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사람들의 뉴스를 보고 화를 낸 적이 많았다. 누군가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읽어보면 그들 대부분은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거나, 고층에서 뛰어내리거나, 숙박시설에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선로에 나뒹구는 시체조각을 치우는 사람은 무슨 죄인가? 고층에서 떨어진 시체를 보고 놀란 이들과 치워야 하는 사람은? 숙박시설에서 청소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먼저 시체를 발견할수밖에 없는 사람은? 죽으려면 조용히 최대한 남에게 피해줄 생각하지 말고 죽을 것이지 정말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죽은 자의 집 청소'(김완 지음, 김영사)를 읽고 내가 얼마나 모진마음으로 그들의 죽음을 바라봤는지 깨달았다. 어떤 방식으로 죽든 사람의 죽음은 강렬한 흔적을 남긴다. 병원에서 죽는다면 그나마 가장 민폐 없는 죽음의 과정을 거칠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장소에서 죽게 되면 누군가는 시체를 봐야하고 시체와 시체에서 나온 오물을 치우고 악취를 지워야한다. 무엇보다 정말 죽을 결심을 한 사람에게 죽음 이후의 일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런 걸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어서 선택한 죽음인데 왜 자신이 떠난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걱정해야하지? 자살한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는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난 누군가의 죽음 이후 '남은'사람들만 걱정했다. 난 어쨌든 '살아'있으니까. 그래서 '죽은 자의 집 청소'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들 중 가장 마음에 남았던 건 자신의 죽음 이후를 걱정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글쓴이에게 누군가 집에서 죽으면 치우는 비용이 얼마냐고 전화를 걸어왔던 한 사람. 질문이 너무 두루뭉술해 글쓴이가 정확한 견적을 내주기 어렵다고하자 짜증을 냈던 사람. 결국 원하는 대답은 듣지 못한 채 통화는 종료되었고 며칠 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다. 000님의 사체가 발견되어 수사중인데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고, 어떤 내용으로 통화를 했냐고. 죽음을 결심할 만큼 힘든 상태에서조차 자신의 죽음 이후 누군가가 감당해야할 수고를 걱정하는 그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게 사실 너무 드물고 슬프고 또 무엇보다 귀한 마음인건데. 자살한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 이후를 생각할 여유 따윈 없는데 그걸 하지 못한 사람을 욕한 내가 부끄러웠다. 종종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늦게 발견되었을 때 자신의 시신을 잘 처리해달라는 편지와 함께 전 재산으로 추정되는 현금이 담긴 봉투가 발견되었다는 기사도 떠올랐다. "자살을 결심하고 그 뒤에 수습할 일까지 염려한 남자. 자기 죽음에 드는 가격을 스스로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건 남자. 도대체 이 세상에는 어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연이 있기에 한 인간을 마지막 순간으로 밀어붙인 것만으로 모자라, 결국 살아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죽고 남겨진 것까지 미리 감당하라고 몰아세울까?" - 죽은 자의 집 청소 197p -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면서 겪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망자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이 겪었던 고통을 이해하고자 노력한 글쓴이의 태도를 보며 숙연해졌다. 삶과 죽음은 항상 함께하는 것인데 난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르는 이들의 죽음,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의 죽음을 너무 쉽게 판단해왔다. 살아있는 자의 책임에 대해 고민하지 못한 나를 부끄러워하면서 그렇게 무거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죽은자의집청소 #김완 #김영사 #특수청소 #특수청소부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