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교실에서 꼼짝하지 말라고?

- 교육부는 코로나19를 핑계로 교육을 과거로 회귀시키고 싶은 것일까?

검토 완료

김명신(asanyeo1)등록 2020.03.30 10:25
교육부가 24일 개학 후 학교 내 '코로나 대응'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학교에서 개학을 대비해서 학습준비물실을 정리하다가 이 가이드라인 발표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정말 너무나 황당하고 전형적인 탁상공론이었다.
요즘 교사들은 만나기만 하면 개학 걱정이다.
"저는 자체적으로 2부제를 운영할까 봐요. 교실에서 어떻게 1m를 띄어서 앉혀요. 그렇게 하려면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수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5년차인 여선생은 걱정이 가능한 얼굴로 이야기 했다.
"저는 개학하면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할까봐 걱정이에요. 자리에 앉아 있어라, 말하지 마라, 마스크 벗지 마라 등등, 잔소리 하다가 아이들과 관계가 멀어질까봐 더 걱정되고요."
"아이들은 학교에 놀기 위해서 온다고 하는데 서로 접촉도 하지 말고,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해야 하네요. 참 나......"
교사들은 개학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되어서 잠도 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교육부는 모든 책임을 학교와 교사들에게 돌리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서는 개학연기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온라인개학을 검토하고 있단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지난 26일 '코로나대응'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개학준비 회의를 하였다. 어찌 되었든 학교에서는 대비를 해야 하므로......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걱정과 질문과 의문이 쏟아져 나왔다.
"아침에 출근해서 발열체크를 하라는데 우리 학교도 열화상카메라 주나요?"
"아니요. 600명 이상인 학교만 준다고 하네요."
"말도 안 돼. 그럼 정확하지 않은 비대면 체온계로 일일이 체온재고 또 한 명은 1m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줄을 세워야겠네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1학년은 교문에서 부모랑 헤어질 수 있을까요?"
1학년은 4월 6일 개학을 할 때 초등학교에 첫 등교를 하게 된다. 입학식은 당연히 할 수 없을뿐더러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부모는 외부인(방문객)이어서 학교 출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신입생들이 과연 교문에서 부모와 헤어질 수 있을까? 설사 헤어진다고 해도 교문에서 교실까지 아이들은 교사가 안내해서 데려가야 한다. 그런데 한 반에 2-30명이 되는 아이들을 교사가 어떻게 매일 데려갈 수 있을까? 시간 간격을 두고 약속을 해서 아이들을 데려간다고 해도, 그 사이 아이들은 교실에서 방치되고 사고라도 나게 되면 그 책임은 오롯이 교사가 져야 한다.
 교문에 긴 시간 걸려서 교실까지 아이들이 들어왔지만 교사는 또 아이들의 발열체크를 해야 한다. 한 번 체크하는데 1분씩만 잡아서 20명이면 20분, 30명이 되면 30분의 시간이 훌쩍 흘러가게 된다. 그 시간은 또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교실에서는 1m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고 시험대형으로 떨어뜨려서 앉히라고 하는데 20명만 넘어도 그렇게 앉히기 어렵다. 그런데 가급적 서로의 접촉을 막으라고 하니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마스크도 벗으면 안 되며 이동도 제한해야 한다. 친구와 놀기 위해 학교에 온다는 아이들인데, 이럴 거면 뭐하려 학교에 오는가?
또한 교사도 가급적 마스크를 벗지 말아야 한다는데,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할까? 아이들도 가급적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교사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교사가 끊임없이 아이들을 감시하고 채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 말로 군대처럼 아이들을 관리해야 한다. 이런 교실에서 교사와 아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학기 초에 아이들과 마음을 열고 친해져도 1년을 잘 지내기 쉽지 않은데 이렇게 지내야 한다면 교사나 아이들이나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회의가 진행될수록 교사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저는 화장실이 더 걱정돼요. 시간을 달리해서 보낼 수는 있지만 화장실에서 다른 아이들을 무슨 수로 만나지 못하게 하죠? 화장실을 아이들이 사용할 때마다 소독해야 하는 건 아닌가요?"
"저학년 아이들은 무섭다고 화장실 1칸에 같이 들어가는데, 그것도 막야야겠네요."
"1학년은 무서워서 혼자 화장실 못가는데 어쩌죠?"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답답한 교실을 탈출하고 싶어 너도 나도 화장실을 간다고 할 것이다. 쉬는 시간을 달리해서 아이들의 접촉을 줄이라고 해서 옆 반과 만나지 않도록 하라는데, 반이 1-2반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한 학년에 6-7학급이 넘는다면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 말로 수업시간이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급식 이야기를 할 때에는 모두 다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급식을 먹기 전에 또 한 번의 발열체크를 해야 하는데, 하루 종일 발열체크만 하다가 끝이 날 것 같다. 게다가 학교 급식은 대체식을 제공하거나 개인도시락으로 대처하고 배식, 식사시간을 분산하고 식당 내 좌석배치를 조정하거나 칸막이 등을 설치하는 등 학교별로 여건을 고려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침을 고민해서 운영하라고 하니, 학교가 고심해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학교는 무엇을 근거로 이를 결정해야 할까?
개인 도시락을 싸와서 교실에서 먹으면 안전할까? 급식소에서 좌석을 1m이상 떨어뜨려서 앉히면 식사시간이 얼마나 걸려야 전교생이 다 먹을 수 있을까? 칸막이를 설치하면 한 반이 먹고 나가면 그 칸막이를 소독하지 않아도 될까?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읽으면서 교사들은 질문을 끊임없이 했지만 누구도 시원하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생겼다.
 모두가 답답한 얼굴로 교육부 매뉴얼만 쳐다보고 있을 때 한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저는 더 걱정이 누군가 기침을 했을 때 아이들이 보일 반응과 혹시나 확진자가 나왔을 때 생길 수 있는 그 아이에 대한 왕따나 배타적 시선에 대한 지도가 더 걱정이 돼요."
그 이야기에 모든 교사가 격하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는 3시간이 훌쩍 넘어갔지만 질문은 끝이 나지 않았다.
"온라인 개학은 또 어떻게 하죠? 저학년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다자녀가정은 컴퓨터가 여러 대 있어야 하는데....."
"유치원은 어떻게 되는거죠?"
온라인 개학에 대한 대비는 주말동안 교사들이 준비를 해서 다시 회의를 하기로 하고 길고 긴 회의를 마쳤지만 누구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아이들이 안전하다고 여겨질 때 학교를 여는 것은 당연하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교실에 꼼짝없이 앉혀놓고 지식위주의 수업을 하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학교를 여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학교의 존재 의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교육부는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서 생겨날 혼란과 차별, 배제, 혐오, 권위주의로의 회귀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개학을 논의하기 전에 당연히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개학대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나서 반대여론이 높아지니 그제서야 교사들과 학부모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교육부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제발 학교에 와서 현장의 살아있는 목소리 좀 들어보고, 학교와 관련된 가이드 라인을 발표하려면 제대로 된 시뮬레이션을 거치고 나서 발표를 하라"고 말이다.
주말에 부랴부랴 각 가정의 컴퓨터 보유대수와 인터넷 현황을 조사하고 있는 교사들은 다음 주에는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기 위한 폭풍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웹캠도 구입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연수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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