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슬픔은 몇 점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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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michellejjw)등록 2019.06.03 10:33
사람들은 슬픔을 감추며 살아간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만났다.3 년 만이었다.졸업 후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가 최근 다시 연락이 되어 만났다.

친구는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예전과 똑같았다.우리에게 어색한 기운은 존재하지 않았고 3 년 이라는 시간이 무색 할 만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그 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지금은 무얼 하는지 등의 근황부터 시시껄렁한 농담까지.우리는 마치 그 때,그 고등학교 시절처럼 깔깔댔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술집으로 향했다.성인이 된 후 그 친구와 처음 마시는 술이다. "짠!" 하고 술 잔을 맞부딪혔다.그렇게 몇 잔을 마셨을까,술 기운이 올라와 얼굴이 빨개질 때 즈음 친구는 빈 술잔을 만지작 거리다 한 마디를 꺼냈다.

"나 사실 요즘 상담치료 받아."

상담 치료라니 그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조심스레 되물었다.

"상담치료?"

들어보니 집안 사정으로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었고,어머니가 상담치료를 권유하여 시작 한 지 3개월 정도 되었다고 한다. 아,그 순간 머리를 망치로 '쿵' 얻어맞은 기분이었다.바쁘다고 핑계 대며 만나지 않았던 그 날들 속에서 이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친구와 울었다.

다행히 우리는 집에 잘 들어갔고,그 친구는 상담을 받으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하며 꾸준히 연락 중이다.

이렇듯 모든 우울과 슬픔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밖에서는 행복하고 모든 것이 잘 풀리는 듯 보여도 속은 썩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

SNS 상에 힘들다고 적으면 '중2병' , '감성충' 이라고?
-구하라의 극단적인 선택을 보며

5월 26일 새벽 0시 40분 경 연예인 구하라(여,28) 는 최종범(남,28) 과의 법정공방 중 자택에서 연기를 피워 극단적 시도를 했고,매니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다행히 건강을 회복중이라고 전했다.

사건 발생 전날인 25일에 자신의 SNS에 "안녕" , "그렇게 참고 살다 보니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은 엉망진창 망가지고 있다" 등의 의미심장한 글들을 게시했다가 삭제해 팬들의 걱정을 받은 바 있다.

지난 30일 방영된 '섹션tv연예통신' 에서 김동철 심리학자는 "SNS에 본인의 심정, 마음을 표출하는 부분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하나의 징후로 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고 전했다.

구하라 또한 겉으로는 잘 견뎌내고 있는 듯 보였다.그도 그럴것이 법정 공방 중에도 자신의 SNS에 꾸준히 근황을 올리며 잘 지내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극단적 시도를 하기 전 올린 글처럼 사실, '겉은 멀쩡 해 보이는데 속은 엉망진창' 이었던 것이다.

괜찮아,슬퍼도.

'괜찮아,사랑이야' (2014,16부작) 라는 드라마를 아는가? 이는 SBS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배경으로 방영 한 드라마로, 작은 외상에는 병적으로 집착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마음의 병은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일목요연하게 되짚어보는 작품이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시도의 주된 원인은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37.9%) , 대인관계 스트레스 (31.2%) , 경제적 문제 (10.1%)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김동철 심리학자는 "우울증은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인에게 충분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고 전했다.

이를 통해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37.9%)이 자살 시도의 주된 원인이며 슬픔이나 우울감. 더 나아가 정신과적 증상은 그저 '마음의 감기' 라는 것을 알 수 있다.감기에 걸렸을 때는 내과에 간다.종이에 손가락을 베여도 반창고를 붙인다.혹시 자신의 슬픔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다면, 슬픔의 점수를 애써 낮추고 있다면 슬픔은 당연한 감정임을 인지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거나 정신과 진료,상담 치료를 생소하다고 배제하지 말고 생각 해 보는 건 어떨까.

"있잖아,나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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