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전 전승' 이탈리아, 암흑기에서 벗어난 아주리 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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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스포츠()등록 2019.11.20 17:01
"아무도 유로 2020에서 이탈리아를 만나고 싶은 팀은 없을 것이다."- 로베르토 만치니(아르메니아와의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

19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기준) 이탈리아 팔레르모 렌초 바르베라 스타디온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아르메니아의 유로 2020 예선 J조 최종전에서 9-1 이탈리아의 대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조별 예선 10경기 전승으로 기분 좋게 유로 예선을 마무리했다.

이미 이탈리아는 7차전을 마친 상태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자칫 동기부여를 잃을 수 있었지만, 나머지 3경기에서도 전승을 거두며 예선 전승과 함께 A매치 11연승과 최초로 유로 예선 전승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60년 만에 자신들이 없는 월드컵을 경험했던 팀인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당시 스웨덴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하며 월드컵 진출에 실패함과 동시에 이탈리아의 상징과도 같았던 부폰과 데로시가 이 경기를 기점으로 은퇴하는 등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는 모양새였다.

다행히 터널의 길이는 길지 않았다. 맨시티와 인테르의 감독직을 지냈던 로베르토 만치니가 지휘봉을 잡은 뒤 이탈리아의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데뷔전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었으나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의 강팀들을 상대로 비기거나 패배하며 좋지 않았던 초반 승률이었다. 부임 초기에 좋지 않은 결과는 자칫 조바심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만치니 감독은 결과보다는 팀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했다.

우선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중원의 조합을 꾸리는데 상당히 고심했다. 플레이의 시작점인 조르지뉴를 중심으로(조르지뉴는 만치니 감독 부임 이후 미국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선발 출장) 나머지 두 명의 미드필더들을 여러 선수와 조합으로 실험했다. 무려 10명의 중앙 미드필더들을 부임 기간 동안 출전시키며 적극적인 세대교체 의지를 보였다. 그 결과 조르지뉴, 바렐라, 베라티 라인을 주축으로 상황에 맞게 만드라고라, 센시, 토날리등의 젊은 자원과 기존 로렌초 펠레그리니, 브라얀 크리스탄테등과 함께 활동량과 기술을 모두 갖춘 수준급의 중원을 구성하게 되었다.

단단한 중원과 함께 전방에서의 파괴력도 눈에 띈다. 2선 자원으로 분류될 수 있는 베르나르데스키와 로렌초 인시녜, 거기에 젊은 자원인 페데리코 키에사와 니콜로 자니올로, 아르메니아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오르솔리니 등 다양한 조합과 전술로 상대를 공략할 수 있다. 전방 역시도 포스트플레이가 가능한 안드레아 벨로티와 세리에A 12경기 14골의 득점 1위 치로 임모빌레라는 서로 다른 유형의 공격수가 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이러한 장점은 수치로 증명된다. 만치니 감독 부임 후 19경기 동안 총 45골을 기록했는데 최다 득점자인 벨로티의 4골을 포함해 총 19명의 선수가 득점을 나눠 가졌다. 많은 자원을 실험했던 만치니 감독의 성향과 다양한 공격 자원을 가진 이탈리아 대표팀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이탈리아 대표팀 사상 최초로 7명의 득점자가 나온 경기였다.

세대교체 역시 순조롭다. 이탈리아 축구에 있어서 지우고 싶은 경기인 스웨덴과의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라인업의 당시 평균 나이가 30.7세로 최근 경기인 아르메니아 전의 평균 나이인 26.0세와 5세 가까이 차이가 난다.

포지션별로 비교해보면 골키퍼 자리는 이탈리아의 전설 잔루이지 부폰을 1987년생인 살바토레 시리구가 메웠다. 시리구 역시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주로 선발로 낙점받는 선수가 시리구가 아닌 1999년생의 잔루이지 돈나룸마인점을 생각해보면 골키퍼 위치에서의 세대교체는 성공적이다.

중원 역시도 기존 파롤로와 데로시가 중심이 되었던 것에서 조르지뉴, 베라티를 필두로 전술했던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그 자리를 메우며 수준급의 중원 스쿼드를 갖추게 되었다. 공격진 역시도 기존 이탈리아에 드물었던 2선 자원들의 등장으로 좀 더 다양한 옵션을 가지게 되었다.

풀백에서의 빈곤함은 아쉽다. 이번에 소집된 풀백 명단은 좌측의 비라기와 에메르손, 스피나촐라, 우측의 디로렌초와 플로렌치다. 비라기는 소속팀 인테르에서 아사모아와의 주전 경쟁에 밀린 상태이며, 에메르손과 디로렌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스피나촐라는 전술적 가치는 높은 선수지만 안정성 면에서 부족하며 플로렌치도 멀티플레이어로서 장점은 있으나 전형적인 풀백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상쇄할 만큼의 압도적인 플레이를 이번 유로 예선에서 10전 전승이라는 기록과 함께 보여주었다. 젊고 재능 있는 자원들의 등장과 기존 자원들의 조화로 60년 만에 월드컵 탈락의 아픔을 딛고 전통의 명가 이탈리아가 다시 그들의 본 모습을 되찾으려 한다.
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10기 김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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