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있는 소화산인 368개의 오름이 모두 아름답지만, 제주 사람에게 좋아하는 오름을 꼽으라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로 꼽는 오름이 용눈이오름이다. 용눈이오름을 사랑한 故김영갑 사진작가는 이 오름과 함께 밤낮을 지새며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그의 사진 속에 담긴 용눈이오름은 신비롭고 아른하며, 먼 듯 가깝고, 속세이면서 피안과 같은 모습이다.
▲ 고 김영갑 사진작가의 사진 속 용눈이오름이다. 가운데 뒤쪽은 다랑쉬오름. ⓒ 김영갑갤러리
제주의 오름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산으로, 용암이 지표면을 터뜨릴 때, 용암 상층에 있는 가스가 폭발하면서 용암이 팝콘처럼 튀어올랐다가 분화구 주위에 떨어져서 쌓여 형성된 것이 오름이다. 제주의 모든 오름이 이러한 화산활동으로 형성되었고, 오름은 평지로부터 정상까지 모두 용암이 팝콘처럼 잘게 부서진 스코리아(제주어로는 송이)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오름의 특성 때문에 오름은 매우 쉽게 훼손될 수 있다. 사람들이 오름에 많이 가면, 오름을 덮고 있는 풀들이 먼저 사라지고, 스코리아가 부서지면서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현상이 반복되어 깊게 패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암석층을 흙이 덮고 있는 다른 지역의 산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게 보호를 해야 한다.
아름답지만 연약한 오름 중의 하나인 용눈이오름이 울고 있다. 용눈이오름은 '효리네민박'이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찾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효리네민박'을 통해 소개된 7개의 오름이 한결같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 오름훼손을 막기 위해 깔아놓은 매트가 닳아 없어질 정도로 용눈이오름을 찾고 있어서, 이에 대해 오름의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까지 검토할 지경이 되었다.
▲ 급격한 오름 훼손 사진 왼쪽이 2012년 용눈이오름, 오른쪽이 2019년 용눈이오름. ⓒ (사)제주참여환경연대
더구나, 요즘은 수백명에 달하는 수학여행단이 오름을 찾고 있어, 훼손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오름에는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려는 여행사들의 얄팍한 상혼의 결과다.
▲ 용눈이오름 정상 부분 탐방매트가 모두 해지고 고정핀이 돌출되었다. ⓒ (사)제주참여환경연대
▲ 용눈이오름을 찾은 수학여행단 사진을 찍으며 탐방로 벗어나 훼손이 가속화 됨. ⓒ (사)제주참여환경연대
자연환경은 알리는 것은 쉽지만, 훼손되지 않게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유명인이 방송에 알릴 때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신의 결정에 따라 수많은 대중이 따라하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탐방로를 벗어난 곳에서 같은 포인트에서 같은 자세로 사진 찍기로 연약한 오름은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훼손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참여환경연대는 제주의 오름을 보전하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급격한 탐방객 증가로 훼손되고 있는 오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훼손이 진행되고 있는 오름들을 널리 알려 시민들과 함께 보전하기 위한 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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