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좀 그만 읽자

검토 완료

송영복(songyb)등록 2020.02.13 14:00
책읽기, 지식쌓기는 한국의 정규교육과정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한다. 우리는 공자를 단 몇분만에 배우고 돈키호테를 또 몇 시간 만에 이해하고 만다. 그렇게 그 작가와 작품의 이름을 오늘날까지 잘 외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어떤 것도 내재화될 수 없는 시간 안에서 그냥 지식도 아닌 Memory를 머리 한구석에 처넣은 꼴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긋지긋한 학창시절이 끝났다고 야자(야간자율학습)의 서글픈 그림자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너무 많은 책읽기를 강요받는다. 책을 쓴 사람이 그렇게 간단히, 그 생각을 단 며칠 혹은 단 몇 주 만에 한 것이 아닐 텐데... 그러니 그것을 느끼고, 생각해서 다시 내 속에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되는데...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그런 시간이 없다. 항상 책을 끼고 살아야지나 훌륭한 사람, 지성인이란 말을 듣는다. "**** 작품 읽어 보셨어요?"가 "**** 에 대하여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보다 훨씬 뭔가 있어 보인다. 독서 토론회도 유행이다. "인문학 거시기 뭐시기가 어쩌고 저쩌고" 라는 포스터를 접하기도 쉽다. 우리의 독서에서 사색이 빠지고 현학이 대신한 성인판 야자의 스멜이 슬슬 올라온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책 좀 그만 읽어라" 정말 완전히 책을 끊으라는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느낌과 생각이 독서의 양과 스피드보다 중요하고 그것들은 사색의 과정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을 온전히 되새김질할 각자의 시간과 느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시간은 책을 덮고 있어야 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현실적 상황이 이러고 보면 책을 읽기보다 책을 아예 끊는 것이 훨씬 아름다울 것 같다. 그 아름다운 시간에 책이 아닌 다른 것으로 우리의 생각을 채우는 것도 좋을 거다. 자연에 대한 관찰이 그것일 수 있고, 사람들과의 길게 이어지는 의미없어 보이는 대화가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할 수도 있다. 면벽을 하며 접하게 되는 담벼락에서도 책 보다 더 귀한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보는 것은 어떤가. 뛰는 심장의 고동을 느껴라. 인간을 다룬 어떤 책도 설명할 수 없는 책 이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 정도 되고 보면 책이 주는 감동은 인스탄트 식품이요 5분 만에 만들어져 나오는 체인점 음식이다.
책 좀 그만 읽고 우리의 영혼을 온전히 우리 스스로의 오감과 이성으로 쌓아보자. 그게 21세기에 우리가 해야 할 죽지 않고 살기 위한 길이고, 경쟁력이고 또한 행복이 될 것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