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戰時)경제와 공무원

2008년 쌀직불금 부정수급 사건 처리의 재연(再演)을 우려하며…

검토 완료

정화려(ccpr)등록 2020.06.15 15:12
"경제 전시 상황이다.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2020.5.25.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
   

국가재정전략회의와 민주당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브리핑 ⓒ 청와대

       
대통령이 나서서 전시경제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극복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이미 지난 3월 21일 정세균 총리는 비상 국무위원 워크숍에서 "국민들의 고통을 함께하는 차원에서 장·차관급 공무원들의 급여 30%를 4개월간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급여 반납 대상에는 문 대통령과 정 총리도 포함되며, 3월 급여분부터 바로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의 종식은커녕 재확산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요즘, 대통령과 장·차관급 고위공무원들의 비상한 각오가 무색해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의 급여 반납은 공직 사회로 확산되지 않은 채 외면받았고,
총 사업비 14조 2448억원이 투입된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과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원 결정 이전에 추진되고 집행된 각 지자체의 긴급생계자금 지급 실적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2020.6.7.재난지원금 신청현황 ⓒ 행정안전부

 
당초 과거 아동수당의 경우 20%가량이 신청을 하지 않고 포기했던 것과 공직사회와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착한 기부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상류층과 공무원 등 전 국민의 20% 정도는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기부할 테니, 적어도 2조원 안팎의 기부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장담한 정부·여당의 기대와는 달리 6월 12일 현재 99.7%가 재난지원금을 신청했고, 기부금은 채 5천억원도 안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2020.6.9. 대구시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부정수급자는 공무원 1810명, 사립학교 교원 1577명, 군인 297명, 시 산하 공사·공단 직원 95명, 출자·출연기관 직원 126명, 정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 23명 등 모두 3928명이다. 이들은 약 25억원을 받아갔"으며 그 중 대구시청 직원 74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출처 연합뉴스 2020.6.9. 공무원 등에 긴급생계자금 25억 부당지급…대구시 직원 74명)
 
대통령과 고위공무원들은 전선(戰線)에서 각오를 다지고 있고, 국가적 비상사태를 극복하는 데 주력이 되어야 할 공무원들은 전시(戰時)라는 지도부의 상황 인식은 무시한 채 편안한 후방에서 열심히 세금을 축내고 있는 꼴입니다.
 
대통령과 고위공무원들의 비상한 각오가 무색해지는 것을 넘어 과연 정권을 제대로 잡기는 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대구광역시 보도자료 2020.6.12. ⓒ 대구광역시

 
더욱이 어이없는 것은 대구시의 상황 인식입니다.
 
"대구와 경북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등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나 서울, 대전, 광주, 전남, 경남 등 대부분의 지자체는 지급대상에 포함해 지급했다.
대구시는 중위소득 100%이하 세대에게 1인 가구 50만원에서 5인 가구 90만원까지 지급하고 정규직 공무원, 교직원,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구시가 이런 방침을 결정한 이유는 국고와 대구시의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 등 시민의 귀중한 세금으로 마련된 생계자금을 시민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돌려드리고, 다른 도시와 달리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전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월급이라도 제대로 받고 있는 공무원, 교직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선의에서 비롯됐다."
(출처 : 대구광역시 보도자료 2020.6.12.) 

한마디로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에게 긴급생계자금을 지급했음에도 문제 삼지 않더니. 정작 선의(善意)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을 지급대상에서 제외시킨 대구시만 욕을 먹으니 억울하다는 것입니다.
 
긴급생계자금 부당수령자에 대한 아무런 처벌없이 부당수령금 환수만을 목표로 삼은 대구시의 보도자료를 보면 2008년의 "쌀직불금 부정수급 사건"이 떠오릅니다.
 
2008년 10월. 대한민국 공직사회 '최대 스캔들'이라 불리는 쌀직불금 부정수급 사건이 당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폭로로 시작됩니다.
감사원이 2008년 11월 26일 쌀직불금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쌀직불금을 수령한 99만8000명 중 벼 수매 실적이나 비료 구매 실적이 전혀 없어 실경작자가 아닐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28만명, 그 중 농업 외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총 17만 3497명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원 9만9천명, 공무원 3만9971명, 공기업 임직원 6213명,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2143명, 금융계 종사자 8442명, 언론계 종사자 463명이 직불금을 수령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의 쌀 직불금 부정수령 사실이 밝혀질 경우 직불금 환수와 파면·해임 등 법적 징계절차를 밟고, 2005년 이후 쌀 직불금 수령자와 2008년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쌀 직불금 부정수령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직불금 환수외의 어떤 조치도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부재지주 청산의 기회를 공무원들의 반발에 밀려 놓쳐버린 것입니다.
 
2020.6.10.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대구시 공무원 등 3900여명의 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부정수급 사건과 관련해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며 "타 지자체에서도 같은 사례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달라"고 지시했습니다.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극복을 위한 전선(戰線)에서 공무원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의 타파와 함께 2개의 직업을 가진 공무원들에게 하나의 직업을 선택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공무원이면서 농업인으로 등록해 공무원법의 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조항을 어긴 채,
20kg 퇴비 1포에 2,700원의 농업보조금을 받는 공무원들,
수천만 원짜리 저온저장고 지원 사업을 받고 농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공무원들,
농기계와 화물차에 제공되는 농업용 면세유를 쓰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공무원과 농업 중 하나의 직업을 선택해 불법적(不法的) 처지를 해소하도록 강제하여야 합니다.
 
전국의 공무원들의 명단과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보유하고 있는 농업경영체등록부를 비교하는 간단한 작업만으로 2개의 직업을 가진 공무원들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농사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
 
대구시 공무원의 긴급생계자금 부정수급 사건으로 인해 땅에 떨어진 정부와 공무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불법으로 이중 직업을 유지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솎아내 대오를 정비한다면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위기극복과 도약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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