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와 묘하게 닮은 조선 시대 역병, 좀비 드라마 <킹덤>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리뷰

검토 완료

김소윤(tn4994)등록 2020.03.12 10:57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면서 넷플릭스 등에서 재난, 스릴러 영화의 순위들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넷플릭스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다. <킹덤>은 한국에서 제작한 좀비 드라마 중 가장 성공했을 뿐 아니라 넷플릭스라는거침없는 제작사가 한국에 필요한 이유를 훌륭하게 증명해 낸 작품이다. 시즌 1이 여러 나라에서 호평을 받으며 아쉽게 끝났고 오는 3월 13일, 시즌 2가 방영된다. 

<킹덤>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외딴 마을부터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는 이야기이다. 시즌1 에서는 특히 시스템이 없는 사회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생전 처음 보는 좀비, 즉 괴물을 본사람들은 자기 살길을 찾느라 우스꽝스러울만큼 야단법석을 떤다. 어이없고 한심해 보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소위시스템이 갖춰졌다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백성들 즉 국민들의 안전과불안과는 상관없이 본인의 안위와 권력 유지에만 신경을 쓴다. 그 틈을 이용해 말도 안 되는 부적을 팔며 돈을 벌려는 사람들, 양반의 시신을 태울 수 없다는 오랜 종교적 믿음으로 오히려 역병을 퍼트리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지금한국, 우리 옆에 버젓이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킹덤>은 왕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배 권력층이 약초를 이용해 왕을 좀비로 만들었다는 설정부터 그로 인해동래라는 외딴 마을에 좀비가 창궐해서 그것이 왕이 있는 한양으로 외려 퍼져나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전개가 아이러니하면서도 탄탄하게 진행된다. 보통 이유를 알 수 없게 발병하는 다른 좀비물과 다르게 권력층의 야욕이 끔찍한 비극을 불러오는 설정이 이야기를 더욱 사실감 있고 끔찍하게 만든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역병이 경상도지역에 본격적으로 퍼진다는 지역적 공통점도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묘하게 일치한다. 

좀비가 되어 버린 왕의 비밀을 캐내고 동래를 지키는데 앞장서는 사람이 왕의 세자라는 점도 중요하다. 처음에 세자는 아버지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할 뿐이지만 점점 백성들을 위해 희생하는 진정한 리더로 성장한다. 재밌는 것은 다른 탐관오리들이 먼저 배를 타고 동래를 떠나버리기 때문에 그가 백성들을 이끌게 되는 것이 반강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상적인 장면은 세자가 "나는 다르다! 나는 이들을 버리고 간 무관들과도 다르고 혜원 조 씨와도 다르다! 난 절대로 이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라며 노인을 태운 마차를 좀비로부터구하는 장면이다. 

즉 <킹덤>은 좀비 드라마일 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꽃피는 세자의 성장 드라마라는 데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세자가 맞서는 상대가 좀비뿐 아니라 세자 그 자체를 저지하고자 하는 권력층이기 때문에 그는 그 자신이 살아남기위해서라도 강해져야 한다. 백성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진정한 국왕이 되어야 좀비도 물리치고 권력도 차지할수 있다. 그가 되려는 것이 좋은 지도자라면 그 과정이 타의인지 그의 진심인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다른 작품에서 강하고 거침없는 스타일의 연기를 주로 보여주었던 세자 '주지훈'은 <킹덤>에서 좀비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본인과 백성들의 안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막무가내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정치가에게 질린 현대의 우리에게 백성들의 목소리에 흔들리고 성장하는 그는 매력적이다. 왕의 인간적인 매력이 드러나는 주지훈의 연기력이야말로 외국에서조차 '갓'의 열풍을 일으키게 한 요인이다.

한편 거침없는 행동력으로 좀비를 창궐하게 한 심상찮은 총 솜씨를 가진 평민과 두려움에 망설이는 세자를 의기투합하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의녀 '배두나'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배두나는 극 중 누구보다도 백성들을 위하는 의협심과 용맹함이 강한 캐릭터로 주요 인물들을 단합시키고 좀비에 대항할 수 있는 주요 단서들을 제공함으로써 이야기의 큰 맥락을 끌고 나간다. 여태까지 한국 사극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주로 궁궐에 앉아 음모를 꾸미거나 남성들의 보호를 받기만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치 코로나 19에 대응하며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지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을 연상시킨다.

<킹덤>의 역병과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가장 소름끼치게 비슷한 점은 사람들이 그 병을 막자고 주장하는 방법이다. 좀비가 되는 역병은 고칠 수도 없고 그때의 공권력으로도 해결할 수가 없으니 경상도를 봉쇄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전개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방역과 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진 현대 대한민국에서 중국 입국 금지와 대구 봉쇄라는 비인간적 조치는 대체 왠말인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욕심이 낳은 무분별한 자연 파괴와 잔인한 육식 생활은 앞으로도 인간을 해하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것이다. 다가오는 <킹덤> 시즌 2에서 인간이 어떻게 좀비를 막아내고 한양을 수호할지, 혹은 과연인간이 결국 승리를 할지,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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