발만 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국민대, 무심하게 대응 말고 대화 참여해야"

지난해 재학생일 당시 '세움' 모금에도 참여했다는 한 국민대 졸업생은 "지지 및 승인 서명을 먼저 받고 학교의 허가를 얻은 뒤 모금을 진행했다면 더 정당성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며 "모금에 참여했을 때 학교 측 허가를 받지 못한 걸 모르고 있었다, 만약 알았다면 다시 생각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도 협상에 무심하게 대응하지 말고 '세움'과의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모금액 사용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움' 회원 이가영씨는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학생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만들어준 소녀상이며 그분들께 모금 받은 돈을 재료비로 지급했다"라며 "그 외에도 모두 소녀상 제작과 건립공사비용 또는 백서 쓰는 작업에 사용됐다"라고 설명했다.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반대 여론에 대해 이태준 '세움' 대표는 "우리는 계속 학교 측과 협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다른 지역구들도 시민들이 소녀상 설치를 위해 모금을 먼저 진행 후 이를 민주적 결정이라고 구청장이 판단해 건립이 추진되는 사례들이 많았다"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가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데 대해 그는 "정치, 정당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라며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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