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뭉칫돈' 보도에 정의연 "길 할머니 양아들에 3천만 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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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moviekjh)등록 2020.06.25 15:38
[단독] '길원옥 할머니 통장서 돈 빠져… 이유 묻자 쉼터소장 무릎 꿇더라' 
"2000만원, 500만원… 치매 길원옥 할머니 통장서 뭉칫돈 나가" 
[사설] '뭉칫돈' 해명 요구에 무릎 꿇었다는 쉼터 소장, 너무 썩었다
[단독] 길원옥 할머니, 쉼터 떠나며 외쳤다 "이제 우리집 간다!"


최근 조선일보가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양아들 황아무개 목사와 며느리 조아무개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쓴 기사 목록이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여러 매체에서 '치매에 걸린 길원옥 할머니 통장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갔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는 1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선일보가 '길원옥 할머니가 치매 앓는 사이에 뭉칫돈이 빠져나갔다'라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길 할머니는 연세가 드셨지만 인지능령이 상당히 좋으시고,  매달 국가에서 받는 돈을 제외하고, 나머지 통장은 직접 관리하셨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족도 모르는 상황에서 길원옥 할머니의 유언 동영상이 작성됐다 삭제됐다'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해당 영상은 정의연이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거나 내린 적이 없다"면서 "우리 유튜브(계정)가 아니다. 우리는 전혀 알 지 못하는 영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영상은 정의연 유튜브가 아닌 '김복동의 희망' 유튜브에 올라왔던 영상이다. '김복동의 희망'은 고 손영미 소장이 공동대표로 있었던 비영리단체로 고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가 명예회장으로 돼 있는 단체다.

조선일보는 18일 "2000만원, 500만원… 치매 길원옥 할머니 통장서 뭉칫돈 나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아들) 황씨 부부가 길 할머니의 통장 내역을 확인한 계기는 정의연 측이 치매 상태인 길 할머니의 유언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것을 확인하면서 부터"라고 밝힌 바 있다.

정의연 "1일, 양아들에게 3000만 원 지급"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 140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재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세월호 유가족 권미화씨가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에게 땀을 닦을 손수건을 건내고 있다. ⓒ 이희훈

 
조선일보 보도 후 정의연은 18일 저녁 "길원옥 할머니의 양아들과 며느리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손영미 소장) 고인의 계좌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면서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입장문에서 정의연은 조선일보 단독 기사의 주된 소스가 된 길원옥 할머니의 양아들 황아무개 목사에 관한 사항부터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길원옥 할머니 양아들의 법적 양자 취득 시기는 아주 최근의 일이다. 만약 조선일보의 보도대로 할머니가 이미 '치매' 상태라면, 지난 5월 길원옥 할머니의 도장과 주민등록증을 가져가 등록한 양아들의 법적 지위 획득 과정 또한 문제가 된다."

정의연은 또 "양아들이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길원옥 할머니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면서 "코로나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지자, 고인(손영미 소장)은 양아들의 은행 계좌로 송금을 했다. 1일엔 두 차례에 걸쳐 1000만 원과 2000만 원, 합계 3000만 원이 지급됐다"라는 내용도 발표했다.

앞서 황 목사는 18일 중앙일보 기사에서 "내가 손씨(고 손영미 소장)에게 접근해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말도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어머니로부터도 목사인 나에게 선교하라고 매달 50만~60만 원씩 주신 것을 받은 게 전부"라고 밝혔다.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 조문하는 길원옥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의연은 "네 분의 요양보호사가 길 할머니를 돌봐줬다"면서 "매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급되는 보조금으로는 모자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추가 보조금을 지원했다. 2019년 한해만, 총 1545만 6000원이 간병비로 지급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의연은 "길 할머니는 인권운동가의 삶을 실천해 오셨다"면서 '길원옥여성평화상'은 전적으로 길 할머니의 기부로부터 시작됐다"라고 밝혔다.

"화해치유재단이 지급한 1억 원을 기부한 할머니는 2017년 여성인권상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이 중 5천만 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고 1천만 원은 양아들에게 지급했다. 정의연은 할머니의 숭고한 뜻을 받아 '길원옥여성평화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으로 '길원옥여성평화상'을 만들어 여성인권평화에 기여한 분들을 매년 선정해 상금을 수여해왔다."

이날 정의연은 입장문 말미에 조선일보 등 언론을 향해 "일방적인 주장에 기초한 악의적 보도를 당장 중단하고 사과하라"면서 "길원옥 할머니의 명예와 존엄함에 더 이상 상처내지 말아 달라. 그의 숭고한 실천정신에 감명 받아 새로운 희망을 품었던 수많은 여성들의 삶을 흔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길원옥 할머니의 양아들인 황아무개 목사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넣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11일 길원옥 할머니는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떠나 양아들 황목사의 인천 연수구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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