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가 되지 못한 스포츠업계에 대한 고찰

‘최숙현법’ 제정 식의 처방으로 진정 변화할 수 있을까

검토 완료

박건미(gunmi6608)등록 2020.08.06 11:44
제아무리 전통적인 '미덕'이라고 해도 현재의 사회적 조건과 맞지 않는 덕목은 결국 괴물로 전락해버리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집단주의'와 '공동체 문화'를 지향해왔다.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확립된 집단주의는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던 시점을 기준으로 '군사 문화'에 더욱 위계적이고 부정적인 형태로 강력하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나라도 점차 선진화의 길을 걸었고, 자본주의 시장의 흐름에 발맞추어 과학, 기술, 문화, 그리고 국민성도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발전하는 듯 보였다. 이렇게 많은 부분이 선진화 되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스포츠' 업계의 시스템을 살펴보자니 아직도 과거에 머무르는 듯하다.
 
태권도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현재 다른 스포츠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K 씨는 본인이 태권도를 진로로 정한 이유에 대해 아직도 의문이 든다고 했다. 만 29세의 젊은 나이의 K 씨는 자신의 학창 시절을 모두 받쳐야만 했던 태권도 선수를 고작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은퇴한 것에 대해 그 당시 자신에게 주어지는 다른 선택권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정을 짓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였던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등하교 시간을 포함해 늦은 밤까지, 그리고 개학과 방학의 개념이 없이 쉬지 않고 운동을 해야 했었던 본인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태권도를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도 그만두지 못한 이유는 '그냥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실제 K 씨와 함께 학창 시절 선수를 준비했던 동료들도 너무 어린 나이 정해져버린 진로를 다시는 바꾸지 못하고 빠져나오지 못하는 늪처럼 느끼고 결국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었던 것이 너무 아쉽고, 현재 더 우려되는 것은 '지금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자신의 후배들의 문화도 자신이 있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이라고 말했다.
 
K 씨의 사례를 통해 아직까지 집단주의 문화가 부정적인 면모로 자리 잡고 있는 스포츠 문화를 볼 수 있다. 스포츠 선수를 희망하는 대다수의 중고등학생들은 한 명의 코치 밑에 다수가 함께 한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가장 집단적인 생활을 강요받으며, 본인이 주체적으로 인생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과 자유를 억압받는다. '집단주의'가 유지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동기부여이다. 집단이 똑같은 방향성을 가져야 유지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포츠가 정통성이 없는 정권의 내부 통합을 위한 정치적인 목적의 수단으로 작용을 했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스포츠 업계에서 변하지 않고 내거는 그들의 동기부여는 '태릉선수촌 입성, 그리고 그 또한 금메달을 위해'라는 공동의 목표이다. 스포츠를 통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려는 목표가 곧 성과주의를 만들고 그 성과주의는 결국 부정적인 집단주의를 팽배하게 만든다. 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예비 선수들은 그 길을 선택하는 순간 결국 보이지 않는 강요의 힘에 눌리는 것이다.
 
스포츠 업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을 이번에 발생한 '최숙현 선수' 사건처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난 후 '최숙현법 제정' 등으로 처방하기보단, 그 원인을 찾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분명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뒤섞여 발생한 복합적 산물이지만, 분명 잘못 고착화된 '집단주의'와 '성과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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