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진리는 믿음의 문제이다.

정의의 절대화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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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1234yz)등록 2019.10.08 15:22
우리는 과연 각자 '정의와 진리를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들은 각자가 정의와 진리를 외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실지로의 정의이고 진리일까? 그래서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불의이고 거짓일까?

내 개인적인 생각에 정의와 진리란 전적으로 믿음의 문제다. 세상살이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냐?'의 차이일 뿐, 삶 자체가 전적으로 믿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절대 불변의 정의와 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발상 자체가 '파쇼'이다. 입장과 상황, 맥락에 따라 '극단적 이쪽과 극단적 저쪽' 사이의 어느 지점에 우리가 추구해야할 삶이 자리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중 어느 곳을 선택해야할지는 전적으로 각자의 판단이다. 각자의 '믿음'의 영역이다. 종교에서만 믿음이 통용되고 자신의 삶은 '객관적 진리'인 것으로 알았다면 그것은 참으로 큰 착각이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문화, 사회, 삶 자체가 전적으로 믿음의 체계일 따름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믿음의 기반에서 서 있다.

심지어 삶을 허무한 것으로 여겨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 조차 '인생은 괴로운 것'이라는 강렬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에 의미가 없고', '삶에 믿을 것이 없어서' 생을 저주하는 것이 아니다. '삶이 의미가 없다고 의미를 주고' '삶이 믿을 것이 없다고 믿어서' 그런 상태에 다다랐다다는 것이다. 이렇게 '믿음'은 우리 존재의 기반을 구성하고, 우리의 생존 본능까지 좌지우지하는 특성을 만들어 낸다. '믿음'은 생의 본질이다.

이런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자기들 방식의 정의와 진리만이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고 타인에게 이를 강요하는 행태에서 갈등과 분열이 시작된다. 가뜩이나 정치적 헤게모니를 가지고 서로 '정의네 불의네' 하면서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비난 비하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자기가 그렇게 할 때, 상대방도 자신과 똑같은 '믿음의 체계'를 가지고 자신에게 공격해 올 것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다. 내가 뻗은 손가락은 고스란히 내 뒤통수를 향한다.

작금의 조국법무장관을 두고 벌이는 민주-진보 진영 내의 분열이 더욱 가중되고 있어서 이 난해한 '믿음'의 논리를 끄집어 냈다.

거듭 얘기하지만, 현재 조국일가의 혐의는 정확히 드러난 것이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무죄라고 확증할 수도 없다. 아직 '애매모호한 상태'이다. 우리가 정경심 교수의 머릿속에 들어가기 전까지, 검찰이 확보한 모든 자료를 다 확인해 보기 전까지 우리는 진실을 알 수 없다. 우리가 현재 까지 알 수 있는 진실은 다만, 검찰이 과도한 털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과 자한당의 발악이 검찰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 뿐이다. 하여 그에 대해서 비판할 수는 있을망정 그 이상의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우리편 끼리 목소리를 높여서 싸워서는 안 된다. 그것은 각자의 '믿음'을 가지고 판단할 영역이다. 그 믿음을 섣불리 타인에게 강요하는 와중의 분란을 자초함으로 민주-진보진영의 분열을 고조하는 적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조국을 지지하든, 조국을 반대하든 그냥 자기 생각을 표하면 된다. 조국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그 나름대로의 이유와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조국을 지지하는 이들이 불순한 의도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조국을 반대하는 이들 역시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1) 조국을 지지하는 이들중 일부는, 조국을 반대하는 민주진보 진영 내 사람들에 대해서 '왜? 조국 수호에 함께 나서지 않냐? 자한당에게 세뇌당했냐?'며 적폐 취급을 한다. 2) 조국을 반대하는 이들중 일부는, 조국을 지지하는 이들에 대하여 '박근혜-최순실 적폐를 지지하는 일베와 다를 것이 뭐가 있냐?'며 비하하기를 일삼는다.

그냥 각자 자기 생각을 표하면 되는데, 그 수위를 넘어 자기만 절대 정의, 절대 선인마냥 상대에게 비아냥 대고 상대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러한 발상 자체가 자한당 적인 것이고 민주-진보 진영의 기반을 무너트림을 모르는 것이다.

'심지어' 보수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든, 박근혜를 지지하든 그것 마저도 그들의 자유이다. 남들이 자유롭게 자기 결정권과 자기 믿음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비판을 할 권리가 없다. 그에 참견하는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다. 다만 우리가 그들을 비판하고 맞설 수 있는 지점은 그들이 이명박, 박근혜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를 향해 '종북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하며 우리의 자유를 짓밟을 때 이다. 그 때 우리는 비로소 그들의 주장에 개입해서 저항할 권리를 갖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우리가 그들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은 월권이다. 그들이 그들 나름의 믿음의 세계를 살아가는 것을 막을 권리가 우리는 없기 때문이다.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일명 '민주-진보' 진영 사람들이 그 가장 기본적인 판단의 양식도 없다. 자신이 그렇게 믿는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고 있다. 자기가 조국을 지지하면 상대에게 '왜 지지하지 않냐'고 분노하고, 조국을 반대하면 '왜 지지하냐'고 분노한다. 생각과 믿음이 다른 사람들을 견디지 못하고, 비난 - 비하하며 분란을 조장한다. 그런 주장을 접한 상대는 발끈해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비난하고, 또 다른 분노를 표하며 증오는 재생산을 거듭한다.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른 것을 견디지 못하는 한국인들의 특징인지, 자신의 믿음만을 절대화 시키는 한국인들의 특징 때문인지, 하여간 이 불필요한 상호에 대한 믿음의 강요 속에 갈등과 분열이 고조되고 있다.

내가 뭐를 믿고, 뭐를 의지하고, 어떤 이상을 추구하던지 그것은 전적으로 내 자신이 판단할 영역이다. 이 영역을 넘어서 타인의 자율을 침해하는 순간 우리가 외치는 '정의'의 이상은 빛바랜 구호가 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자기 목소리만 내자. 남의 인생 참견 하고, 남의 믿음을 심판하지 말고. 남의 믿음을 조롱하고 자신의 믿음을 남에게 강요하는 그 순간 세상은 지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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