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 율곡이 들려주는 미래를 위한 지혜-4

코로나 이후 100년을 위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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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대(watershed)등록 2020.09.07 10:07
코로나 이후 100년을 위한 질문
   공부란 무엇인가? : 율곡이 들려주는 미래를 위한 지혜-4
 
1. 어떤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
2. 공부란 무엇인가?
3. 공부를 왜 하는가?
4.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5.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4.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격몽요결"에서 율곡은 독서하는 사람은 먼저 󰡔소학󰡕을 읽어서 부모를 섬기고 형을 공경하며 임금에게 충성하는 일부터 힘써 행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그리고 "소학"을 읽고 난 이후에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시경," "예기," "서경," "역경," "춘추"의 순서로 책을 읽어 사물의 이치를 탐구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먼저 "소학(小學)"을 읽어 부모를 섬기고, 형을 공경하며, 임금에게 충성하고, 웃어른에게 공손하며, 스승을 높이고, 벗과 친하게 지내는 도리를 하나하나 자세히 음미하여 힘써 행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대학(大學)" 및 "대학혹문(大學或問)"을 읽어서, 이치를 궁구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며, 몸을 닦고, 사람을 다스리는 도리를 하나하나 참으로 알아내어 이를 실천하여야 한다. 그다음에는 "논어(論語)"를 읽어서, 인(仁)을 구하고, 인격 수양을 위한 학문[爲己之學]을 하고, 본원(本原)을 함양하는 공부에 대해 하나하나 자세히 생각하여 깊이 체득하여야 한다. 그다음에는 "맹자(孟子)"를 읽어서, 의리(義利)를 밝게 분변하는 것과 인욕(人欲)을 막고 하늘의 이치[天理]를 보존하는 설에 대해 하나하나 밝게 살펴서 이를 확충해 나가야 한다. 그다음에는, "중용(中庸)"을 읽어서, 성정(性情)의 덕(德)과, 이치를 미루어 아는 공[推致之功]과, 만물이 길러지는 오묘한 이치를 하나하나 음미하고 찾아내어 거기에서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에는 "시경(詩經)"을 읽어서, 성정(性情)의 그릇됨과 올바름, 선을 표창하고 악을 경계한 일들을 하나하나 깊이 궁구하여 감동을 느껴 자신의 행동을 징계(懲戒)하여야 한다. 그다음에는 󰡔예경(禮經)󰡕을 읽어서, 하늘의 이치가 알맞게 드러나는 것[節文]과 사람이 지켜야 할 법칙[儀則]의 도수(度數)에 대해 하나하나 그 이치를 궁구하여 확립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그다음에는 "서경(書經)"을 읽어서 이제(二帝)ㆍ삼왕(三王)이 천하를 다스린 대경륜(大經綸)과 큰 법[大法]에 대해 하나하나 요령을 얻고 그 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다음에는 "역경(易經)"을 읽어서, 길흉(吉凶)ㆍ존망(存亡)ㆍ진퇴(進退)ㆍ소장(消長)의 기미[幾]를 하나하나 관찰하고 음미하여 끝까지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에는 "춘추(春秋)"를 읽어서, 성인(聖人)의 착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는 벌을 주어 잘못은 억누르고 잘한 일은 드높여 주어, 조종하는 은근한 말[微辭]과 심오한 뜻을 하나하나 정밀히 연구하여 깨달아야 한다. 5서(書)와 5경(經)을 돌려 가면서 많이 읽어, 끊임없이 이해하면 의리(義理)가 나날이 밝아질 것이다. 그리고 송(宋)나라 때의 선현(先賢)들이 지은 "근사록(近思錄)," "가례(家禮)," "심경(心經)," "이정전서(二程全書)," "주자대전(朱子大全)," "주자어류(朱子語類)"와 같은 서적과 그 밖의 성리학설을 틈틈이 정독(精讀)하여 의리가 항상 내 마음에 젖어 들어 어느 때고 끊임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남은 힘으로는 역사서를 읽어 고금의 일과 사건의 변천에 통달하여 식견을 길러야 한다.
 
  율곡은 "격몽요결"에서 책을 읽는 것이 단지 책 속의 지식을 암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어서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고 배운 내용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번 단락에서는 율곡이 수기와 치인을 실천하는 유교적 인간을 교육해 내기 위해서 제시한 도서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율곡이 규정한 공부의 정의와 율곡이 설정한 공부의 목적이 교육과정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즉 율곡의 교육철학이 율곡이 제시한 교육과정 속에 오롯이 녹아들어 있어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율곡이 제시한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수하게 되면 공부를 통하여 율곡이 만들어 내고자 했던 수기와 치인을 실천하는 유교적 인간상에 가까워 질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교과서는 교육을 주관하는 사람이 의도하는 교육철학을 담고 있어야 하고,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교과서를 배워서 어떤 사람이 되라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게 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공부하는 사람이 추구해야 할 대상과 만들어 가야할 사회의 모습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번 단락에서는 유교 공부를 하는 학생이 추구해야할 대상과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 그들이 공부하는 교과서 속에 분명하게 담겨져 있는지에 주안점을 두면서 "논어"와 "맹자"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논어(論語)"
 
  공자는 자신의 삶을 요약하여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고 일흔 살에 이르러서야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여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고 말하였다. 공자의 말에 따르면 공자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알고 실천하였던 성인(聖人)이 아니라 배움을 통하여 점차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면서 쉰 살에 이르러서야 천명을 알게 되고, 일흔 살에 이르러서야 법도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된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하였고, 마흔 살에 사리에 의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고, 예순 살에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고,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
 
  공자는 "나는 나면서부터 안 자가 아니라, 옛 것을 좋아하여 민첩하게 그것을 구한 자이다"라고 말하였다. 공자는 "다른 사람이 한 번에 잘하면 나는 백 번을 하며, 다른 사람이 열 번에 능하거든 나는 천 번을 한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노력 하는 사람이지 원래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였다. 공자는 "논어"의 「자로(子路)」편에서 "시 300편을 외우더라도 정치를 맡겼을 때 잘 해내지 못하고, 사방의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혼자서 대처하지 못한다면, 비록 많이 외운다고 하더라도 또한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말하였다. 유교의 관점에서는 책에서 배운 내용이 그저 책 속의 지식으로만 머물러 있고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라면 그 지식은 쓸모없는 지식일 뿐이었다. 유교의 관점에서 공부를 하는 목적은 자신을 수양하고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며 정치를 통하여 사회를 바르게 하고 결과적으로 백성을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게 하며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논어"의 「자로(子路)」편에는 정치를 하는 자가 어떻게 사람을 등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좋은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어진 사람을 재상으로 등용하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각자의 능력에 맞는 직책을 맡겨야 하는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 중에 누가 어질고 누가 능력이 있는지를 가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중궁(仲弓)이 계씨(季氏)의 가신(家臣)이 되어 정사(政事)를 묻자,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유사(有司)에게 먼저 시키고 작은 허물을 용서해주며, 어진 이와 유능한 이를 등용해야 한다" "어떻게 어진 이와 유능한 이를 알아 등용합니까?" 하고 묻자, "네가 아는 자를 등용하면 네가 미처 모르는 자를 남들이 내버려 두겠느냐?" 하셨다.
 
  "논어"의 첫머리는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인간에 대한 관점에서 유교가 다른 종교와 구별되는 점은 사람을 배워야 하는 학습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자는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당연히 배워야 하고 배운다는 행위는 삶 그 자체이며 배움을 통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일상의 행복으로 간주하였다. "논어"의 내용은 주로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서 부모님은 어떻게 모셔야 하고, 형제들끼리는 어떻게 지내야 하며, 연장자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으로서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예절이나 의리에 관한 내용이 많다. 다시 말하면, "논어"에서 말하는 공부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관리하고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맹자(孟子)"
 
  "맹자(孟子)"에는 양(梁)나라 혜왕(惠王)이 국가에 이익이 되는 방안에 대하여 질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대하여 맹자는 임금이 이익을 추구하면 백성이 모두 이익을 좇게 되므로 임금은 인의(仁義)만을 얘기하여 백성으로 하여금 인의를 배우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맹자(孟子)께서 양(梁)나라 혜왕(惠王)을 만나셨는데, 왕이 말하였다. "노선생(老先生)께서 천 리를 멀다 여기지 않고 오셨으니, 또한 장차 무엇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 맹자께서 대답하셨다.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을까?' 하시면, 대부(大夫)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할 것이니, 사(士)와 서인(庶人)들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하여,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을 취하려고 하면 나라가 위태로울 것입니다."
 
  송(宋)나라의 대부가 맹자에게 세금을 경감하는 것을 올해에는 시행할 수 없고 내년이 되어야 시행할 수 있다고 하자, 맹자는 닭을 훔치는 사람의 비유를 들어 의(義)가 아님을 알았다면 즉시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송(宋)나라 대부 대영지(戴盈之)가 말하였다. "10분의 1을 세금으로 징수하는 정전법(井田法)을 시행하는 것과, 관문과 시장의 세금을 철폐하는 것을 금년에는 시행할 수 없으니, 세금을 경감하였다가 내년이 되기를 기다린 뒤에 그만두려고 하는데 어떻겠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어떤 사람이 날마다 이웃집의 닭을 훔치는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하자, '그 수를 줄여서 달마다 한 마리씩 훔치다가 내년이 되기를 기다린 뒤에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의(義)가 아님을 알았으면 속히 그만두어야 할 것이니, 어찌 내년을 기다린단 말입니까?"
 
  맹자가 제(齊)나라 대부(大夫) 공거심(孔距心)에게 흉년으로 인하여 백성들이 고통을 받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묻자 공거심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였다. 이에 대하여 맹자는 남의 소와 양을 맡아 길러주는 사람의 비유를 들어 위정자가 민생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질책하였다.
 
맹자께서 제나라 변경의 평륙(平陸)에 가셔서 그 고을의 대부(大夫) 공거심(孔距心)에게 이르셨다. "당신의 창을 잡은 전사(戰士)가 하루에 세 번 대오(隊伍)를 이탈한다면 버리겠습니까? 그대로 두겠습니까?" 공거심이 대답하였다. "세 번까지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대오를 이탈한 것도 많습니다. 흉년으로 기근이 든 해에 당신의 백성 중에 노약자로서 떠돌다 죽어 시신이 구렁에 버려지고, 건장한 자로서 흩어져 사방으로 떠나간 사람이 몇 천 명이나 됩니다" "그 일은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남의 소와 양을 맡아 그 주인을 위해 길러주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소와 양을 위해 목장(牧場)과 꼴을 구할 것이니, 목장과 꼴을 구하다가 얻지 못하면 그 주인에게 소와 양을 돌려주어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또한 소와 양이 죽는 것을 서서 보고만 있어야 하겠습니까?" "이는 저의 잘못입니다"
 
  맹자는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백성을 다스리는 일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맹자는 윗사람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성실함을 추구하는 사람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면 백성을 다스리지 못할 것이다.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는 데 방법이 있으니, 벗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면 윗사람의 신임을 얻지 못할 것이다. 벗에게 믿음을 얻는 데 방법이 있으니, 어버이를 섬겨 기쁘게 하지 못하면 벗에게 믿음을 얻지 못할 것이다. 어버이를 기쁘게 하는 데 방법이 있으니, 자신을 반성해보아 진실하지 못하면 어버이를 기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을 반성하여 진실하게 하는 데 방법이 있으니, 선(善)을 밝게 알지 못하면 자신을 성실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성실함 그 자체는 하늘의 도이고, 성실함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 지극히 성실하면서 남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경우는 있지 않으니, 성실하지 못하면서 남을 감동시킬 수 있는 자는 있지 않다."
 
  앞의 일화에서 맹자는 정치를 하는 사람은 이(利)를 멀리하고 의(義)를 추구해야 하며, 하늘의 도(道)를 실천하여 민생(民生)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앞의 인용문을 통하여 "맹자"는 율곡이 설정한 공부의 목적이 잘 녹아들어 있는 교과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논어"와 "맹자"는 율곡이 설정한 교육목적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이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율곡이 제시한 교육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하면 율곡이 설정한 교육목적을 무리 없이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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