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내 소원은 통일

???????사랑의 불시착 리뷰

검토 완료

김소윤(tn4994)등록 2020.02.05 06:15
<사랑의 불시착 리뷰>

2004년 드라마 <아일랜드>부터 2019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쭉 돈 많고 능력 있지만 까칠한 남자 주인공으로 한결같은 이미지를 굳혀 온 현빈이 올해 또 드라마를 찍었다. 슬슬 츤대레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 지겨울 법도 한데도 20대의 재벌 현빈과 40대의 재벌 현빈은 다른 매력이 있다. 아니, 나이가 들수록 더 멋있어지는 것 같다. 어떤 배우는 한결같이 연기할 수도 있지, 하며 새 드라마를 시작했다.

그런데 제목부터 실소가 터져 나왔다. <사랑의 불시착>이라니. 남한 여자와 북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더니 설마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북한까지 날아가는 설정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재벌가의 능력 있는 사업가 '윤세리'로 분한 손예진의 도도하고 뻔뻔한 연기는 처음부터 시청자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했다. 현빈은 또 어디 현실적인가. 북한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존재할 수 없는 모든 종류의 덕을 갖춘 남자 '리정혁'으로 분했다. 잘생겼지 몸 좋지 싸움 잘하지 머리 좋지 피아노 잘 치지 집안 좋지 여자는 딱 한 사람만 보지 다정하지 모든 여자의 완벽한 이상형만을 모아뒀다.

과연 판타지 드라마다. 북한에 불시착한 세리가 다시 남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펼치는 모든 시도들은 억지스럽게 무마되고 비현실적으로 해결된다. 세리가 다시 패러글라이딩으로 남한으로 돌아가려 할 때 정혁이 같이 비행하는 장면과 죽을 위기에 처한 세리를 구하기 위해 정혁이 오토바이를 타고 총을 발사하는 장면은 이 판타지 드라마에서도 가장 판타지스러운 장면들이다. 그리고 그런 위기 속에서 세리와 정혁은 천천히 사랑에 빠진다. 

이 판타지를 현실로 믿고 싶게 만드는 것은 배우들의 열혈 연기다. 아쉬운 CG 배경에도 불구하고 세리가 예쁜 얼굴을 최대한 구겨가며 엉엉 울면서 무서워할 때, 정혁이 그 깊고 뜨거운 눈망울로 세리를 사랑스럽게 쳐다볼 때 우리는 그 둘의 사랑의 세계에 같이 빠진다. 비현실이 현실이 된다. 그들의 사랑에 웃고 이별에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현실에서 통제되지 않는 다양한 관계에 시달리며 연애를 한다.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고 서로의 이성 친구를 경계하며 서로에게 사랑을 거듭 확인하려 한다. 결국 우리는 상대에게 매달리고 구속한다. 나만을 사랑하라고, 나를 떠나지 말라고. 

이것이 우리의 현실적 사랑이라면 세리와 정혁의 연애는 비현실적이다. 서로의 목숨이 걸려있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사랑을 내려놓는다. 나는 괜찮으니 너의 세계에서 잘 살라고 말한다. 나를 위해 상대방을 구속하지 않고 사랑을 거듭 확인받으려 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상대방이 행복하길 바라며 나를 희생한다. 이런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우리는 오랜만에 본다. 2020년을 배경으로 한 현대 드라마에서 우리는 마음아프게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하는 커플을 만났다. 

이제야 남한과 북한이라는 배경이 이 드라마에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 남자가 혼자만의 강인함으로 한 여성을 지켜내는 이야기,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는 이별도 적극적인 강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남북한은 낭만적인 배경이었다. 휴대폰도 인터넷도 남의 시선도 소용없는 남북한 철책 사이에서 오래된 낭만이 피어올랐다. 

세리의 불행함을 정혁의 다정함으로 채워주길, 정혁의 못다 한 꿈을 세리가 넘치는 재력으로 도와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오늘부터 나의 소원은 통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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