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책을 오래 전 모교 앞 서점에서 우연히 구입했다. 그 때는 그 서점에서 진보적 서적을 구입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책도 몇 개의 협소한 출판사의 것이 중요했다. 이전 대학 다닐 때 중요했던 출판사들과는 많이 바뀐 출판사들이었다. 그 중 본 책의 출판사는 속으로 어떤 책이든 한 권 구입해서 봐야겠다 생각했던 참이었다. 가급적 조금 두꺼운 것을 고르려 했고 내가 잘 읽지 않는 분야 중에서 역사 분야 중에서 선택했다. 그 결과 본 책이 무의식결에 조금 부담스러워졌던 모양이다. 내 방 서가의 가장 아랫편에 꽂아두고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런 채 한 십 년이 흘렀다. 영감이나 예시를 받듯이 문득 본 책이 생각났고 읽던 책을 마져 읽고 본 책을 읽게 되었다. 왜 미뤄뒀던 독서를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는가 그 동기를 가끔 생각해보지만 잘 생각나지 않는다. 본 책은 출판사에서 정한 부제에서 보듯 책의 논지를 제국에 대항한 다중을 역사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제국과 다중은 본 출판사의 상표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그게 어떠한 공식이나 체계가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본 출판사와 그 학적 구성의 필요성에 따라 생성된 것이다. 즉, 본 책은 제국과 다중의 역사적 기원을 다루고 있지 않다. 단지 민주주의가 생성되던 역사의 시간에 영미의 민중이 지배하는 계층에 저항하고 그 결과 도식적인 서사 구조에 따라 패배하고 실패하는 과정이 역사학의 과학에 따라 구성되어졌다. 즉 통상적인 정사주의의 관념에 따른다면 역사학에 미치지 않으며 텍스트나 서사 구조라고 불러야 될 것이다. 힐난하는 투로 말하면 역사 소설이라고까지 비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민주주의가 동틀 무렵을 자유 진영의 역사학은 보통 프랑스, 영국, 미국의 시민 혁명으로 치환하여 다룬다. 대개 그것이 우리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시험쳤던 정사 구조의 역사학의 일부이다. 대안적 서술은 마르크시즘 역사학이 주도하는데 보통 그 시기를 자본주의의 시조축적으로의 영국으로부터 연쇄 혁명기의 프랑스, 독일 혁명으로 정사와는 다르게 가르친다. 본 책에서는 시공간적으로 이와 겹치는 부분을 영미 민중사의 일단으로 가르친다. 그리고 거기에 영국의 선원 계층과 더불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흑인 및 혼혈 계층이 나타난다. 주로 영국 제국주의에서 시작해서 대서양을 무대로 미국의 식민지 개척과 그 과정에서의 아프리카 흑인 무역이 남아메리카까지 저변을 넓혀서 본 책에 잘 나타난다. 본 책을 읽으면 소수자 진영 중에서 여성이나 극우주의자도 나타나지만 동성애자의 주체는 없어 근래의 진보적 역사 구성의 동향과는 동떨어진다. 본 책의 주체인 진보적 소수자 진영의 구성은 주로 흑인, 여성, 공화주의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직업적 특성이 사회 해석의 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내가 읽으면서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 직업은 선원이다. 정확히 말하면 해적인데 영국 사회에서 버림받고 저항 운동의 중요한 기술적 조력자로 나타난다. 공장과 감옥의 결합으로서의 선박을 운영하는 선원은 영국민이 숭배하는 계급적 조상이다. 그 배의 하부 구조에는 아프리카에서 납치된 흑인 노예들이 죽을 때까지 진을 빼면서 배를 모는 동력을 제공한다. 그속에서의 그들 간의 정치학적 주고받음은 본 역사적 공간의 동력을 제공한다. 또한 본 책의 사회사는 달리 생각해보면 영미 교회사의 재야 판본이 아닐까 생각이 되는 만큼 서구 사회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의 야사가 충실하고 풍부한 고증으로 잘 쓰여져 있다. 주로 침례교, 감리교, 퀘이크교도를 중심으로 영국 국교회와 대립하는 측면이 반율법주의라는 상표로 뛰어난 고증에 따라 뛰어난 구성을 보여준다. 본 책에는 당시의 민중이나 비판적 지식인, 혁명가의 것으로 추정되는 시 구절 따위의 문학이 많이 인용되어 있는데 자세히 살피면 민중의 피와 살과 땀을 빼았는 착취적 현장이 잘 나타나 있으며 그에 대한 계급 증오도 잘 나타난다. 대개 문학은 글을 쓰고 읽을 줄 아는 계층의 무기인데 본 책의 시공간에서는 그것이 일부 확장되어 민중사를 위한 장엄한 무기를 쓰여 단두대로 오르는 민중 영웅의 일대기마냥 나타난다. 본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곤란하게 만든 점은 본 책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전 구성이 워낙 잘 써 잘 읽어야 느껴지지만 새로운 고증과 데이타를 사용해 구성한 역사라는 점이다. 전 객체가 거의 알려지거나 드러나지 않는 하위 주체와 그들의 기록이며 전체적 서사 구조는 일정한 함의를 제공한다. 잠시 상상을 하면 그 모든 정사를 무시하는 민중의 진실이 엿보이고 민중이 역사적 시공간에서 진정한 주체로 거듭난다. 선험적 역사학이 제공하는 지배 계급 중심의 서술에 대항하여 하위 주체들을 옹립해 문학적, 역사학적 반란과 모반을 꾸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성 사회의 담론 구조의 범위에서 존재하고 거기에 대한 의식을 행사하려면 본 책은 역사학 보다는 인간의 꿈을 응축한 문학의 한 경향으로 파악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향후 영문으로 재작성을 해서 개인 사이트에 계시할 계획입니다. 양지하십시요. #제국 #다중 #영미민중사 #하위주체 #존재론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