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해군의 품격

떨어진 해군의 품격을 찾아서

검토 완료

정선화(immortalsun)등록 2019.06.03 09:29

지난 24일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6개월간의 파병을 마치고 귀항하던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의 입항 환영 행사 중에 홋줄(선박 등을 일정한 곳에 붙들어 매는 데 쓰는 밧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고 최종근 하사(22)가 사망하고 4명의 군인이 중상을 입었다.
 
이에 2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해군 관계자는 "끊어진 홋줄을 평상시에 사용하던 것"이며 '(사고가 난) 나일론 재질의 홋줄은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 홋줄 자체는 규격을 통과해서 들어온 제품"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홋줄 끊김 사고가 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브리핑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해군에서는 전에도 이와 같은 사고가 있었음에도 예방대책을 취하지 않아 무고한 장병들을 죽음과 사고로 이르게 한 것이다.
 
그러나 해군은 이러한 국민들의 관심과 초점을 '장병의 죽음의 원인'이 아닌 '망자 모독'으로 돌렸다.
그리고 한국의 언론들이 이를 도왔다.
 
여성 우월주의·남성 혐오 기치를 위시한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서 죽은 군인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자 언론은 조회 수를 위해 유족의 아픔은 고려하지 않은 채 원색적인 비난을 매일 퍼 날랐고 해군은 숨진 장병에 대한 자기반성 없이 워마드의 고인 모독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문을 게시했다.
 
고인을 모독하고 조롱하는 행위는 단언컨대 옳지 않은 행위이다,
그러나 수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은 바로 해군 내 비품 관리 소홀 및 유사 사고 예방 대책 부재이다.
군인들을 사이버상에서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어제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워마드에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감히 '여자'가 '남자'군인을 조롱했기 때문이다. (전자가 '남자'라면 후자에는 어떤 성별이 와도 기삿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이 여성 혐오로 점철된 사회에서는 감히 여자가 남성을 조롱하는 것을 절대 관망치 않는다.
그리하여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해군 간부들은 일찍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려 비난의 화살을 워마드로 돌리고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이런 해군의 행보가 떨어진 군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차후의 유사 사고에 대비하는 실질적인 방안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해군이 과연 군인 인권을 지켜주는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일까?
 

그 답은 과연 '아니다'라고 할 수 있겠다.
남성 해군 장교 2명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사건을 두고 지난 2018년 11월 1심의 유죄판결을 뒤엎고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당시 피해자는 120~130명 정도 머물던 함정의 유일한 여성 군인이었다.
피해자는 한 가해자에게서 원치 않는 임신으로 중절 수술까지 해야 했고, 이 사실을 당시 함장에게 알렸지만 믿었던 함장마저 두 번째 가해자가 되었다.
 
피해자는 이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고 결국 스트레스로 근무 이탈해 전출을 당했다. 이후 피해자는 2차 가해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 두 가해자를 강간 등 치상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2심의 결과는 무죄였다.
포털의 댓글 창은 모두 한 인격체인 피해자를 향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 모독과 2차 가해로 뒤덮였다.

 
그러나 해군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표명도 낸 적이 없다.
 
 
이러한 성범죄 가해자 위주의 강간문화가 성행하는 군대 내 분위기와 판결에 과연 지금도 같은 피해를 입은, 입고 있을 군인들은 해군을 신뢰하고, 이 직장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없다.
 
결국 극단적인 남성 중심 집단인 해군에게 지금 필요한 건 병사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호 정책과 유사 사고 대비 대책 마련이지 무책임하고 비겁한 눈 돌리기식 여자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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