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기적과 발베르데 감독의 전술적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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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성(ksungpark)등록 2019.05.08 09:37

 
모두가 질 것이라고 했던 경기. 리버풀은 바르셀로나를 꺾는 기적을 보여주며 결승에 올랐다.

바르사는 8일 오전 4시(한국 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리버풀과 원정 경기에서 0-4로 졌다. 1차전 3-0 승리에도 원정에서 4골을 실점하며 무너졌다.

바르셀로나는 4-4-2 포메이션으로 나서며 1차전과 같은 라인업을 구축했다. 투톱에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가 출격했다. 필리페 쿠티뉴, 이반 라키티치, 세르히오 부스케츠, 아르투로 비달이 미드필더로 나섰고 호르디 알바, 클레망 랑글레, 헤라르드 피케, 세르지 로베르토가 포백을 이뤘다. 골문은 마크 안드레 테어 슈테겐이 지켰다.

모든 전문가들, 모든 팬들도 리버풀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차전 0-3 패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버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이 죽기 살기로 뛰어 대승을 거뒀다. 그 과정에서 바르셀로나 발베르데 감독의 전술적 패착이 드러났다.


 
1. 로베르토의 선발 기용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풀백에는 두 명의 걸출한 자원이 있다. 세르지 로베르토와 넬송 세메두가 그 주인공이다. 로베르토는 미드필더 출신답게 볼 간수나 패싱능력에 있어 안정감을 보이고, 세메두는 빠른 스피드와 공격능력이 강점이다. 1차전에서는 오른쪽 풀백에 로베르토가 낙점됐다. 하지만 마네의 스피드에 계속 고전하면서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고 결국 후반 15분에 오른쪽 풀백은 세메두가 대신했다. 1차전에서의 실패를 경험했다면 2차전에서는 세메두를 선발로 내보낼 듯싶지만 이번에도 선발은 로베르토였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로베르토는 마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측면 공간을 계속 내줬다. 이번에도 후반 15분에 뒤늦게 세메두를 투입하면서 오른쪽 풀백 자리를 대체했다. 발베르데 감독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2. 쿠티뉴의 선발 기용

발베르데 감독은 시즌 내내 비판을 받고 있고, 1차전에서도 선발 출장해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며 후반 15분에 교체아웃당한 그 쿠티뉴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1차전에서의 선발 기용은 이해라도 갔다. 홈에서 볼 점유율을 늘리면서 리버풀을 상대로 안정적으로 승리를 가져가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물론 그 뜻대로 되지 않았고 리버풀에 고전하자 쿠티뉴를 바로 뺐다.) 1차전에서 대패를 당한 리버풀이 홈인 안필드에서 공격적으로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쿠티뉴의 기용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 리버풀은 본래 압박, 스리톱과 풀백의 오버래핑에 이은 강력한 공격으로 정평이 나있는 팀이다. 그런데 리버풀의 홈에서 쿠티뉴의 기용? 차라리 말콤이 나았을 것이다. 말콤은 쿠티뉴와 비교한다면 보다 종적으로 빠르게 역습을 전개할 힘을 가지고 있다. 전진드리블을 통해 인사이드로 치고 들어와서 직접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로 엘 클라시코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을 정도로 검증이 돼 있는 선수다. 리버풀의 공격적인 성향과 원정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쿠티뉴보다는 말콤의 투입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결국 쿠티뉴의 폼은 좋지 않았고 발베르데 감독은 1차전과 똑같이 후반 15분에 쿠티뉴를 뺀 후 후반 36분 말콤을 투입했다.


 
3. 비달의 교체아웃

아르투로 비달은 그동안 아르투르 멜루에게 밀려서 백업선수로 전락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 모두 선발로 나서면서 기존의 바르셀로나 선수들과는 다른 헌신성, 태클, 수비가담을 보여줬다. 1차전에서는 메시의 활약에 가렸지만 숨은 승리의 주역은 비달이었다. 2차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페널티박스와 페널티박스를 쉴 새 없이 오가면서 공격과 수비에 모두 기여했다. 특히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 강력한 압박, 태클 등을 통해 리버풀의 공격을 저지했다. 그런데 발베르데 감독은 0-3이 된 이후 후반 30분에 비달을 빼고 멜루를 투입했다. 중원에서 리버풀의 공격을 저지할 거의 유일한 선수를 뺀 바르셀로나는 오히려 리버풀의 역습을 막아내는데 급급해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공격 한번 못해보고 패배했다.

리버풀의 기적을 지켜보면서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바르셀로나가 로마에게 당했던 대역전패가 떠올랐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1차전 홈인 캄프 누에서 4-1 완승을 거두고도 2차전 로마 원정에서 충격의 0-3 패배를 당하며 탈락했었다. 이런 역전패가 두 시즌 연속 반복된다는 것은 좋지 않다. 리그에서의 발베르데 감독은 탁월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를 따돌리고 독보적인 1위를 구축하며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와 리그를 둘 다 노리는 바르셀로나로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다. 발베르데 감독의 전술적 운영능력이 발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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