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자도 노동자다

검토 완료

한국여성노동자회(kwwa)등록 2020.07.01 18:03
2020. 6. 16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권리보장법 제정하라, 안전일터대책 마련하라, 생계대책 마련하라'며 권리와 안전, 일터와 생계를 위한 전국가정관리사협회 가사노동자들의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외침이 국회 앞에서 있었다. 협회는 전국 조직으로 부산, 광주, 전주 등 타 지역에도 지부를 두고 있지만 이 날 거리가 멀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지부별 차제 행사를 갖기로 했고, 서울을 중심으로 근거리에 있는 협회 회원들과 한여노, 전국여성노조, 얼마 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모 여성 국회의원 까지 우리들은 아침부터 내리쬐는 강한 햇볕을 마다하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와 우리들의 요구를 주장했다.

작년 이맘때 노동자날의 행사를 위해 서울을 다녀온 기억이 난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정말 행사의 역사, 내용, 의미도 잘 모르면서 단지 협회 인천지부장이란 이유로 행사에 참여했던 것 같다.  작년 2월쯤, 잘 아는 지인으로부터 인천여성노동자회 부설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인천지부 지부장 자리가 비어 있는데 일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20여 년 전. 인여노와의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긴 세월을 함께 해 온지라 단체와하는 일에 대한 이해가 적지 않은 편인지라 제안이 그다지 생소하지 않았다. 여성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정책들을 화수분처럼 쏟아내며 열정적으로 헌신, 활동하는 실무자들과 그 활동에 동조하며 뜻을 같이하는 많은 회원들, 나도 단체의 회원으로 오랜동안 활동을 같이 해 왔다.  그러나 살며 경험해 보지 않은 분야의 일과 매일 출근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며칠 생각을 해 보겠노라고 제안을 미루다가 협회 지부장으로 취임을 하게 되었다.  

취임식 날. 처음  마주한 회원들과의 첫 대면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서 느껴졌던 기우와 기대.. 그렇게 부담감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눈빛이 요구하는 기대를 져 버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달려왔다. 생각하니 지금까지 무리없이 주어진 일을 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협회 정착을 위해 이모저모로 애써주고 마음 써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 기회를 빌어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가정관리사라는 명칭,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파출, 가사도우미라고 부르고 위 협회를 인력사무실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나는 고객에게 우리들의 정식 명칭은 가정관리사이고 여성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협회라고 정정해 주며 교육 아닌 교육을 하곤 한다.  그만큼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가 있으며 꼭 필요한 일인지. 나름의 자부심으로 이 일에 종사하고 있는지,  일에 대한 존중과 사회적 인식의 개선을 위해 부연 설명을 하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정관리사라는 직업을 하찮게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땀 흘리며 정직하게 노동하고 노동의 댓가로 임금을 받아 자식을 먹이고 가르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우리들이야말로 당당하고 떳떳한 여성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당당함에 법적 지위와 권리가 미치지 못하고 삶을 대변하거나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어 속상하고 안타깝다. 더구나 요즘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 일자리 감소로 받는 생계위협과 안전한 일터 같은 문제 등은 우리들의 삶을 더 팍팍하고 힘겹게 한다.

60여 년 전의 근로기준법.  가사노동자는 사업주가 개인이고 가사노동은 사적공간인 개별가정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법으로 보호할 수 없는 노동자라고 명시된 법 탓으로 우리들은 여전히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노동자로서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사회의 고령화로 전 세계 여성들이 가장 많이 선화하는 직업이 가사노동자라는 직업이라고 하고 법적 장치를 통해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의 법과 제도가 아직 거기까지 따라 주지 못하고 우리가 처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래서 십 수 년 전 부터 가사노동자도 노동자라는 외침을 수도 없이 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목청을 높여 우리들의 법적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한 항의와 투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 끝이 언제쯤이 될지 모르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니 우리들의 요구가 관철될 날이 있으리라는 희망은 오늘도 우리들을 힘차게 노동의 현장으로 달려 나가게 하고 열심을 내어 일하게 한다.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니 일하다가 다쳐도 보상 받지 못하고 일하다가 쉬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우리들은 바란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눈물 빼지 않고 일하다가 몸을 다쳐도 쉬는 동안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동자로서의 권리보장법 제정, 사회보험 적용, 안전하고 지속적인 일터 마련으로 일하고 싶을 때 마음껏 일하며 자유롭고 행복하게 조금은 여유롭게 늙어 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우리들은 지금껏 해 왔던 것처럼 가사노동자인 우리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에 앞장서서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 돌봄 노동에 대한 노동가치의 재평가, 사회적 인식 개선에 대한 끊임없는 활동으로 우리들의 권리는 우리가 지키고 쟁취할 것이다. 더불어 조직의 위상과 협회의 힘을 키워가기 위한 리더와 회원들의 역량강화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도 가사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 현실 개선을 위한 대책과 기본적인 권리보장을 위한 법 제정에 박차를 가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