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속 인종차별...'선수들이여 경기장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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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성(ksungpark)등록 2019.07.26 09:38
 

파트마 사모라 ⓒ CNN 캡쳐

 
'선수들이여 경기장을 떠나라' 짧지만 강하다. 얼마나 많이 축구 속에서 인종차별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네갈 출신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최초의 여성이자 비유럽 사무총장인 파트마 사모라는 CNN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인종적 폭언을 하는 팬들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필드를 떠나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것을 선수들에게 강요할 수 없고 FIFA의 공식적 답변도 아니지만 FIFA의 2인자의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그만큼 축구 속에서 인종차별이 두드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은 정치, 종교, 인종에 의한 차별을 엄중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여전히 각종 차별이 경기장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축구 경기에 뛰는 11명의 선수들 중 3분의 1은 흑인 선수일 정도로 흑인들이 축구에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축구에서 인종차별이 일어나는 것은 역설적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축구가 공식적으로 스포츠로 만들어진 이후로 인종차별은 축구의 역사와 항상 함께 해왔다.

축구 경기장 내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사례
 

다니 알베스 ⓒ La Liga 유튜브 캡쳐

 
2014년 4월 28일에 열린 2013-1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비야레알과 원정 경기에서 당시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었던 다니 알베스는 인종차별을 당했다. 한 팬이 코너킥을 준비하던 알베스에게 원숭이에 비유하는 인종차별 메시지를 담고 있는 바나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알베스는 그 바나나를 태연하게 주워 먹은 뒤 코너킥을 찼다. 분명 화가 날 법도 하지만 멋진 대처를 보여줬다. 이후 SNS에서는 바나나를 먹고 있는 사진을 올리는 바나나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페데리코 발베르데 ⓒ FIFA TV 캡쳐

 
2017년 6월 4일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에서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우루과이의 페데리코 발베르데는 극적인 동점골 후에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눈을 찢는 세레머니를 했다. 눈을 찢는 세레머니는 동양인들을 비하할 때 하는 행동으로 상대적으로 동양인의 작은 눈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발베르데는 SNS를 통해 인종차별적 세레머니가 아니라 친구를 위한 개인적 세레머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승부차기 끝에 준결승에 오른 우루과이 대표팀이 단체로 눈을 찢는 행위를 하는 사진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Kick It Out ⓒ Oldham Athletic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

1993년 '축구에서 인종차별을 걷어차자'로 시작한 킥 잇 아웃은 영국 축구의 평등과 포용의 조직이다. 이 캠페인은 게임의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지지하여 그들의 평등한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축구, 교육 및 지역사회 전반에서 차별에 도전하고, 포괄적인 관행을 장려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국제적으로 킥 잇 아웃은 FARE 네트워크(유럽 축구의 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설치된 네트워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유럽 위원회, 유럽 의회, 영국 의회로부터 모범 사례로 인용되어 왔고 FA, 프리미어리그, 영국 축구 연맹, 프로 축구 선수 협회 등과 함께하는 단체로 발전했다. 창단 이후 경기장 내에서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명확하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냈으며 프로 선수들과 클럽, 팬들에게 인종차별에 대한 교육을 제공했다.

유럽 축구계의 빈번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무관용 대처와 'Kick it Out', 'No to Racism'과 같은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깊숙이 자리 잡은 인종차별 의식을 근본적으로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 인종 간의 차이를 비꼬는 정도는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문제이다.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문제삼고, 스스로가 더 우월하다고 인식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그에 따른 인종차별적 표현은 배척되어야 한다.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개선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도 자신들이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적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흑형, 원숭이, 짱깨' 등 인종차별적 표현을 하는 것에도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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