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의 도봉구 주민들이 만나 '놀아본다면'?

서울 도봉구민청 구민운영단의 소소하고 유쾌한 도전

검토 완료

고경연(y0828)등록 2020.03.03 14:3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47&aid=0002236717 (20대 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구민이 만들어 낸 '팀')과 이어지는 2편 기사입니다.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주민들 ⓒ 도봉구민청

 

"담주엔 아는 사람들도 데리고 와도 될까?"
프로그램을 마친 백발의 어르신이 조심스레 묻자, '구민운영단'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것은 열 다섯 명의 주민들이 모여 6개월만에 이루어낸 작은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주민활동가 구민운영단이 직접 기획한 문화 프로젝트 '구민운영단과 놀자'가 지역에서 첫선을 보였다. 음악, 미술, 요리, 원예 등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놀 수 있는' 5주차의 재미난 과정. 이는 도봉구민청에서 지원한 10주간의 운영단 양성 교육과 두 달간의 문화예술 자원봉사, 실습을 마친 구민운영단이 야심차게 만들어낸 프로그램이었다.
 
 

구민운영단과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어르신들 ⓒ 도봉구민청

 
구민운영단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인만큼, 참가비는 모두 무료. 참여자 모집도 현장에서 그야말로 '게릴라'로 진행되었다.
 
"그냥 오시면 돼요! 저희랑 재밌게 놀아요~"
 
서툴지만 열심히 만든 홍보 포스터를 A4 용지에 인쇄해 구청에 들린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먼저 손을 내민 구민운영단. 특히 운영단의 '맏형님'인 전영배 어르신은 누구보다 홍보에 열성을 보이며 말했다.

 

구민운영단으로 활동중인 전영배 선생님 ⓒ 도봉구민청

 
 
"내가 딴 능력은 없어두, 사람 모으는거 하나는 열심히 할 수 있어. 나이 든 사람들은 뭘 같이 하는게 눈치 보이고 부담이 되거든. 나도 그랬고. 근데 그게 아니야. 와서 주민들끼리 재밌게 노는 거잖아. 한 명이라도 많이 하면 좋지."
 

열심히 발품을 팔아 이뤄낸 홍보 덕분일까. 첫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10분 전부터 주민들이 세미나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구청 한 켠에 앉아 홀로 적적하게 시간을 보내던 몇몇 어르신부터 친구 손에 이끌려온 아이들, 우연히 들린 학부모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운영단은 떨리는 마음으로 첫 프로그램인 '음악놀이'를 진행했다. 실버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정란 선생님과 공연 경험이 많은 국다경 선생님을 필두로 음악과 즐거운 신체활동이 어우러진 1시간 가량의 수업.
 
   

회의중인 구민운영단의 모습 ⓒ 도봉구민청

    첫 실전에서 '감'을 익힌 운영단은 이후에도 틈날때마다 모여 프로그램 준비에 열을 올렸고, 회를 거듭할수록 더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가수, 강사, 학부모, 대학생 등 각자 다른 환경에 놓여 있었지만 운영단은 서로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쿠킹 수업을 준비중인 구민운영단 김영순, 어은숙 선생님 ⓒ 도봉구민청

 
 
누구 하나 준비를 게을리 하는 사람이 없었다. 컵케이크를 만드는 쿠킹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는 팔이 아플 때까지 함께 생크림을 젓기도 했고, 미술이나 원예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운영단 모두가 강사가 되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 한 명, 한 명의 곁에서 친구처럼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처음에 참여를 망설이던 어르신은 이후 양로원에서 만난 다른 어르신들을 함께 데려오기도 했고, 아이와 어머니가 프로그램 20분 전부터 미리 세미나실에 도착해 수업을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
 
'구민운영단과 놀자'가 5회차의 진행을 마치고 막을 내린 후에도,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던 도봉구민청으로 향후 수업을 더 진행하지 않는 지에 대한 문의가 심심치않게 들려오기도 했다. 수업도 수업이었지만, 동네 이웃처럼 친근하고 유쾌했던 운영단의 안부를 물어보는 주민들도 있었다. 이 정도면 대성공이었다. 프로그램 기획의 첫 목표처럼 '재밌게 놀았던' 구민운영단. 이 작은 도전들로 시작된 프로그램은 주민들 뿐 아니라 운영단에게도 용기가 되어주었다.
 
구민운영단 강경숙 선생님은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도전해서 좋았어요. 다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니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의 역할이 생겼거든요."
라며 한 달간의 프로그램 활동을 추억하기도 했다.

 

구민운영단의 원예 수업에 참여한 주민들과 함께 ⓒ 도봉구민청

 
 
도봉구민청 구민운영단의 활약은 올해도 계속될 예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외부활동이 어려워진 현재는 아직 회의나 모임을 갖지 못하고 있지만, 구민운영단은 건강하게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올해의 다른 도전들을 꿈꾸고 있는 중이다.
 
종종 각자의 위치에서 때로 힘들고 지치는 날이 올 때면, 15명의 구민운영단이 해냈던 모든 기억들을 떠올리며 다시 용기를 낸다는 운영단. 이들의 활약을 다시 만나볼 수 있는 따뜻하고 건강한 봄이 지역에 곧 찾아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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