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영원의 군주> 몰락의 이유

<더 킹 영원의 군주> 리뷰

검토 완료

김소윤(tn4994)등록 2020.06.07 16:21
<도깨비>에서 김고은의 '아저씨'는 어린 여자가 연상의 남성을 부르는 단순한 호칭을 넘어서서, 사랑하는 도깨비를 부르는 도깨비 신부의 애틋한 부름이 되었다. 수백 년을 사는 도깨비에게 인간의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심지어 환생해서 다시 만나게 되는 도깨비 내외에게 도깨비 신부의 나이는 더더욱 중요한 것이 아님을, 드라마를 끝까지 본 이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김은숙 작가가 처음 판타지에 도전했다는 <도깨비>는 900년을 넘게 살아낸 도깨비의 한과 슬픔을 잘 표현한 공유와 천진난만하고 따뜻해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김고은 덕에 최고의 드라마가 되었다. 그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가 오랜 기다림 끝에 가져온 <더 킹 영원의 군주>는 평행 우주를 소재로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이라는 두 세계가 공존한다는 배경에서 그 사이를 넘나들며 일어나는 음모와 사건을 다룬다. 물론 중심 이야기는 대한제국 황제인 이민호와 대한민국 형사인 김고은의 사랑 이야기이다. 

<더 킹>에서 이민호는 황제의 신분으로 김고은을 '자네'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사랑하게 된 그녀를 부르는 '자네'는 갈수록 애틋하고 아름다워서 <도깨비>의 '아저씨'같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이민호의 '자네'는 여느 평민을 부르는 '자네'와 영 다르지 않다. 끝까지 이민호의 '자네'는 귀에 거슬리기만 할 뿐, 로맨틱한 서사를 부여하는 데는 실패한다. 

뿐만 아니라 김고은을 바라보는 이민호의 눈빛도 강렬하기만 할 뿐 슬픔이 담겨있지 않다.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개연성이 없다고 느껴질 만큼 둘의 눈빛 연기는 처음부터 부족하다. 두 세계를 건너 사랑하는 두 사람의 사랑은 슬프고, 또 짊어진 운명은 버거우리만큼 무거운데도, 이민호의 눈빛은 강렬함 외에 애틋함, 슬픔, 사랑스러움을 담기엔 부족하다. 십 대 로맨틱 코미디 물에서 더 성장하지 못한 그의 연기력이 무척이나 아쉽다.

그 밖에도 <더 킹>의 전개는 아쉬운 점이 많다. 평행 세계를 오가는 도중 수많은 같은 얼굴들이 다른 이름을 가지는 것만도 충분히 혼란스러운데 14화에서는 아예 시간조차 넘나 든다. 그 이유나 방법에 대해서 단지 운명이라 퉁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설명이 부족하다. 평행세계라는 소재를 이용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욕심을 너무 냈다. 절절한 사랑 얘기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복잡한 음모론을 동시에 다루기엔 작가와 배우 모두 역량이 부족했다.

와중에 김고은의 연기는 빛이 났다. 김고은의 눈물 연기는 매번 왜 그렇게 우는지 공감하고 같이 마음이 아플 정도로 절절하고 안타까웠다. 특히 같은 얼굴을 가진 다른 세계의 김고은의 그 미세하게 다른 싸늘함을 연기할 때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을 또 기다린다. 그의 드라마만큼 뜨겁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흘러넘치는 드라마는 이제 찾기 힘들다. 운명이라는 단어가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드라마도 별로 없다. 이번 <더 킹>의 실패에도 흔들리지 말고 더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빈다. 그것이 작가인 그의 운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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