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치료제로 잡을 수 없는 전염병, 해답은 '야생동물과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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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alloyj)등록 2020.07.20 15:28

▲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퍼스트무버(시장 선도)를 위해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야생동물 접촉'이라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든 2차, 3차 팬데믹이 일어날 수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를 목표로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항체 치료 후보물질 'CT-P59'를 개발 중인 셀트리온은 최근 임상 시험을 시작했다. 정부와 셀트리온이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2021년 초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백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앞으로 2차, 3차 팬데믹이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19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에 메르스, 사스, 에볼라, 에이즈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야생동물로부터 감염된 인수공통전염병이다. 그린피스는 생태계의 파괴로 이러한 인수공통전염병이 5년 주기로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막기 위해 '야생동물과 거리두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소비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우한 시의 한 상인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야생동물 금지령이 풀리면 다시 야생동물을 거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생동물을 먹고 선물하는 것이 체면을 살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야생동물을 먹는 것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베트남, 호주, 러시아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야생동물을 먹는다. 호주에는 5만 년 전 원주민이 약초와 야생동물을 먹던 부시터커 문화가 여전히 내려오고 있다.


▲ 코로나19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천산갑은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는 믿음 때문에 고급 식재료로 사용된다. 인간의 밀렵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 (사진 출처= Manis temminckii/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지난해 말레이시아령 보르네오섬에서 무려 30여 톤 규모의 천산갑 사체가 발견됐다.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사바 주 경찰 당국이 코타키나발루 시내의 공장과 인근 탐파룰리 지역에 위치한 창고를 급습해 1천860상자 분량의 냉동된 천산갑 사체를 압수했다. 공장 내 냉장고에선 천산갑 572마리의 사체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외에도 곰 발바닥과 과일박쥐의 사체 등도 보관돼 있었다. 이는 암시장 가격 기준으로 한화 약 23억 원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자연보전 기구 세계자연기금(WWF)은 천산갑과 같은 불법 야생동물 거래 규모는 일 년에 약 200억 달러 가량(한화 약 24조 1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마약, 밀입국, 위조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라고 BBC는 보도했다.


야생동물과의 접촉, 바이러스 불러와

런던 대학교 케이트 존스 교수는 "인수공통전염이 증가한 원인은 야생동물들을 탐지하는 인간의 능력 향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능력이 향상되면서 야생 서식지를 더 많이 침해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이 주변 경관을 바꾸고, 야생과의 거리를 좁히기 때문에 인류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와 접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백신도, 완전한 치료제도 없는 에이즈(AIDS)는 야생동물과의 접촉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에이즈가 1920년대 또는 그 이전, 중앙아프리카에서 침팬지로부터 종간 이동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침팬지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에이즈는 수십 년 동안 느리게 확산되다가 1970년대 들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졌다.

2012년 4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급성호흡기감염병인 메르스(MERS-CoV)는 박쥐가 낙타에게, 낙타가 인간에게 옮긴 바이러스로 추정된다. 메르스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전까지 사람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였다. 유럽질병통제센터(ECDC)가 지난 2015년 5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 25개 국가에서 1,167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479명이 사망했다. 이 외에도 에볼라, 사스 등이 야생동물과의 접촉으로 발생한 질병이다.

수더크 파이퍼 홍콩시립대 수의과대학 석좌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인류는 이미 (무분별한 생태계 개발로 인해) 불균형을 초래해왔다"며 "인류가 숲을 개발하고 야생동물들의 서식지에 접근하면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병원균과 조우하게 되는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 인간이 주변 경관을 바꾸고, 야생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인류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와 접촉하게 됐다. 생태계 파괴가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인간이 야생동물을 소비하는 이유




▲ 야생동물을 먹었던 문화에는 빈곤과 가난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서 야생동물 식용은 식도락과 신분을 보여주는 과시욕의 수단으로 변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은 농경시대부터 '복달임'이라는 문화가 존재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복달임은 쇠고기나 개고기를 끓여 먹으며, 시원한 계곡이나 바닷가 백사장에서 더위를 물리쳤던 문화를 말한다. 그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복달임 문화는 농경을 하던 다른 나라에서도 존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가 개고기를 먹었던 것에 대해서는 "양반들은 쇠고기를 먹었지만, 가축을 키울 여력이 없는 서민들은 개장국을 먹었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비슷한 맥락을 공유한다. 중국이 야생동물을 먹은 이유 중 하나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어온 지배계층의 음식독점과 일반 평민들이 겪었던 굶주림에서 비롯했다. 무엇이든 먹어야만 했던 사회 현상이 문화가 되어 내려온 것이다. 문제는 먹을 것이 넘쳐나는 지금도 야생동물을 먹는다는 점이다. 이제 이들은 몸보신과 새로운 걸 탐하는 식도락 차원에서 야생동물을 찾는다. 특색 있는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은 부자들의 과시욕이 됐다.

중국의 정치 경제학자인 후싱더우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인은 과거 굶주렸던 기억 때문에 야생동물을 먹으"며 "여전히 일부 중국인들이 희귀 동물을 먹음으로써 자신의 신분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중국 저장대 법학교수 첸예팡은 "야생동물을 먹는 게 몸보신을 위해서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일종의 특권을 드러내는 신분 상징이자 허영"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낙타봉과 발은 한 그릇에 360위안(한화 약 6만 원)이 넘는 고급음식이다.

야생동물을 먹는 것은 중국만의 문화가 아니다. 호주에는 '부시터커'라는 문화가 있다. 5만 년 전 원주민이 먹던 음식을 지칭하는 말이다. 호주 사람들에겐 원주민들이 먹던 캥거루 등 야생동물이 몸에 좋다는 인식이 있다. 러시아에서도 야생동물을 먹는다. 지난해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오찬으로 사슴과 곰 고기를 대접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야생동물을 먹는 문화에는 '건강'과 '고급 먹거리'라는 인식이 잠재되어 있다.




▲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판매되고 있는 캥거루 고기(사진 출처= Eric in SF)





야생동물 매매 금지…, 의약품으로 대체?

야생동물 시장이 성행하는 이유는 야생동물이 몸에 좋다는 잘못된 믿음과 과시욕에서 기원한다. 천산갑은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는 믿음 때문에 고급 식재료로 사용된다. 비늘은 부적이나 한약재, 마약류인 메스암페타민을 제조하는 원료 등으로 쓰인다. 그러나 천산갑의 비늘은 인간의 손톱, 머리카락과 같은 케라틴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산갑은 잦은 밀렵으로 야생 개체 수가 21년 만에 기존의 20% 이하로 급감했다. 현재 천산갑은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종 전염병의 70%가량이 동물로부터 비롯된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중국은 지난 2월 24일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전면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안건 4조에는 "과학연구, 약용, 전시 등 특수 상황에서 행해지는 야생동물에 대한 비식용 이용은 국가 규정에 따라 엄격히 심사하고 검역 검사를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약용, 애완동물, 과학 연구를 위해 야생동물이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야생동물 이용방식 중 1위가 약용, 2위는 식용, 3위가 전시 및 공연이다. 여전히 가장 많이 거래되는 약용, 식용은 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중국은 한술 더 떠 전통적인 치료법과 대안 치료법의 결합이 코로나19 억제에 도움이 된다며 중의학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곰의 웅담, 염소 뿔, 식물 추출물을 섞어 만든 담열청 주사액이 그 중 하나다.

웅담이 코로나19 억제에 도움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지난 2002년 국내에서 웅담 성분이 들어간 주사를 맞은 사람 10명 중 9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주사를 시술한 강 씨는 "웅담을 증류수에 타 20회 정도 맞으면 환자들의 결핵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며 주사를 놓았다. 그러나 주사를 맞은 9명의 환자는 오한, 고열, 설사 증세를 호소했다.


인간이 멸종시킨 동물


▲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0.01%에 불과한 인간은 모든 야생 포유동물의 83%를 파괴했다.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의 론 밀로(Ron Milo)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의 <국립과학원회보>(PNAS)의 연구 결과,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0.01%에 불과한 인간이 모든 야생 포유동물의 83%와 식물의 절반을 파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간이 유일하게 개체 보전을 지켜준 생명체는 가축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닭, 오리 등 가금류는 모든 조류의 70%, 돼지 등 가축은 모든 포유류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포유동물 가운데 야생에서 서식하는 동물은 불과 4%다.

미국 럿거스대 폴 폴코스키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를 통해 "인간이 매우 극단적으로 자연 자원을 착취했다"며 "사실상 모든 대륙에서 인간의 식량이나 쾌락을 위해 야생 포유류를 도살하고 말살했다"고 설명했다. 야생동물을 소비하는 것이 특별하고 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많은 야생동물을 멸종 위기로 만들었다.

'스필오버' 효과라는 것이 있다.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많아지면 바이러스는 인간이라는 새로운 숙주로 옮겨 갈 기회를 얻게 된다. 지금의 팬데믹은 야생동물을 밀렵하고, 거래하고, 먹는 행위가 인간에게 '바이러스'라는 이름의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뭐해 먹고 살지?'라는 질문은 개인의 미래를 결정하고, '뭐 먹지?'라는 질문은 지금의 팬데믹 시대를 만들었다. 인간이 무엇을 먹을지 결정할 때마다 생태는 공격을 받았고, 그 영향은 다시 인간에게 미쳤다.

지난 16일 몽골 보건당국은 "서부 고비알타이 지역에서 흑사병 의심 환자 1명이 발생했다"면서 "이 환자가 다람쥣과 설치류의 일종인 마멋 고기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마멋섭취로 인한 흑사병, 낙타의 우유를 먹으면서 발생했던 메르스, 천산갑에서 시작된 팬데믹까지 인수공통감염병은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먹고, 먹지 말아야 할 것인가는 생태, 그 이전에 우리를 구하는 문제다. 먹을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것은 새로운 윤리가 됐다. 이젠 윤리적 기준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의 논의가 필요하다. 이것이 인간의 자유를 빼앗고, 생명을 해치는 바이러스에 대한 원천적 대처법이 아닐까?

* 이 기사는 이조은(joylife0822)기자와 함께 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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