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는 왜 바이러스 슈퍼전파지가 됐나: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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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지(kkwon0322)등록 2020.02.21 19:44
신천지는 왜 바이러스 슈퍼전파지가 됐나: 세가지 이유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한 지 한 달째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일본이나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초기 대응을 신속하게 해왔다. 각 확진자의 동선을 상세하게 발표했고, 증상이 있는 이는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했다. 덕분에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이 완치돼 '음성'판정을 받고 퇴원하는 일도 있었다. 또, 우한 교민을 수용한 아산, 진천 주민들의 시민의식은 바이러스 위기를 맞은 국민에게 귀감이 됐다. 해당 지역 주민의 따뜻한 배려와 의료진과 봉사자의 노력 덕분에 아산, 진천에 격리된 우한 교민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퇴소할 수 있었다.

1. 출석 인증 제도

하지만 31번째 환자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신천지 다대오지파 대구교회에 다니는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의사들의 바이러스 검사 권유를 두 번이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자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수요일(12일), 일요일(16일) 2시간씩 예배에 참석한 동안 주위의 신도들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됐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큰 문제는 신천지 교회의 특성상 앱으로 출석을 인증하는 제도가 있어 교회에 결석하면 수뇌부에 보고가 된다. 신천지 교리에 따르면 144,000명에게만 주어지는 '제사장'이라는 신분의 필수 요건 중 하나가 예배다. 예배는 '생명'이기 때문에 출석률이 떨어지면 제사장이라는 신분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타지에 볼일이 있어 방문하더라도 꼭 그 지역의 해당 교회에 가서 예배에 참석하고 인증을 해야 한다. 그런 인식과 제도 때문에 타지역 신도들이 굳이 대구에 있는 신천지 교회에 방문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태가 발생했다.

2. 맨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앉는 예배 방식

신천지에서 코로나19가 엄청난 전염력을 보여주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지금 몇몇 언론이 지적하고 있는 신천지의 독특한 예배 방식이다. 신천지는 오와 열이 생명이다. 계시록에 나온 천국(하늘나라)의 모습이 가로세로가 반듯한 정사각형이기 때문에 신도들도 예배 시에 그렇게 앉도록 지시한다. 열이 틀어지거나 줄을 맞추지 않은 신도에겐 돌아다니면서 신도들의 예배 태도를 관리 감독하는 전도사가 곧바로 지적한다. 신도들은 의자에 편하게 앉고 싶지만, 교회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 따르지 않으면 '불순종하는 자'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신도들이 오와 열을 맞춰 땅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상태에서 31번 환자의 비말에 무방비 상태로 감염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신천지의 예배 방식은 31번 환자가 '슈퍼전파자'가 된 것과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만, 신천지 측은 오히려 교회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아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용하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항의한다. 그러나 이는 독특한 예배 방식 지적에 관한 반박으로 부적절하다. 전국 곳곳의 신천지 대형 교회 같은 경우에도 신도들을 맨바닥에 앉히고 압축된 대형을 이루어 예배를 진행한다. 이는 또 한 가지 특유의 예배 문화 때문이다. 몸이 불편하지 않은 이상 의자에 앉아 예배드리는 것을 '교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기도하는 것을 하나님 앞에 최대한 낮아진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교회를 넓은 곳으로 확장 이전하더라도 신천지는 맨바닥에서 예배드리는 문화를 고수한다. 신천지 측의 항의 내용은 '억울한 프레임'을 만들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3. 조직을 위해 썩은 줄기는 잘라버린다
신천지는 교회 차원의 징계 문화가 활발하다. 교주(이만희)와 전국 각지 열두 지파 교회의 지파장을 중심으로 신천지 교회법을 어기거나 교회와 수뇌부에 누가 되면 가차 없이 징계한다. 일명 '배도자'(배신자)가 대표적이다. 신천지 교회의 현황이나 내부의 기밀정보, 수뇌부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밖으로 흘릴 경우 징계 절차가 곧바로 이뤄진다. 31번 환자가 감염경로를 파악하려는 당국의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도 교회 정보를 노출시키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징계는 전신도가 보는 앞에서 일벌백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배 후 광고 시간에 징계를 받은 자의 이름, 나이, 사진 등과 함께 징계 이유를 스크린에 띄워 게시한다. 사회자는 징계자의 징계 이유를 설명하며 신도들에게도 은근한 경고를 한다. 징계자의 사진과 이름, 징계 이유까지 노출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인권침해 소지가 있지만, 조직을 지키기 위한 문화로 치부하고 넘어간다.

신천지 측의 이런 태도는 이번 사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신천지 내부자인 필자 지인의 제보에 따르면 31번 환자가 나오기 전까지 예배 시에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공지조차 받지 못했고 교회 임원들조차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31번 환자가 확진을 받은 뒤에도 신도들은 개인 전도 활동을 계속하라는 전달사항 받았다. 신천지의 수직적인 내부 문화를 고려하면, 어느 한 개인이 마음대로 신도들에게 전도 활동을 지시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그런 면에서 신천지 측이 첫 입장문에 언급한 '거짓대응 매뉴얼'이란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신천지 교회는 애초에 신도들에게 적극적인 공지와 주의를 주지 않았다. 교회와 수뇌부의 안이한 태도가 감염병 슈퍼전파의 원인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 없이 신도 개인의 안전의식 결여로 치부한 신천지의 모습에서 책임감 있는 교회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신천지 교회는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정부와 협력해 사태를 진화하길 바란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을수록 신천지에 대한 국민의 상상은 더해질 것이고 공포는 극대화된다. 공포는 보건당국의 행정력을 낭비하게 한다. 신천지는 대국민 사과문과 함께 국민과 소통하는 책임 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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