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JTBC 신년토론 방송 이후 진중권 교수가 화제다. 본방사수를 못하고 오늘에서야 마음을 가라앉힌채 그의 방송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가뜩이나 심란한 40대를 맞이한 2020년의 첫 선물이었던 것 같다. 만약 새해 첫날부터 진 교수의 토론을 봤더라면 지난 20대와 30대의 적지 않은 시간들을 지우고 싶었을 것이다. 2000년 초반 그의 '현대미학 강의'를 접한 이래 그의 칼럼과 에세이를 읽으며 그의 주장들을 수없이 복기했고, 수많은 방송과 팟캐스트를 챙겨보며 날카로운 비평에 거북한 속을 달랬었다. 그러나 어제 토론을 접한 이후 너무 혼란스러워 졌다. 그토록 환호하고 오랫동안 닮고 싶었던 진중권 교수가 변한건지, 그를 닮으려 했던 것이 허위적 이데올로기 때문이었는지 혼란스럽다. '허위적 이데올로기', 진중권 교수가 언젠가 정치인 김문수와 서북청년단의 급격한 노선변화를 설명할 때, 그들이 극단적인 보수로 변하고, 과거 같은 진영이었던 이들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이유를 허위적 이데올로기에서 찾았던 것을 기억한다. 과거 자신이 가져온 신념과 보여온 행태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얻으려 했던 정치경제적인 보상과 안정적인 지위가 바로 허위적 이데올로기였던 것이다. 가짜가 진짜에게 가짜라 정의하는 시대에도 진중권만은 내 청춘의 기억으로는 진짜로 남아있으리라 믿었고 여전히 그러하길 바랐었다. 하지만 어제 그의 토론을 보며 진짜라고 확신했던 그의 과거 모습까지도 가짜로 의심될 지경에 이르렀다. 세부적인 토론내용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자신의 고통과 억울함에만 몰입되어 타인의 그것은 보지 못하는 편협함에서 지난 시절 그가 외친 정의는 공염불이 되었다. 보수언론과 검찰의 잘못된 행태를 지나치는 그의 몰상식함에서 지난 시절 그가 상징하던 진보는 입(mouth)진보가 되었다. 30년지기 친구를 그 누구보다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며 공격하던 그는 자신의 직속상관이었던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허위적 이데올로기에는 눈감은 채 궁색한 실직자로서의 눈물만 보였다. 과거 권위주의를 타파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서온 시간강사 진중권은 사라진 채 안정된 지위와 기득권을 누려온 정교수 진중권만 남게 된 것이다. 내 청춘의 평가로는 독립협회 창립위원장이었다 나라를 팔아먹고 만고의 역적이며 매국노의 상징이 된 이완용만큼이나 '허위적 진중권'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알던 진중권은 가짜였던 것이다. 유복한 환경에서 잘나고 훌륭한 형제들을 둔 그는 애초에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해본 적도 약자의 고통과 빈곤을 경험하지 못한 현대판 귀족 그 자체였으니 강남좌파 조국과 실상 별 다를게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진보진영을 놀이터로 여기고, 유명세에 취해 모두까기 인형으로 가장했을지 모를 이에게 내 청춘의 우상을 논하였던 것이 불쾌해진다.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않아 독일로 현실도피를 하려했던 이에게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는 만고불변의 철학을 배우려 했던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된다. 그래서 나는 2020년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한 원더키디처럼 내 지난 20대와 30대의 삶을 관통했던 진중권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지난 시간 가득 채운 허위적 이데올로기의 장막을 하루 빨리 걷어내기 위해서 진중권을 알던 내 청춘에 침을 뱉으마. 끝 #진중권 #유시민 #손석희 #JTBC 신년토론 #조국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