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를 보며 다시 선거 제도를 생각한다

[조국 사태, 난 이렇게 본다] 제대로 된 야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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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종(kumchonglee)등록 2019.10.02 18:15
데스 노트냐 눈치 노트냐?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여야 갈등이 고조되면서 정의당은 또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되었다. 초기에 조국 관련 의혹들이 터져 나오면서, 심상정이 대표가 '데스 노트'를 만지작 거린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자 조국 지지자들의 비난이 관련 기사 댓글에 붙기 시작했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의혹이 별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는지, 결과적으로 그 '노트'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눈치 노트', '간 보기'냐 '정의당에 정의가 없다'라며 지지자들의 호된 비판이 이어졌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정의당이 민주당의 '아이콘'을 비판하다 '등 터진 새우'가 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대선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문재인의 복지정책과 사드 응대를 비판한 심상정은 비아냥에 가까운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등장한 것은 '너네 표 준거 후회한다', '다음 정당 투표는 없는 줄 알라'는 "채권자"들의 엄포. 사실상 '민주당 2중대'가 되라는 요구와 당의 정체성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 이 문제의 중심에 선거 제도가 있다면 과장일까?
 
1인 2표제와 정당투표라는 단비

 2001년 헌법재판소는 '1인 1표제' 하의 비례 의석 배분 방식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그 후속 조치로 2004년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역사적"인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인 2표제 실시와 함께 민주노동당이 10석의 원내정당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그 이후에도 '정당투표는 소신투표'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1인 2표제 하의 비례대표는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에 큰 도움을 주었다.  
 

한 표 빌려주세요 정당 투표가 소수 정당에게 가뭄의 단비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표의 등가성을 실현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 선거정보도서관

 
물론, 정당투표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원내 교섭 단체의 조건인 20석을 얻으려면 지역구에서도 10석 가까이 얻지 않고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은 것이 2010년 이래 등장한 '야권 연대'란 이름의 지역구 후보 단일화였다. 2012년 총선은 비록 여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통합진보당은 지역구에서 7석을 포함 13석을 얻는 선전을 했다.

그러나 진보 정당의 활로를 열어준 듯 보였던 정당 투표와 야권 연대는 사실 '독이 든 성배'였다. 진보 정당이 얻은 의석은 그들이 넓힌 외연의 결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범 진보'라 지칭되는 민주당으로부터 '빌려온 표'에 기댄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빌린 것엔 늘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야권이 박빙으로 패한 선거에 출마한 진보정당 후보는 보수 후보 당선에 기여했다고 비난을 받았다.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채권자'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자는 으레 "양념"을 당하곤 했다.
 
나를 대변하는 정당을 보고싶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선출된 대표가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야권 연대와 정당 투표 통해 다른 당 표를 끌어다 쓰니 그 '채무' 때문에 마침내 자신들이 누굴 대표하는지, 어떤 가치를 대표하는지 잊어버린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표의 등가성이 무시되는 현행 선거 제도하에서 또 강고한 양당 체제 하에서 진보 정당 또는 다른 소수정당이 원내 진출을 위해 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페스트트랙 논란을 빚은 이번 선거법 개정안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 비록, 의석을 300석으로 고정하면서 50% 연동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지만, 그 정도면 지지율 6%의 소수정당도 9석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정책적으로 지지 받지 못할 유권자 표까지 얻기위한 어쭙잖은 외줄 타기를 할 필요성도 그에 비례해 감소할 것이다.   

다소 낙관적인 전망일 수 있지만 이 제도가 잘 정착한다면 궁극적으로 100% 연동제와 의원 정수 증대까지 자연스럽게 논의할 공간이 생길 것이다. 정당들도 정책 경쟁에 집중할 수 있고, 유권자도 더이상 마음에 없는 당에 표를 던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당선 가능성만으로 자신의 노선과 다른 정당에 들어가 '미운 오리 새끼' 취급받는 국회의원도 더는 없을테고.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 쓴 초안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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