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챔피언은 없다

복싱의 감동, 이제는 종합격투기로…각본없는 감동 주면 팬층 넓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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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모(jinaiou)등록 2020.05.27 13:16
복싱은 80년대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은 복싱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시절 복싱 르네상스 시대에 우리나라는 세계챔피언을 많이 보유했었다. 유명우, 장정구, 문성길 등 우리나라에서는 인기 복싱 선수들이 많았다.
 
챔피언이 아니라도 실력이 좋은 복싱 선수들이 많았다. 실력이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세계 챔피언이 배출됐고, 복싱 인기가 다른 스포츠보다 높았다. 유명우의 소나기 펀치, 장정구의 변칙 복싱, 문성길의 돌주먹, 비록 챔피언이 되지 못했지만 화끈했던 김광선의 경기력에 매료되곤 했었다.
 
그들은 12라운드까지 지칠 줄 모르게 펀치를 내뻗었다. 상대 선수들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없었다. 뛰어난 실력의 대전 상대로 인해 시합은 정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많았다. 복싱은 아직까지는 메이저 스포츠다. 하지만 점점 그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복싱의 인기는 뚝 떨어졌다. 챔피언이 돼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가 복싱을 하려고 하겠는가.
 
자연히 우리나라 복싱 인기는 시들해지고 k-1과 프라이드로 격투기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입식경기였던 k-1은 어네스트 후스트, 피터아츠, 제롬느 밴너, 레이세포, 바다하리 등의 경기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k-1 열풍이 불었다. 이어 같은 일본단체인 프라이드도 우리나라에 상륙해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60억분의 1'의 사나이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불꽃 하이킥' 미로코크로캅, '도끼 살인마' 반달레이실바 등등이 우리나라 격투기 팬들에게 넓은 인기를 구가했다. 종합격투기는 점점 진화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복싱선수들처럼 마치 예술을 펴는 듯한 감탄사를 자아내는 선수는 아직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최고의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에서는 물갈이가 매우 심하다.
 
챔피언이 장기집권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그만큼 경기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지만, 경기 일면을 들여다보면 매우 아쉬움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카운터 펀치에 맞아 다운이 되고, 마구잡이로 흔드는 주먹에 맞아 실신 KO패를 당하는 것을 보면 화끈하다기 보다는 그 경기력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물론 복싱이라고 UFC보다 조금 나을 뿐 그 수준이 예전보다 높다고 보기 힘들다. 무패의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종합격투기 UFC 챔피언이었던 코너 맥그레거가 복싱 룰로 맞붙었던 경기가 단적인 예이다.
 
전세계가 주목한 이 경기 결과에서 메이웨더가 맥그리거에게 10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기록으로만 보면 복싱의 전설인 메이웨더가 종합격투기 전문선수인 맥그리거에 쉽게 승리하지 못한 것이다. 체격의 차이는 있더라도 이건 두 선수 모두에게 물음표를 달 수밖에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격투기 인기가 종합격투기로 인해 부활조짐을 보이고 있다. UFC 선구자인 김동현 선수를 비롯해, '코리안 좀비' 정찬선 선수 등은 자신이 받은 대전료 등을 모아 체육관을 열고 후배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선수들이 늘어남으로써 점차적으로 세계 레벨의 격투기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예전의 복싱의 인기를 되찾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본다.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면 팬층은 반드시 넓어지고, 또 격투기 시장도 활성화되리라 본다.
 
자신의 강함만을 믿어서는 절대 챔피언이 될 수 없다. 전략과 상대 분석을 철저히 해야만 진정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효도르의 한 인터뷰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들은 많지만 머리를 써서 훈련하는 선수들은 드물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훈련하는 요즘 종합격투기 선수들일지라도 귀감이 될만한 조언이 아닐까 싶다. 스포츠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 열심히 노력해서 뒤따라가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허리에 챔피언 밸트가 감아져 있는 영광스런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스포츠는 각본없이 감동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직 실력향상이 해답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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