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블랙 스완..빌보드 1위보다 중요한 '정체성'

방탄소년단 '블랙 스완 뮤직비디오'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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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tkddjrhrl)등록 2020.03.09 15:23

글로벌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BTS)의 고뇌는 무엇일까.
 
최근 발표한 '블랙 스완(Black Swan)' 뮤직비디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5일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 수록곡 '블랙 스완'(Black Swan) 오피셜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앞서 아트 필름 형태로 전문 무용수들의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이 공개됐는데 이번에는 방탄소년단의 혼(魂, soul)이 담긴 '블랙 스완' 뮤비가 공개돼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블랙 스완'은 슈퍼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이 예술가로서의 고백을 담은 곡이다. '블랙 스완'이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신화를 써내려갔다. 미국 빌보드에 진출하며 '제2의 비틀즈'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와 함께 미국 대중음악계의 주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성취의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힘겹게 정상에 섰지만 내리막은 가파르다는 진리를 잊지 않고 있다. '블랙 스완' 뮤직비디오에서 바로 그 점과 함께 신인시절의 마음가짐(초심·열정·정체성)을 잊지 말자는 뜻이 담겨있다.
 
'블랙 스완' 뮤직비디오는 20세기 현대무용의 거장 마사 그레이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 첫 번째 죽음은 무용수가 춤을 그만둘 때다. 그리고 이 죽음은 훨씬 고통스럽다"는 명언을 전면에 내세운다.
 
'블랙 스완' 가사 중 "심장이 뛰지 않는대, 더는 음악을 들을 때 Tryna pull up, 시간이 멈춘 듯해, Oh that would be my first death (오 그게 나의 첫 번째 죽음일거야)"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큰 틀'에선 케이 팝(K-POP) 스타일+방탄소년단만의 유니크한 스타일로 미국 빌보드에 진출한 방탄 멤버들은 변화의 기로에 놓였다.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하되, 미국 팝 시장에 맞춘 곡들을 내놓고 있다. 또 미국 싱어송라이터와 협업한 곡들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블랙 스완' 뮤직비디오는 여기서 잠시 되돌아간다. '방탄스러운 음악'을 잊지 말자는 7명의 흑조들의 몸부림이 담겨 있다. '블랙 스완'은 클라이맥스가 거의 없이 평탄하게 흐른다. 잔잔한 강에서 7명의 흑조들이 고민을 털어놓는다.
 
백조→흑조로 변하는 지민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빛나는 백조보다 어두운 흑조가 되려하는 지민은 성공 뒤의 그늘(이면)을 살피며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뜻이 담겨있다.
 
'블랙 스완' 가사에서 잘 드러난다. "자꾸 초점을 잃어. 이젠 놓아줘. 싫어. 차라리 내 발로 갈게. 내가 뛰어 들어갈게. 가장 깊은 곳에서 나는 날 봤어" "천천히 난 눈을 떠. 여긴 나의 작업실 내 스튜디오. 거센 파도. 깜깜하게 나를 스쳐도. 절대 끌려가지 않을 거야 다시 또"
 
만인의 시선을 독차지 하는 백조가 됐음에도 방탄소년단은 갈증을 호소하고 있다. 지민은 미국 LA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맨발 투혼을 펼치며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정체성, 이것은 빌보드 1위보다 중요하다. 방탄소년단(BTS)스러운, BTS다운, 오직 방탄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계속' 만들자, 그 철학을 잊지 말자는 게 블랙 스완 뮤직비디오의 숨은 뜻 아닐까.
 
정체성이란 자아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방탄스러운 곡으로 미국 빌보드 정상에 선 7명의 흑조들이 초심의 열정을 강조하고 있다. 7명의 블랙 스완의 격렬한 맨발 투혼이 더욱 가치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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