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스포츠 선수들에게 행해지는 보이지 않는 깅요의 힘

검토 완료

박건미(gunmi6608)등록 2020.08.07 16:25
태권도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현재 다른 스포츠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K 씨를 만나 그가 직접 몸을 담았던 운동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들어보았다.
 
만 29세 젊은 나이의 K 씨가 태권도 선수를 은퇴한 것은 23살이었다. K 씨가 태권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태권도가 본인의 진로로 정해진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계기가 분명히 있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오히려 왜 태권도 선수가 되는 것이 자신의 진로로 굳혀진 건지 돌아보면 의아할 정도였다고 했다. 어렸을 때 다니던 태권도 도장에서 열리는 작은 경기, 지역 대회 등에서 입상을 하자 태권도 선수가 반드시 되어야 하는 것처럼 K 씨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흘러가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 혹독하고 확실한 체계가 없는 훈련이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지속되는 것에 지친 K 씨는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태권도가 맞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여, 담당 코치에게 여러 차례 진로 상담을 요청했으나 그저 훈련에 빠지고 싶은 한 낯 어린아이의 투정으로 치부되었고, 돌아오는 것은 '정신 교육'을 가장한 더욱 혹독한 훈련이었다. K 씨뿐만 아니라 K 씨와 함께 태권도 선수를 준비해온 많은 동료들 중에서도 태권도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정해진 진로를 다시는 바꾸지 못하고 마치 빠져나오지 못하는 늪처럼 느끼고 결국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했다. K 씨는 현재 더 우려되는 것은 '지금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후배들을 보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K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비 선수들이 운동선수의 길을 선택하는 순간 보이지 않는 강요의 힘에 눌리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명의 코치 밑에 다수가 함께하는 스포츠 업계에서, 한 사람의 이탈이 집단 전체를 동요시킬 수 있다는 명목하에 정체성의 확립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한 청소년기의 예비 선수들은 그들의 진로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개개인의 인권 존중, 개인의 권리 보장이 최우선의 가치로 인정되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