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가 좋다 편지 강바람은 그늘아래 모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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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chamsu)등록 2019.08.31 15:56

ⓒ 글 그림* 국세현


#그녀의 시가 좋다

편지

강바람은 그늘아래 모아두었다.
새벽별 한송이는 어린 둥지의
날갯짓이 되라 넣어두었고
아침 새소리는 잎들 사이사이에
제법 높낮이 맟춰 걸어놨다.
아침밥 지어먹고 논으로 향하는
노부부의 발걸음은
이 계절의 이정표 될까싶어
길섶에 심었고
한낮의 햇살이야 늘 그렇듯 잘 말렸다.
서리내리기 시작하면
나무아래 의자에 펼쳐놓고 쓰려 한다.
저녁 물소리와 해질 무렵
집집마다 피어나는 불빛
꽃진 자리며 옹이에
조금씩 채웠기에 가을오면
따뜻한 열매로 익을테지만
그리운 것들도 가을이 될런지.
점점 더 알 수 없는 그
이유들이 강의 무늬로 묻어나는 걸 보다
네가 좋아하던 해질녘 빛은
어쩌지 못하고 거기
그대로 두기로 한다.
오늘 하루, 강물소리 따라 저물고
한 사람에 대해 깊어지는 밤이 오면
그건 기다림의 나이테에 새겨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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