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댓글공작 게이트, 일명 '차이나 게이트', 사실일까?

여기저기 퍼지는 근거없는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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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kbs0131)등록 2020.03.08 14:30
 2020년 2월 26일,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이하 일베)'에서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말하고 싶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옛날부터 중국 공산당의 지령으로 수많은 조선족들이 온라인 상에서 갈등 조장, 문재인 정부 옹호 댓글 조작,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의 여론 조작을 펼쳐왔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에는 더욱 길고 구체적으로 작성된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얼마 후, 국내 최대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의 '우한 마이너 갤러리(이하 '우한갤')' 게시판에서는 그 두 글과 그 글에 달린 댓글을 토대로 정리글까지 올라왔다.
 

2월 26일, 자신이 조선족이라고 밝히며 올라온 글 조선족이 중국 공산당의 지령을 받고 대한민국의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 김범수

 

 이 글이 낳은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우한갤의 네티즌들은 '문재인 대통령 응원 청원' 등의 키워드로 게시글이나 댓글을 써서 실험을 시작했다. 글을 저렇게 써놓고, 글과 함께 동타이왕(动态网) 등의 중국에서 금지한 반정부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걸어놓은 것이다. 이런 식으로 조선족을 '감별'해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자 우연히 "나는 개인이오"라는둥 어색한 댓글이 올라기도 했다. 이후, 네티즌들은 이를 세상에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차이나 게이트'와 '나는 개인이오'를 순위권에 올려놓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사건을 다루는 언론사도 있었고, 수많은 유튜버들이 이 사건을 컨텐츠로 영상을 만들었다. 심지어 미래통합당의 이언주 의원은 3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차이나 게이트'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주목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유명해진 이 '차이나 게이트'. 과연 신빙성이 있을까?
 

3월 1일 인터넷 실시간 검색 총공(총공격의 준말)을 촉구하는 호소문 실제로 3월 1일 새벽1시부터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차이나 게이트'였다. ⓒ 김범수

 

대통령 응원 청원 링크로 위장한 댓글 대댓글에 '나는 개인이오' 라는 어색한 글이 보인다. ⓒ 유튜브 캡처


빈약한 근거, 앞뒤가 맞지 않는 당사자의 주장

 26일에 올라온 첫 글의 작성자는 해당 글의 댓글에다가 "나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5살 때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와서 그 후엔 중국에 가본적이 없다. 중국어 못하고 군대도 다녀왔고 국적도 한국인이다."라고 썼다. 그리고 본문에는 자신은 조선족 사회에서 살지 않아 작성자가 조선족이라는 건 아무도 모른다고도 했다. 즉, 조선족 사회도 경험해보지 못하고 일생을 한국에서 살았으며, 중국어도 할 줄 모르는데 도대체 어떻게 중국 공산당의 여론 조작 행위를 알아챘을까? 이렇듯 해당 글에서 작성자의 주장은 시작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나는 개인이오" 등의 어색한 문법이나 번역기를 돌린듯한 문체를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과연 조선족들은 한국어 실력이 한국인들보다 뒤떨어질까? 조선족이 쓰는 한국어를 보통 '중국 조선어'라고 한다. 대한민국 표준어와의 주요한 차이점을 몇 가지 짚어보자면, 두음법칙이 없고, 사이시옷은 합성어 조성에서 소리만 내고 표기하지 않는다. 띄어쓰기의 경우에는 대한민국 표준어와 달리 의존명사,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나 열거하는 말을 보조 용언에 붙여 쓴다. 그리고 일상 회화에서는 한자어를 한국어 독음으로 읽지 않고 중국어 발음으로 읽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표준어 보다는 북한의 문화어와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즉, 중국 조선어는 한국어를 할 줄 안다면 표현이 조금 다를 뿐 읽고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한갤 네티즌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어색하고 이상한 댓글들에는 이러한 중국 조선어의 특징이 전혀 없다. 이러한 점을 다 차치한다고 하더라고, 그러한 어색한 댓글을 쓴 사람이 진짜 중국인인지, 중국인이라고 흉내를 내는 것인지 알 방법도 딱히 없다.

우한갤 네티즌들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중국에서 금지한 반정부 사이트로 이어지는 링크를 클릭하게 하고, 돌아오는 반응을 보고 중국인인지 구별하고 있다고 앞서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놓친것이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중국인들에게는 딱히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도 이미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여 차단하고 있는 사이트다. 중국에서 이러한 사이트에 접속해 활동하는 중국 네티즌들은 이미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대한 우회수단을 쓰고 있다. 이미 그 사람들은 당국의 법을 충분히 어기고 있고, 금지된 반정부 사이트에 들어간다고 해도 딱히 상관이 없는 것이다.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는 사이트 중 하나인 동타이왕(???) 중국 공산당의 인권 침해사례 등이 주로 올라오는 반정부 사이트이다. ⓒ 김범수

 

 어떤 네티즌은 옛날에 몇몇 포털사이트 뉴스 기사들의 베스트 댓글이 중국인 네티즌들에게 사실상 점령되다시피 한 적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또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인터넷 상 여론을 조작하려면 적어도 한국어는 할 줄 알아야 할텐데 그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댓글들을 보면 한국어는 한 마디도 없고 전부 중국어다. 그들은 한국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중국 네티즌들의 이러한 댓글공세는 대한민국 내의 정치적인 사안을 다루는 뉴스에는 정작 나타난 적이 없다. 
 

댓글란을 점령한 중국어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예선에서 중국 대표가 실격하자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중국인 네티즌들이 댓글창을 도배를 했다. ⓒ 네이버 스포츠 캡쳐

 
중국 정부의 댓글 알바 우마오당(五毛黨)을 이번 차이나 게이트의 근거로 내세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마오당의 행보는 이들이 말하는 '차이나 게이트'와 일절 관련이 없다. 하버드대 연구팀의 분석 결과 우마오당은 네티즌과 논쟁하거나 논쟁의 소지가 있는 댓글은 쓰지 않고, 주의를 분산시키는 일에 집중한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를 찬양하거나 공산당 혁명 역사를 선전하는 글을 올리는 방식이다. 타국의 정치 세력을 지지한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들이 주장하는 '차이나 게이트'와는 아주 다른 양상이다. 차이나 게이트의 근거로 보기 힘들다.

소수자에 대한 유언비어가 퍼지는 대한민국 사회 

이러한 행위들이 도대체 중국과 조선족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지도 애매하고, 심지어 그 방법도 쓸데없이 복잡하다. 즉각적으로 실효성이 있는 반응을 이끌어내기 힘든 청와대 청원 시스템을 사용한다던가, 게다가 그 방법도 VPN 우회를 하는것도 아니라 굳이 중국을 경유해서 접속해서 청원수를 조작한다는 주장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해커들도 자국의 ip를 그대로 달고 활동하지 않는다. 자국의 ip를 당당히 드러내고 활동하면 바로 어디서 공격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씩이나 되는 거대한 집단이 이렇게 허술하게 공작을 벌였다는것은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

이 논란의 시작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로 시작됐다. 조선족이 한국 여론을 장악하고 대선을 포함한 온갖 선거를 조작하고 있다는 음모론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조선족은 그렇게 거대하게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기는커녕, 대한민국 사회에서 소수자에 속한다. 소수자에 대한 공포증과 혐오를 교묘하게 자극해서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수면 위로 떠올렸다. 1923년 관동 대지진때 퍼져나갔던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라는 유언비어로 인해 조선인들은 아무런 죄도 없이 학살당했던 아픈 역사가 있다. 세월은 100년 가까이 흘렀지만, 이러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는 이제 대한민국 사회에서 마구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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