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피의자의 인권을 함께 묻는 영화 <결백>

[리뷰] 인권의 눈으로 바라본 법정 영화 <결백>

검토 완료

윤다솜(dbstnrb123)등록 2020.06.12 16:45

영화 <결백>(2020)의 한 장면. 화자(배종옥 분)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에 섰다. ⓒ 키다리이엔티

 
영화 <결백>의 이야기를 이끄는 주요서사는 모녀다. 주인공 딸 정인(신혜선 분)과 엄마 화자(배종옥 분)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따라 영화는 전개된다.

그 점 때문에 <결백>은 다른 일반적인 법정 배경의 추리물 영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보통 법정 영화는 사건의 진상과 진범이 누구인가를 좇는 데 오롯이 힘을 쓴다. 반면 <결백>은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가면서도, 모녀 서사라는 그 특징 덕에 사건의 진상만큼이나 중요한 법정과 수사 과정의 '인권'을 다룬다. 그것도 단지 피해자의 인권 뿐 아니라 피의자(피고인)의 인권까지도 다룬다. 이는 엄마 화자가 피의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엄마는 피의자인가, 피해자인가?

화자의 남편 태수 장례식에서 농약을 탄 막걸리를 마신 동네 사람 3명이 다치고 1명이 죽는다. 그런데 경찰과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막걸리에 농약을 탄 범인으로 치매에 걸린 노인 화자를 지목한다.

변호사인 딸 정인은 검경의 부실수사와 심문 중 협박이 있었음을 밝혀낸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피의자(피고인)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검경의 행태를 고발하면서 자연스레 피의자의 인권을 옹호한다.

그런데 영화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사건의 양상이 바뀐다. 이에 정인은 단순히 피고인 화자를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한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온 엄마 화자의 삶을 변호하게 된다. 정인에게 화자는 더 이상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화자의 불행한 삶에 대해 관객에게 공감과 동의를 구한다. 이번에는 영화가 피해자 인권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영화 속 화자, 현실의 화자
 

영화 <결백>(2020)의 한 장면. 딸 정인(신혜선 분)이 변호사로서 법정에 섰다. ⓒ 키다리이엔티

 
이렇듯 <결백>은 정인이 엄마 화자를 변호하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처음에는 피의자로서의 화자를, 이후에는 피해자로서 화자의 인권을 대변하게 된다. 지금까지 인권을 다룬 법정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피의자, 피해자의 인권을 동시에 조명했다는 점에서 <결백>은 특징이 있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의 부당함과 화자의 억울함을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은 딸 정인이 서울 대형로펌의 유능한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과연 '유능한 변호사'라는 장치를 제거하거도 영화는 전개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장르가 코미디나 히어로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와 달리 안타깝게도 현실의 많은 '화자'들은 유능한 변호사 자식을 두지 못했다. 화자는 얼마든지 우리가 될 수도 있다. 현실의 화자들을 위해서 우리는 영화에서 '인권'을 읽어야 한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