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개학 유감

등교는 아직도 논란 중

검토 완료

오현록(ohr815)등록 2020.05.07 17:28
등교에 목을 매는 당신들께
돌고 돌아 이제 학교의 시간인가요? 다음 주면 닫혔던 교문이 열립니다. 당신들은 말했지요. 고3의 입시 일정과 초등 저학년의 돌봄 문제가 시급하다고. 일단 당신들 말이 맞다고 인정해 봅니다. 그럼에도 납득이 안 되는 건 왜일까요? 긴급성이 떨어지는 나머지 학년들, 고2부터 초3까지 수백만의 아이들, 그 아이들은 왜 함께 등교해야 하는 걸까요?
당신들은 온라인 수업의 질을 탓합니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정서 불안도 함께 지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어떻게 온라인 수업이 눈동자를 맞추는 대면 수업의 질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장시간의 온라인 수업에 어떻게 산만하지 않을 수 있으며 피로를 느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당신들이 말하는 등교는 온라인 수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온종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격리되어야 하고, 그 의심 증상 학생의 접촉자를 구분해내야 하는 방역이 우선인 과정. 수업은 수시로 중단될 것이고 방역수칙 준수를 둘러싼 갈등은 높아질 것이고 서로가 서로에 대한 불안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조건의 등교가 제공하는 교육환경일 테니까요.
당신들은 에어컨 가동 여부에 대해서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에어컨을 사용 못하는 건 물론 최악이겠지요. 그러나 에어컨을 사용하라고 하는 것도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에어컨의 바람이 선풍기를 타고 교실 구석구석을 날아다닐 거니까요. 아이들의 재채기 기침 말소리들을 싣고 말이지요. 당신들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
'사회 전체의 확진자 수가 거의 없는데, 의심 증상자가 나타난다면 얼마나 되겠느냐?'
평소 하루 호흡기 관련 질환으로 보건실을 찾는 학생 수가 얼마나 될까요? 최소 10명에서 최대 수십 명입니다. 더구나 이번 코로나 증상은 감기, 장염 증상과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엔 고열 인후통 두통 근육통 설사에 미각 후각 상실까지 다 포함되어 있지요. 선생님들께 공항검역요원, 역학조사관, 지자체격리감시자의 역할을 해 주길 요청하고 있는 것이지요.
당신들은 말할 것입니다.
'가을에 찬바람이 불면 2차대유행이 온다. 더 센 놈이 온다. 그 때는 어쩔 것이냐, 그럼, 학교 문을 영영 닫아야 하느냐?'
우리도 묻고 싶습니다.
가을에 더 센 놈이 온다면 그 때는 어쩔 것인지, 그 때도 등교를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그 때 가서 또다시 온라인으로 후퇴할 것인지, 도대체 당신들의 장기적인 계획은 무엇인지.
저학년의 돌봄은 돌봄 인원 확대로 대응이 가능한 문제였습니다. 온라인수업으로 교실은 텅 비어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이라고 했나요? 돌봄 강사를 더 뽑으면 될 일이었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해 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다구요? 아쉬운 대로 초등 선생님들을 투입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고3 입시는 또 어떻습니까? 등교해서 벼락치기 하듯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를 치르고 동아리 봉사 진로 자율 활동에 교내대회까지 참가해야 할까요? 그리고 진학상담을 하고 수시원서를 쓴다고요? 거기에 수능 공부까지? 코로나특별교육과정 도입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들이 다 못할까 발 구르지 않게 현재의 조건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모든 교육과정을 폐지하고 간소화 한 실용적인 교육과정. 동아리나 봉사 활동은 과감히 폐지하고 지필고사는 기말고사 하나로 통일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리고 수능시험 범위를 조정해야 했지요.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파행이 된 학업 과정에서 생긴 손실 문제, 재수생과 재학생과의 학습 격차를 줄여 줘야 했으니까요. 그랬다면 온라인 수업체제 유지가 가능했습니다. 교과세특, 진학상담, 기말고사, 수시원서 작성 등 필요할 때만 학급별로 등교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특별한 교육과정, 코로나특별교육과정이 고3에게만 필요했을까요? 아닙니다. 초중고 전 학년 모든 학생에게 필요했습니다. 적게는 두 달, 많게는 세 달 정도에 걸쳐 생겨난 학습의 혼란, 앞으로 대비해야 할 가을 겨울에 또다시 생길지 모르는 학습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는 실효성 있고 안정적인 교육적 로드맵이 반드시 준비되어 있어야 했으니까요.
당신들은 그런 교육적 로드맵을 준비하는 대신에 끊임없이 개학을 엿보아 왔습니다. 2주씩, 3주씩 개학을 연기해 오다가 온라인으로 방향을 틀더니, 온라인 개학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등교 개학을 들고 나온 것이지요.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였던 탓에 불안정했던 플랫폼들이 이제 막 안정을 찾고, 아이들도 어렵게나마 온라인 수업 리듬에 일과를 맞춰가고 있는데, 그래서 이제야 강의양이라든지 과제양이라든지 학습자와 교사의 소통 부재라든지, 진단과 상담이 필요한 시점인데.
유보된 권리, 아이들의 학습권 실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구요? 아닙니다. 입시 불이익에 대한 염려와 돌봄 불편에 대한 걱정에 편승한 가장 쉬운 관료적 해결책이었을 뿐입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개학반대, 선택적등교허용, 저학년온라인수업 등을 주장하는 국민청원이 10여개나 올라가 있습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같이 교육열이 강한 곳에서 학부모님들이 개학을 반대하고 선택적 등교 허용을 주장하겠습니까? 당신들은 초등 3학년 이상 학생의 개학 연기를 검토해 달라는 대구 교육청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무서운 획일주의, 중앙집중주의가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등교를 원치 않는 전국의 아이와 부모들에게 채찍처럼 떨어지고 있습니다. '등교 해라, 하지 않으면 결석이고, 결석이 쌓이면 유급이다.' 아동을 노동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던 의무교육제가 이제는 더위와 마스크와 밀집된 환경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부모의 발목을 잡는 어이없는 역설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신종감염병대응 TF팀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등교 개학 발표 직후,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전학년 등교에 대해 자문단 교수들이 다 놀랐다. 맨붕이 왔다.'라고 말했습니다. 메르켈 총리 또한 지난 4월 23일 연방 하원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우리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우리가 놓여 있는 국면은 팬데믹의 마지막 국면이 아니라 시작 국면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성취한 것을 도박으로 날려 후회하도록 위험을 무릅쓰지 말아 달라.'라고요.
당신들.
수업일수 감축조차 인색했던 당신들, 규칙에 얽매인 당신들, 규칙을 바꾸지 않고 늘 쉬운 길을 선택하는 당신들. 그리고 무슨 호들갑이냐, 괜찮다며 그런 관료주의에 힘을 보태주는 또 다른 당신들.
건물붕괴도 대형화재도 선박침몰도 다 그런 관료주의와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경제봉쇄를 풀어달라는 외국 어떤 나라의 성급한 시위대를 막아선 건 여성 간호사 한 명이었지요. 자문하는 방역전문가도 청와대에 청원하는 부모도 못하는, 당신들의 진군을 막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도무지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김정은도 무서워한다는 중2 아이들일까요, 아니면 마스크 손씻기 말 잘 듣지만 수시로 코와 입으로 손을 집어넣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기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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