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숨을 쉬듯, 읽고 쓰는 일을 해내는 시골 중학교 선생님(이선애, 경남 의령 지정중 교사)이 펴낸 독서 에세이집 『강마을에서 책읽기』는 살기 위한 책읽기에 빠진 저자가 책에서 얻은 지혜를 세상과 나누고자 한 것이다. 사람 사는 일이 곧 책읽기이고, 쓰는 것이 책읽기의 다른 이름으로 생각하는 저자는 자잘한 활자의 의미와 그 행간을 읽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독서 에세이집에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황병기의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김훈의 《자전거 여행》, 왕양명의 《낭송 전습록》, 이낙진의 《달나라로 간 소신》, 이재열의 《우리 몸 미생물 이야기》 등을 읽고 쓴 감성 에세이가 실려있다. 문학, 철학, 뇌과학, 생물학, 음악, 미학 등 모두가 제 빛깔로 빛나며 함께 어우러져서 인문학으로 통섭되는 이 독서 에세이를 통해 보여 주려는 작가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독서는 쉼표의 여유를 찾고, 마침표의 종지부를 찍게 하며, 감동의 느낌표를 전해주고, 할 말이 많지만 침묵의 시간을 가져다주며, 언제나 새로운 물음을 던져 주는 삶 자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제 가방엔 언제나 두어 권의 책이 들어 있어 무거웠고, 절 닮은 제자는 소풍날 제 가방을 들어 주며 무슨 책인지 꺼내 보곤 하였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항상 책과 가까웠고, 이부자리 근처에도 읽지 못한 책을 낙엽처럼 흩어 놓아 같이 사는 이의 나무람을 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숨 쉬는 공간에 책과 함께하는 것이 당연했고, 무거운 책 탓에 자주 가방을 바꾸어야 해도 명품을 탐한 적이 없었습니다. 숨을 쉬듯 책을 읽고, 그 책을 빌려 세상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길가 들풀처럼 나이 들어 가는 시골 선생으로 산과 강, 풀과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볼 때, 또 다른 우주가 그 속에 있음을 믿습니다. 길섶에 맺힌 이슬 한 방울도 마음을 다해 바라볼 때 다른 세상으로 저를 인도할 것입니다." 라고하여 책읽기의 소중함을 다시금 이야기하고, 책이 세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살아갈 힘을 주었다고 한다. 평론가 권대근(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책갈피 속에 숨은 감성적 창조역량과 사계의 숨결'이라는 평설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강마을에 위치한 시골 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며 행복한 책읽기 동아리를 맡아 지도하고 있는 작가는 왜 독서에세이를 빌어 아동의 의식을 고양시키고 아동의 마음밭에 지혜의 씨앗을 뿌리려 시도하는 걸까? 작가는 <즈믄 해의 봄을 지나>에서,'자지러지듯 피어나는 꽃들과 도발적으로 다가서는 새잎 앞에 서면 몸과 마음이 무너진다고 고백한다. 학생들이나 요즘의 젊은이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십여 편의 독서에세이 중에서 작가가 첫 번째로 꼽은 것은 신라 출신으로 당나라에서 활약한 여류 시인 설요의 시다. 산속에 피어난 눈부신 봄꽃을 보며 그 꽃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세속으로 귀환하는 젊고 아름다운 승려 설요의 '앞으로 어이할거나 내 청춘을'이란 이 시구를 음미하며, 설요는 다시 올 봄을 견딜 자신이 없기에 하얀 봄꽃이 날리는 길을 따라 봄풀을 밟으며 먹빛 장삼 자락을 휘날렸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그녀는 도서관에서 잔치를 하듯 핀 강변의 꽃들을 바라본다. 그 강나루를 걸어오는 봄과 봄꽃 그리고 청춘을 생각하며, 즈믄 해의 시간을 지나, 신라의 시인 설요가 그렇게도 안타깝게 바라보던 봄의 유혹에 자신도 몸과 마음을 맡긴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세포 하나하나마다 새봄의 기운을 담는 행복한 날 되시기 바란다.' 봄의 유혹에 몸을 자연스레 맡기는 설요의 자유를 향한 자연스러운 선택을 보면서, 우리는 이 세상이야 말로 분명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이선애의 독서에세이 속에는 회귀본능과 연결된 세속적 삶의 환희와 성찰이 담겨 있다. 본향으로의 귀환에 내재한 철학적 의미와 심미적 울림을 통해서 작가의 현세주의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세계관은 보편적 울림을 획득한다. 젊고 아름다운 승려 설요는 산속에 피어난 눈부신 봄꽃을 보며 그 꽃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세속으로 돌아옵니다. 그녀는 '앞으로 어이할거나 내 청춘을'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올 봄을 견딜 자신이 없기에 하얀 봄꽃이 날리는 길을 따라 봄풀을 밟으며 먹빛 장삼 자락을 휘날렸을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잔치를 하듯 핀 강변의 꽃들을 바라봅니다. 그 강나루를 걸어오는 봄과 봄꽃 그리고 청춘을 생각합니다. 즈믄 해의 시간을 지나, 신라의 시인 설요가 그렇게도 안타깝게 바라보던 봄이 와 있습니다. 저도 그녀처럼 봄의 유혹에 몸과 마음을 맡겨야겠습니다. 세포 하나하나마다 새봄의 기운을 담는 행복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 즈믄 해의 봄을 지나 저자인 교사 이선애는 2015년에 펴낸 수필집《강마을 편지》는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독서를 소재로 새롭게 펴낸 두 번째 수필집이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책읽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첨부파일 강마을에서 책읽기 표지.jpg #강마을 #독서 #책읽기 #선생님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