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사건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과 우리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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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성(ksungpark)등록 2019.07.28 14:16
너무 많은 돌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던져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에서 호날두가 결장했다. 호날두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우리 형'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축구선수이다. 아마 서울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6만 5000여 관중의 대다수는 호날두를 보기 위해 모였을 것이다. 친선경기 온라인 예매가 오픈된지 단 2시간 30분 만에 티켓이 모두 매진될 정도였다. 주최 측도 그 사실을 알고 계약서에 '호날두 최소 45분 이상 출전'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아시아 투어 일정이 너무나 살인적인 나머지 근육 문제와 피로함으로 인한 부상 우려를 이유로 결장했다. 실제로 지난 24일 중국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인터밀란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이것은 선수가 싫증을 낼 정도로 살인적인 일정은 맞다. 호날두는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경기에 뛰지 않겠다고 사리 감독에게 요구했다.

이유를 들어보면 경기에 결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이해가 간다. 앞으로의 경기들을 준비해야 할 프리시즌에 부상당하는 것만은 클럽이나 선수 입장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진 축구팬들이 결장을 두고 실망이 큰 것은 당연하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호날두를 보기 위해 여수에서 5시간 기차를 타고 올라와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지만 그의 결장에 실망했다.

처음에 호날두의 모습이 카메라에 비칠 때마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는 경기장을 압도했다. 경기장에서의 플레이보다 호날두의 모습이 비칠 때 함성이 더 커서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민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되고도 호날두가 나올 기미가 없자 전반전의 열렬한 함성소리는 야유로 바뀌었다. 한 술 더 떠서 호날두의 라이벌인 메시를 연호하기까지 했다.

현재까지의 팬을 대하는 호날두의 모습을 봤을 때, 살인적인 일정 때문에 부상 우려로 결장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경기가 끝난 후 관중들에게 인사나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하지 않았을까? 호날두가 경기가 끝난 직후 바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믹스트존에서 취재를 거부한 것은 관중들의 야유소리와 메시 구호를 부른 것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호날두를 욕하는 모습 ⓒ 박규성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지하철을 타려고 줄을 설 때 지하철 유리에는 호날두를 모욕하는 말들이 적혀 있었다. 기대가 컸으니 실망이 큰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실망을 표출하는 방법이 너무 잘못됐다. 몸 상태로 인해 불가피하게 결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존심이 강한 호날두에게는 메시 구호가 울려 퍼졌을 때 화가 났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선수를 모욕하는 것이다.

물론 호날두를 보기 위해 덥고 습한 날씨에 비싼 돈을 들여 서울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은 기만행위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위약금을 내고 출장시키지 않을 정도로 근육 문제가 있어서 경기를 못 뛰는 상태에서 욕을 먹는 것 또한 선수 입장에서는 부당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정황으로 봤을 때도 그런 일정을 잡은 유벤투스의 잘못이고, 호날두 결장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은 것도 유벤투스의 잘못이다. 하지만 호날두는 그 비난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호날두 댓글 ⓒ 네이버 스포츠 댓글 캡쳐


 
호날두를 옹호하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를 보기 위해 6만 5000여 명이라는 엄청난 관중이 몰려들었는데 경기 내내 찌푸린 표정과 결장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고 그냥 경기장을 빠져나간 행동은 정말 아쉽다. 하지만 호날두의 태도나 행동은 비판받을 수 있으나 정도가 너무 지나치고 방향이 잘못됐다. 팬 서비스와 팬 사인회 불참에 대한 비판은 마땅하지만 부당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현재도 호날두에 대한 기사에는 메시를 찬양하고 호날두를 비하하는 댓글만 달린다. 특정 선수와 비교하면서 까내리기만 바쁘다. 일부는 경기에 뛰지 않을 것이면 몸이라도 푸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고 비판한다(경기에 나오지 않을 것인데 몸을 풀 이유가 없다. 하물며 워밍업을 지시하는 것은 감독인 사리의 권한이다). 실망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을 느끼고 성숙하게 대처하는 축구팬들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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