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곤 단편 '그런 생활', 여성과의 '성적 대화' 무단 게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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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민(wlals523)등록 2020.07.14 09:00
올해 문학동네에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봉곤 작가와 관련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김봉곤 작가는 등단하면서부터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한국 문단의 유망주로, 소설가인 동시에 유명 출판사 문학동네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동성애자임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드러내는, 자전적 요소가 깊이 깃든 김봉곤 작가의 소설은 동성애자뿐만이 아닌 사회 각계각층의 독자로부터 큰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단편 '그런 생활'에서 주인공이 출판편집자 'C누나'와 나눈 카톡 내용으로 인해 논란에 휩싸였다.

C 씨는 지난 10일 트위터에 "독자들은 이 사람을 가상 인물이나, 소설적으로 변형된 인물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제가 바로 그 C누나"임을 밝히며 입장문을 게시했다. "김봉곤 작가가 제 말을 띄어쓰기 하나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베껴 쓴 것, 우리가 했던 많은 대화 중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고대로 쓴 것에 큰 충격을 받"고, 피해자 C씨는 이에 항의했지만 작품은 그대로 발표되며, 김봉곤 작가는 문학동네에서 주관한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이후 C 씨는 김봉곤 작가에게 지속적으로 항의했으나 묵살당했고, "제가 변호사를 선임한 다음에야 김봉곤 작가는 원고를 수정했으나, 원고 수정 사실을 공지해달라는 제 요청은 무시"당했기에 C 씨는 트위터상에서 공개적으로 김봉곤 작가와의 일을 게시했다.
 
놀라운 것은 C 씨의 항의가 비단 작가 본인에게만 닿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C 씨는 김봉곤 작가를 제외하고도 출판사에 협조를 요청했다. 문학동네와 창비는 이미 이러한 사정을 공문으로 받아 알고 있었음에도 C 씨의 젊은작가상 취소 요청에, "문학동네 경영지원실은 저에게 심사위원들은 심사 결과에 영향이 없다는 데에 일치된 의견"이라 공문을 보내왔다고 했다.
'그런 생활' 내에서 C누나와의 카톡 내용은 원고지 매수로 10장 정도가 실려 있었다. 일반적으로 단편 소설이 원고지 80장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무려 8분의 1이 C누나와의 카톡 내용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해당 카톡 내용은 단순한 대화가 아닌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문장"이 있으며, "알려지지 않아 마땅한 장면"이 있다고 C 씨는 밝혔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김봉곤 작가는 "그런 생활이 처음 발표된 뒤에도 작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으나 소설 발표 1년여가 지난 시점인 2020. 4. 29"일 지적을 했으며, 해당 카톡 내용을 삭제한 수정본을 "문학동네와 창비에 수록작 수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봉곤 작가는 "제게 작품 수정의 의지가 없었다면 차용 허가를 구하고, 원고를 보여주는 일을 거치지 않았을 것"이라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지난 13일 김봉곤 작가가 편집자로 속한 동시에 젊은작가상을 주관해온 문학동네 또한 입장문을 게재했다. "당사자가 해당 부분의 삭제를 요청한 이유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개인적인 대화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막아달라는 것이었고, 출판사는 이를 인지한 후 그 요청을 이행"하였다고 문학동네는 밝혔다. 동시에 "이러한 수정 사실에 대한 공지는 출판사로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용 허락 과정과 수정 이유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과 작가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임을 밝혔다.
 
그러나 독자들은 김봉곤 작가와 문학동네의 입장문에 동의하지 못하는 눈치다.
첫째로, 김봉곤 작가와 문학동네 모두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트위터에만 게시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봉곤 작가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문 게재를 요구하는 독자의 댓글이 삭제된 정황이 포착되었다. 독자들에게 이러한 모습은 논란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다가온 것이다.
둘째로, 독자들은 원고 수정 사실을 공지하는 게 어려웠다는 문학동네의 해명에 동의하지 못하는 눈치다. 여성의 사생활이 그대로 담긴 '그런 생활'에 수록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소비하지 않았을 텐데, 이는 C 씨에 대한 기만인 동시에 독자에 대한 기만이기도 하다는 의견이다. 당사자와 김봉곤 작가의 사용 허락 과정에 대한 말이 다르더라도, 해당 대화가 '실재하는' 사생활이라는 것을 독자에게 비밀로 했다는 사실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로, 김봉곤 작가 본인이 속한 출판사에서 주관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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