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스크린 위의 일그러진 성대결 구도와 혐오, 비하의 온상

혐오로 점철된 '여성위주 영화'

검토 완료

김범수(kbs0131)등록 2019.07.15 17:46
 

영화 <걸캅스> 스틸컷 영화<걸캅스>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걸캅스>. 제목을 보면 딱히 이상할 것 까지는 없다. 직역하면 '여자 경찰들'이니까 '성별이 여자인 경찰들이 활약하는 영화구나'라는 간단한 추론이 가능하다. 시놉시스까지만 봐도 필자 입장에서는 크게 이상하다거나 불편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여자 경찰 두 명이 경찰들 사이에서 밀려난 성범죄 사건을 해결하자고 나서면서 일어나는 일을 영화로 풀어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는 생각보다 문제점이 심각했다.


여성 중심 영화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남성 혐오 영화
 

영화 <걸캅스> 스틸 컷 영화 <걸캅스> 스틸 컷 ⓒ CJ 엔터테인먼트

 
<걸캅스>는 개봉 전부터 남성 혐오 영화라는 논란이 있었고, 제작진들은 '남성을 비하하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영화는 제작진들의 해명과는 아예 정반대였다. 영화를 보면 러닝 타임 내내 남성 캐릭터를 비하하고, 프레임을 씌우기 바쁘다. 동료 남자 경찰들은 하나같이 전부 이기적인 성품의 소유자들이며, 지나가는 보통 남성들조차 크게 다르지 않게 묘사되고 있다. 

남성들이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 몰카 포르노를 공유하는 장면이 나오고, 일선에서 일하는 경찰들은 실적에 눈이 멀어 이러한 몰카 범죄를 모른 척 하기까지 한다. 박미영 형사(라미란 분, 이하 미영)을 보고 아랫도리에 오줌을 지리는 전과자나 처음부터 끝까지 욕만 듣다가 퇴장하는 남편 등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은 계속 비정상적이거나 어딘가 모자란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에서는 여성이 신고 있는 스타킹에 잉크를 뿌리는 변태를 잡기위해 스튜어디스 복장을 하고 잠복을 하고 범인을 잡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범인이 스타킹에 잉크를 뿌린다는것과 스튜어디스 복장으로 범인을 유인해서 잡았다는 것으로 보아 2016년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잉크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을 들여다 보면 실제와는 많이 다르게 각색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력계 형사들이 SBS의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들과 협력해서 범인을 잡기 위해 회의하고 잠복하고 추격하는등 백방으로 힘을 합쳐서 노력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주인공 여자 경찰 '조지혜(이성경 분, 이하 지혜)' 한 명이 스튜어디스 복장을 입고 범인을 유인해내서 잡는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 범인을 유인하기 위해 스튜어디스 복장을 하고 있던 사람은 여경이 아니라 SBS 제작진 측에서 섭외한 일반인이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여경 한 명이 스스로 분장하고 잠복하다가 추격하고 범인을 제압까지 하는 반면 남자 형사들은 농땡이만 피우다 범인을 놓치는 무능력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자도 이렇게 할 수 있다'라기 보다는 '남자를 후려쳐야 여자가 일어난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과도하게 마초적인 여성 주연들과 남성 비하적인 묘사
 

영화 <걸캅스> 스틸컷 영화 <걸캅스>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앞서 계속 강조했듯이, 영화 속의 남성 캐릭터들은 시종일관 무능력하고 모자라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성 캐릭터들이 매력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영화속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은 입이 매우 거칠게 묘사되는데,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욕설을 마구잡이로 남발한다. 욕설이 많이 나오는 편인 형사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두 주연의 모습도 좋게 보기가 힘들다. 미영은 혼자 외벌이를 하는 워킹맘으로 나오는데, 직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살갑게 굴면서 집에서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시도때도 없이 화내고 윽박지르기 바쁘다. 지혜 또한 식사중에도 대놓고 오빠를 향해 무능한 등신이라고 짜증을 내곤 한다. 

미영의 남편(윤상현 분)은 살림을 도맡아 하는 전업주부이지만 '사시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쓰레기 취급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심지어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해서 민폐를 끼치기 일쑤다. 집안일을 하는 모든 남편들을 비하하고 매도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여성이 주연으로 나왔음에도...
 

영화 <걸캅스> 스틸컷 영화 <걸캅스>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두 여경은 자기들끼리 독자적으로 수사활동을 벌여나간다. 하지만 이를 마치 '남성 경찰들이 도와주지 않아서 우리 여성 경찰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심지어 마약 사건 때문에 출동하는 다른 경찰들을 향해 '피해자가 버젓이 고통받고 있는데, 실적에만 눈이 먼 게 말이 되냐'는 식으로 일갈하기까지 하는데, 버젓이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무시하고 몰카범만 따라가는 것도 말이 되지 않고, 사실상 자신들의 실수를 남자 경찰들이 수습을 안해줘서 떼를 쓰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두 주연이 멋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범인을 놓치게 된 것인데, 데, 독자적으로 수사활동을 한 것도 모자라 해결도 제대로 못한 것이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공감 능력이 없다고 남성 경찰들에게 따지기까지 한다. 심지어 극중에서 경찰서장은 이를 올바른 경찰의 자세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해서 결국 서의 모든 경찰들이 출동을 하는데, 여기서 내근을 해서 지시를 내리는건 전부 여성들이고, 나가서 범인을 직접 때려잡는 건 모두 남자들이다.  실컷 남성들을 쓰레기 취급하고 여성들을 주연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문제 해결은 남성들에게 떠맡기는 모양새다. 여성들은 겉으로만 강한 모습으로 보여지고 정작 스토리의 유의미한 흐름은 남성들이 차지하는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는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걸캅스>도 피해가지 못했다.


<극한직업>과 비교되는 <걸캅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2019년 초에 개봉한 <극한직업>과 비교해봤을때 <걸캅스>의 문제점은 더더욱 두드러진다. <극한직업>은 여성 주인공을 전면적으로 앞세운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연 여성 캐릭터인 장연수(이하늬 분)와 악역인 선희(장진희 분)은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같은 여경인 장연수는 <걸캅스>같은 남성 비하 프레임 없이도 캐릭터가 돋보였다.

<걸캅스>는 2019년에 개봉한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이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개그만 나오는 것도 문제다. 코미디 장면이 대부분 계속 듣기 거북한 욕설, 90년대 <투캅스> 시리즈 등에서나 나올 법한 농담, 지저분한 화장실 개그 등 2010년대 후반에 나온 것 같은 퀄리티가 아니다.

<극한직업>은 이러한 문제요소들이나 뻔한 클리셰를 버리고 예측하기 힘든 독자적인 코미디 노선을 타서 관객들의 호응을 크게 받았다. 시대에 뒤떨어진 더러운 화장실 개그와 남성 비하로 점철되어 일부 여성 관객들을 자극한 <걸캅스>와는 다르다.


통쾌한 여성 위주의 영화를 기대했으나...

논란도 있었고 기대도 있었던 영화였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운 지도 모르겠다. 여러 부연 설명을 붙였지만 결국 이 영화는 '여성의 지위를 신장시키는 것=남성을 비하하고 매도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두 여성 경찰 주인공을 앞세워서 그러한 모습이 멋있고 정의로운 모습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분명 여성은 오랜 인류 역사 속에서 남성들보다 못한 대우를 계속해서 받아왔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2019년 지금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이와 동시에 여성의 인권은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상승해왔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고 사회 곳곳에서 여성 비하나 여성 혐오적인 언행이나 요소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은 분명히 근절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남성을 비하하고 혐오하게 되면 오랜 시간 전 여성들을 비하하고 차별하던 사람들과 똑같아질 뿐이다. 오히려 새로운 차별과 혐오를 낳게 될 뿐이다. 

<걸캅스>는 이러한 새로운 차별과 혐오를 탄생시키는것을 강력하게 긍정하고 이를 미화하는 모습을 러닝타임 내내 시종일관 보여주고 있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이고 멋진 여성 주인공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영화를 기대했으나 억지와 혐오와 시대에 뒤떨어진 코미디만 있었다. 

당연히 액션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액션을 보여주는 여성 주인공들의 활약상들과는 별개로, 혐오와 비하로 점철된 이 영화는 두 명품 배우의 저돌적인 액션의 매력을 빛내지 못하고 있다. 혐오에 혐오로 대항하는 '미러링'은 정확히 비춰야 할 곳만 비출 때 효과적인 미러링이 된다. 하지만 <걸캅스>는 '미러링'이 아닌 '난반사'를 하면서 정의롭고 멋있게 포장을 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았다면 부디 다시 한 번 내용을 곱씹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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