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복권에 당첨된다면 복권 당첨으로 일확천금을 쥐게 된 많은 사람이 그토록 원하던 부자가 되었음에도 왜 불행해 질까? 만약 나에게 거액의 복권이 당첨되는 행운이 오면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주눅 들어서 다른 사람 어깨너머로 흘낏대던 화려한 쇼윈도에 전시되어 있는 멋진 옷과 신발로 치장을 하고 그 동안은 엄두도 내지 못한 럭셔리한 식당에서 우아하게 비싼 술과 함께 밥도 먹자. 나보다 훨씬 세련되고 멋진 종업원들에게 아낌없이 팁을 날리며. 다음에는, 평소엔 꿈도 꾸지 못했던 수입차 매장으로 가서 비까번쩍한 멋진 차를 뽑고 구질구질한 살던 곳을 떠나 나와 수준이 비슷한 동네로 이사도 해야겠지. 마누라 또한 내 수준에 맞아야 하니까 명품매장으로 데려가서 적당하게 치장도 하고 동경하던 성형도 쫌 하고 피부와 헤어스타일을 한 번에 관리해주는 에스테틱에 회원가입하고 쫌 산다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피트니스 클럽에 회원가입 할거야. 서울에서 멀지 않은 컨트리클럽 회원권도 하나사고 동네에 있는 물 좋은 골프연습장에 회원가입해서 새로운 골프친구도 사귀고 해야겠지. 그들과 친구가 되려면 내가 먼저 술도사고, 밥도사고 해야겠지.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친구들을 골프초대도 하게 될 거야. 그리되면 나도 그들과 어울려 멋지게 살게 될 테지. 물론 마누라도 그렇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겠지. 그렇잖아도 수준 안 맞는 구질구질한 옛 친구들은 부자인 내게 돈을 빌려달라는 둥 손을 내밀며 비굴하게 굽신 거리고 때론 위협도 하는 바람에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수준이 안 맞으면 참 서로가 불편하고 피곤하다. 이 참에 인간관계를 새로 싹 정리해야겠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내다 보니 마누라나 나나 둘 다 각자의 생활이 바빠서 요즈음은 일주일 내내 얼굴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다. 각자의 생활 영역이 생긴 것 같다. 하긴 나도 요즘 들어 마누라가 그다지 아쉽지 않다. 어차피 식사는 각자 거의 외식을 하고 빨래나 청소는 외국인 파출부가 대행해 주니 불편하지 않다. 아이 하나는 대학생이라 주기적으로 용돈, 학비만 온라인 처리하면 되고 간혹 돈이 아쉬우면 전화할 뿐이다. 생일 등 특별한 날에나 마지못해 만나서 밥 한 끼 먹는 것으로 가족임을 확인할 뿐이다. 다행이 경제권은 내가 쥐고 있어서 마누라든 아이든 내게서 돈을 받아쓴다. 그래도 요즘은 은근히 미래가 걱정되기도 한다. 지금과 같이 생활하면 대략 10년 정도는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다.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다. 앞으로 몇 년간은 생각 말고 마냥 즐기며 살아야겠다. 요즘은 주변에 사람이 제법 꼬인다. 최근 몇 년은 이런저런 사교모임에서 새롭게 사귄 친구가 많다. 마누라 또한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그들 그룹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지출도 많이 하고 때론 자존심에 상처도 받았지만 이제는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그들도 우리를 받아들인 것 같다. 가끔은 근본 없는 것들이란 뒷담화도 듣긴 하지만 그들이라고 나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아 괜찮다. 특히 요 근래에 이런저런 일로 알게 된 여자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는 편이다. 그녀들에게서 스타일이 좋다느니 내 나이대로 보이지 않는다느니 몸 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그런 체형을 유지하느냐 느니 등등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런 찬사를 듣고 나면 거울을 보면서 혼자서 배시시 웃기도 한다. 마누라 하는 얘기를 언뜻언뜻 듣다보면 마누라 또한 주변에서 나와 비슷한 말을 듣는 단다. 과히 기분 나쁘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나나 마누라나 몸치장하는 비용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하지만 기꺼이 감수할 만하다. 내 인생에 이런 황금기가 찾아오다니 정말 요즘은 살맛난다. 아아! 정말 고민이다. 그녀가 내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시해 올 줄은 몰랐다. 주변 여성들이 내 외모를 칭찬하기도 하고 어려 보인다는 등 얘기를 평소에 심심찮게 듣기는 했지만 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리고 앞이 창창한 그녀가 내게 드러내는 감정에 대해 의심스러운 생각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갖출 것 다 갖춘 그녀가 뭐가 아쉬워서 내게 그럴까 생각해 보면 지나친 자격지심 아닌가? 내게도 여성들의 호감을 살만한 매력이 충분히 있다. 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그녀는 나이답지 않게 순수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마누라가 요즘의 내 행태를 눈치 챈 것 같다. 하지만 크게 괘념치 않는 것 같다. 왠지 머지않아 결정의 순간에 몰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은 이미 돌아 섰지만 그 외에 복잡한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들로 마음이 심란하다. 가능하다면 결정의 시기를 최대한 미루고 싶다. 어쩌면 그냥 이대로 지내자고 그녀를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아!!!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어제는 마누라와 우리의 재정문제에 대해 의논했다. 애초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지출이 늘어나 10년은 고사하고 2년 후에는 뭔가 결단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집도 있고 여유자금도 그런대로 있으니 뭔가 해 볼만 한 여지는 많다. 골프모임에서 친구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어보면 누구는 부동산개발업으로 잘 나가고 있으며, 누구는 엔젤투자로 떼돈을 벌었고, 앞으로 몇 년간은 어떤 업종이 전망이 좋다든가, 또는 누구는 잘나가는 증권사 에널리스트인데 투자에 귀재라는 등 돈 될 만한 고급정보를 쉽게 듣곤 했다. 게다가 그들 중 몇몇은 돈을 모아 공동투자 해서 쏠쏠한 재미를 보는 듯 했다. 그들은 가끔 내게 무얼 해서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느냐고 장난삼아 묻곤 했다. 나는 OB난 공을 찾으러 함께 걸어가며 그 동안 몇 년을 지내오면서 가장 믿음이 가는 두 살 어린 동생뻘 친구에게 넌지시 물었다. "내가 요즘 여유자금이 좀 생겼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을까?" 왜요 돈 벌고 싶어서요? 아니 그냥 뭐 좀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 . . 에이 그냥 맘 편하게 있는 돈 조금씩 쓰면서 편하게 사세요. 요즘 뭘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시기예요. 아우님은 요즘 어디에 재테크하시나? 좋은 정보 있으면 좀 알려줘. 내가 술 한 잔 살게. 저도 요즘은 그냥 은행에 넣어두고 있어요.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남한테 투자조언 같은 거 하지 않아요. 잘못되면 원망 듣고 욕이나 먹는 일을 왜 하겠습니까?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투자라는 게 워낙에 위험이 따르는 일이라서 항상 손해를 각오해야 해요. 그래서 없어도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돈 범위 내에서 만 해야 합니다. 누가 투자를 권유하든 제 말대로 하시면 낭패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가만히 보니까 아우님은 그 동안 투자에 실패한 적이 없는 것 같던데. 무슨 말씀을. 실패했다고 동네방네 떠들기만 안했지 왜 실패가 없겠어요? 얼마 후 A라는 친구에게서 얼마 전 라운딩하면서 조언을 구했던 그 친구가 투자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A말이 "그 친구는 워낙 조심성이 많고 명석해서 자기가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는 게 아니면 달려들지 않지요. 그래서 엔간해서는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요. 주변 사람은 다 알죠.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껴들고 싶어 안달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죠. 그 친구 저더러 누가 책임지라고 하기를 했나. 아무튼 좀 정이 안가는 친구예요. 여자 친구의 성화는 선물공세와 달콤한 아부로 오늘까지는 잘 막고 있다. 마누라 모르게 신용카드 하나를 발급 받았다. 마누라와 심각하게 재정문제를 의논했다. 하지만 이제는 씀씀이를 줄일 수 없다는 데 합의했다. 나는 마누라에게 나의 투자계획에 대해 통고했다. 마누라는 자기의 투자처가 더 확실하다고 나를 설득한다. 아무리 서로 얘기해도 합의된 결론은 없다. 결국 내가 2/3를 투자하고 1/3은 마누라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집은 다행이 내 명의로 돼있다. 늦가을 비의 쌀쌀한 한기로 한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지던 어느 날 친구들과 스크린골프와 술 한 잔 하는 자리에서 그 친구가 며칠 후 나도 아는 어떤 모임에 참석할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우연을 가장해 그 친구를 만났다. 아우님 요즘 얼굴보기 어렵던데 무슨 좋은 일 있는 거 아냐? 아! 좋은 일이라기보다는 제가 좀 바빴어요. 소문은 그게 아니던데? 아니 누구한테서 무슨 말을 들으신 거예요? 내가 아우님 하는 일에 관심 많은 거 알지? 아무튼 여기서 무슨 말을 할 수는 없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무슨 말씀인지 들어보죠. 언제가 좋을까? 아니 지금 정하시게요? 왜 안 돼? 제 스케줄 확인도 해봐야 하니까 다음 주쯤 전화 주세요. 나는 2주 후에 그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나는 단도직입으로 그에게 말했다. 아우님이 요즘 하고자 하는 일에 나도 좀 낄 수 없을까? 무슨 일인지나 아세요? 지금부터 들으면 되지. 누가 투자를 그렇게 무모하게 결정해요? 좌우간 이번 일은 이미 세팅이 돼있어서 달리 어쩔 수 없어요. 세상에는 형님 돈을 노리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는 거 알고계시죠? 그렇게 경솔하게 결정하시면 안 됩니다. 정말 위험해요. 여기까지 오셨으니 공부 겸해서 제가 해온 일,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자료를 드릴 테니까 한번 읽어 보세요. 그는 이번에 종료된 프로젝트와 관련한 사업성과 보고서와 사업내용에 관한 두툼한 자료를 내게 건네줬다. 참고로 이번에 시작하는 사업은 지난 사업내용을 그대로 승계하는 사업으로 완제품 수요처와 원자재에 대한 공급단가와 물량이 이미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적 변동성이 작아요. 즉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죠. 가장 큰 리스크는 계약상대방이 도산하거나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원자재 공급이 어려워지거나 가격이 폭등할 경우입니다. 그럴 때는 원금을 날릴 수도 있어요. 어때요? 가슴이 섬뜩하죠?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주변의 평판이 좋고 내 입장에서 위험을 저렇게 강조하는걸 보니 믿을 만 하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 졌다. 나도 지식은 짧지만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사람에 대한 판단을 그르친 적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년간 그가 보여준 믿음이 있다. 게다가 예상되는 수익이 매혹적이다. 나는 며칠 후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아우님 덕분에 몇날 며칠을 열심히 공부했어. 그래서 이제 조금 알듯해. 조금 알듯해서는 안돼요. 확실히 이해해도 부족한 판에. 알았어, 알았어. 아우님도 참 까칠한 데가 있어 허허. 아무튼 이번은 이미 끝났다니까 어쩔 수 없고 언제 또 기회가 있을까? 형님 그렇게 안 봤는데 참 끈질기시네요. 이번 사업 진행해 가면서 수요처의 사업 확장이 결정되면 그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동일한 구조로 2호 사업이 추진돼야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참여자 모두가 동의해야 해요. 또 하나 이 사업은 보셨다 시피 규모가 제법 커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의사결정과정과 기타 여러 가지 일들이 복잡해져서 투자자를 소수로 제한합니다. 그래서 투자자 1인당 00억원 이상으로 하고 있어요. 좌우간 추가사업은 최소 3개월은 지나야 알 수 있어요. 나는 최소 금액을 듣고 당황했다. 하지만 내가 구걸하다시피해서 얻은 기회이기도 하고 돈이 모자란다고 하기에는 체면이 말이 아니어서 마누라를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마누라에게 제대로 말도 못 부치고 야멸차게 거절당했다. 궁리 끝에 나는 집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기로 했다. 3개월 후 나는 자금을 마련해서 투자했다. 발생 가능한 몇 가지 경우 1. 투자에 성공해서 1년 만에 원금의 30%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었다. 1) 나는 투자의사 결정과정에서 보듯이 엄청 무모하고 위험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없다. 2) 따라서 이번 투자결과는 거의 전적으로 운이 좋았을 뿐이다. 3) 투자결과는 운이 좋았으나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 즉, 나는 언제고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아주 크고 지난 투자에서 배우지 못했다. 4) 가정과 연애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다행이다. 5) 마누라는 이미 털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래저래 가정은 끝이다. 2. 투자에 실패해서 모두 날렸다. 1) 운도 나빴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2) 교훈을 얻었겠지만 이미 쓸모없다. 3) 온 가족이 나를 증오한다. 4) 마누라도 이미 털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마누라가 다른 사람과 있는 것을 보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5) 집도 날아가서 노숙자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3. 사기 당했다. 1) 아! 이를 어쩌나? 시작부터 예견됐던 일이 일어났다. 2) 교훈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이제 집도 없다. 3) 온 가족이 나를 증오한다. 4) 마누라도 이미 털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마누라가 다른 사람과 있는 것을 보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5) 주변으로부터 동정이라도 받을 가능성 보다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훨씬 커 보인다. 6) 하소연할 곳도 없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가능한 경우 중에 현실적으로는 3번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 불구하고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 이런 경로와 다르게 복권 당첨 전보다 지혜롭게 더 좋은 삶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고, 당첨금액이 비교적 적어서 별다른 변화가 없을 수도 있고, 워낙에 부자라서 당첨 금액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당첨은 그야말로 행운으로 끝까지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당첨으로 인하여 준비가 안 된 체 변화의 큰 물결에 노출된 사람은 행운은 그저 잠깐의 환각일 뿐이고 거대한 파도는 재앙으로서 현실이다.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에 불구하고 아무도 강제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스스로 그렇게 몰락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와 모순이 참 슬프다. 덧붙이는 글 - #자산관리 #리스크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