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A와 B를 서로 다른 방에 몰아넣고 검사가 심문한다. "둘 다 자백하면 징역 3년, 한 사람(A)은 자백하고 다른 사람(B)은 부인하면 A는 석방 B는 무기징역, 둘 다 부인하면 징역 3개월이다." 둘 다 부인하여 징역 3개월에 그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일 텐데, 상대방이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없으므로 '차라리 내가 먼저 자백하여 석방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 끝에 A, B 둘 다 자백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가 잘 통하는 곳이 사교육 시장이다. 모두가 사교육을 거부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다른 사람이 사교육을 안 받을 거라는 확신이 없으므로, 너도나도 사교육에 자녀를 맡기는 '자백'을 한다.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는 의사결정을 개인적 판단에 맡겨 두는 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공익을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 원칙을 등교 개학 시기를 둘러싼 논란에 대입해 보자. 5월 5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고 6일 후인 11일(A안)이 좋은가, 아니면 약 2주일 뒤인 18일(B안)이 적절한가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 감염병 전문가, 상위 50% 학부모는 대체로 B안을 선호하는 반면, 시도교육감, 현장 교원, 하위 50% 학부모는 대체로 A안을 원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각자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감염병 전문가들은 집단감염 발생 시 책임을 우려해 보수적으로 판단한다. 잘사는 사람들은 사교육을 통해 학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반면에 시도교육감과 학교현장의 교사들은 학습결손과 입시, 계층간 교육격차 심화가 걱정스럽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은 빨리 아이를 학교에 맡기고 싶다. 물론,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 죄수의 딜레마를 적용하는 게 과연 온당하냐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논리적 비약이 존재함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등교 개학 시기를 정하는 의사결정을 여론조사 결과에만 맡겨 두면 안 된다는 건 분명하다. 여론을 폭넓게 경청하는 것과 여론 형성의 주체가 안고 있는 유불리에 흔들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가가 방역 시스템, 학교급식, 수업일수, 학생 평가, 입시 일정, 학교 확진자 발생 시 대책, 전문가 의견, 가을 2차 대유행 가능성, 외국 사례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게 '국가의 딜레마'라 하더라도. #등교 개학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