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 보험 공단에서는 전 국민을 상대로 매 2년마다(비사무직은 매년마다) 국가 건강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는 일반 건강 검진의 경우 본인 부담이 없어 무료로 이루어진다.
정부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건강 검진을 실시하는 이유는 질병에 대한 정기 진단을 통해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 전체적인 의료 비용의 불필요한(?) 지출을 사전에 막으려는 취지일 것이다. 미리 간단한 검사만 받았어도 적은 비용으로 해결했을 병을 아무 생각 없이 내버려두다 오히려 큰 병으로 키워 돈뿐만 아니라 시간 낭비로 크게 고생한 경우는 어렵지 않게 듣는 이야기인데, 따라서 국민 건강 검진은 당연히 필요한 정책이리라.
나 역시 올해 건강 검진 대상자가 되어 어제 혈압 측정에서부터 피 검사, 위내시경까지 여러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매 2년마다 건강 검진 대상자를 통보 받게 되면 부담감부터 앞선다. 특히 '헥-헥-'거리며 받게 되는 위내시경을 생각하면 병원 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게다가 바쁜 일상에 따로 시간을 내야 해서 건강 검진이 영 번거롭거나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살고는 싶어서(?) 받기는 받는데, 무료가 아니라면 아마 미루고 미루다 가지 않을 것 같다.
▲ 국민 건강 검진 국민 건강 보험 공단 누리집에서 갈무리 ⓒ 국민 건강 보험 공단
일반 검진 항목에는 구강 검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다른 검진에 비해 구강 검진을 받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안다. 가계의 의료 비용 지출에서 치아 치료 비용이 높은 비율을 차지함에도 구강 검진 비율이 낮아 치아 치료가 예방 중심이 아니라 치료 중심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연합뉴스 2017. 1. 29. 기사. "이(齒) 치료에 한 해 1조원 쓰지만…구강 관리 무관심"https://www.yna.co.kr/view/AKR20170126206500004?input=1195m), 이런 문제점의 원인에는 검진 대상자들의 무관심에서부터 미수검 시 별도의 제재 조치가 없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구강 검진을 위해 치과에 방문하면 본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 경우에는 구강 검진 목적이라고 예약을 한 후 방문했는데, 치과 의사의 육안 검사 후 X선 사진을 찍었고, 스케일링까지 권고받았다. X선 사진에 스케일링 비용까지 합하면 2만 원이 넘는 돈이 든다. 오래전에 해 넣은 임플란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X선 사진을 찍어야 하고, 충치 확인을 위해 스케일링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견해는 의사 나름의 전문 지식에 근거한 것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검진 대상자 입장에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충분히 일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 그래도 가고 싶지 않은 병원인데, 비용 부담이 없어 받으러 간 검사에 단돈 1~2만 원이라도 본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누가 구강 검사를 받으러 갈까?
내 경우가 예외적이라기보다는 아마 대다수 사람들이 경험하는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구강 검진에 대해서도 본인 비용 부담이 전혀 들지 않게 해서 적어도 치아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본인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후의 치료 여부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몫이지만 적어도 치아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면, 당장 형편이 어렵더라도 부담이 적은 수준이라면 돈을 빌려서라도 치료를 받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나중에 소득이 생기면 당장 어느 곳에 먼저 지출해야 할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물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상 진료가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내 충치 치료 경험에 비추어 보면 3만 원에 치료할 걸 방치하면 30만 원이 되었고, 30만 원에 치료할 걸 방치하면 300만 원이 되었다. 그리고 이 경우 치아 상태가 어떤지 알지 못한 채 아파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치과를 방문한 경우였다.
요즘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치아 치료는 꿈도 못 꾸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텐데, 이가 아파서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 것만큼 서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구강 검진 제도가 정상적으로 기능해서 조기 치료를 통해 적은 부담으로 치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강 검진을 안 받을 경우 제재 조치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검진자가 구강 검진을 위해 치과를 방문할 경우 아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일체의 진입 장벽이 없어야 한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